마이카 붐이 한창이던 시절, 4050세대에게 양주 일영유원지, 장흥유원지, 송추유원지는 수도권 드라이브 코스로 이름을 날렸다. 계곡 주변으로 족구장 등을 갖춘 음식점이 즐비해 가족나들이 장소로 적격이었다. 이제는 모두 퇴색했지만 장흥유원지만큼은 유명 미술관들이 들어서서 주말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고양시 덕양구와 의정부시 가능동을 잇는 39번 국도를 평화로라고 한다. 이 길은 장흥파출소 앞에 이르러 권율로라고 하는 갈래길을 만난다. 권율 장군의 이름을 딴 권율로는 장흥아트파크, 장흥조각공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이하 장욱진미술관), 말머리고개, 안상철미술관과 기산저수지 입구를 지나 양주문화예술회관 삼거리에서 끝난다. 권율장군묘는 장욱진미술관 입구를 조금 지난 곳에 자리잡고 있다. 권율 장군은 임진왜란 중에 나라를 구한 명장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가 승리로 이끈 행주대첩은 진주대첩, 한산도대첩과 더불어 임진왜란 3대첩으로 손꼽힌다. 권율로를 지나는 동안 장군의 호국정신과 위민사상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처럼 양주시 미술관 기행은 문화유산 답사도 함께 하는 나들이다. 여기에 송암스페이스센터를 포함시킨다면 천체 공부까지 겸한 학습 나들이 코스로 손색이 없다. 미술관 탐방 등으로 예술 감각을 일깨우면 부모와 자녀 간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얘깃거리도 더욱 풍부해진다. 그래서 권율로에 포진한 미술관 3곳을 찾아가는 나들이는 단순한 드라이브가 아니다. 구파발을 출발, 기산저수지를 최종 목적지로 잡고 권율로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예술 공간은 장흥아트파크다. 설립 이후 몇 차례 이름이 바뀌는 등 굴곡을 겪은 곳이다. 1984년 토탈미술관이 처음 설립됐으나 경영상의 문제로 2005년 장흥아트파크로 변신했다. 이후 2006년에 일본의 디자이너 겸 건축가 우치다 시게루가 아트파크를, 구조설계가 반 시게루가 공연장을 설계했다. 그리고 그해 5월 전시관, 아틀리에, 공연장, 미술관, 조각공원, 어린이체험장 등이 완공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장흥아트파크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눈으로만 감상하는 회화 전문 미술관이 아니다. 작품들을 만져보고 어린이들이 아예 올라타서 놀 수 있는 작품들까지 전시한, 놀이터처럼 친근한 예술 공간이다. 이곳 정원의 이름은 부르델정원. 로마 신화를 소재로 한 <과일>과 <웅크린 욕녀>, 어머니와 자식의 사랑을 표현한 <제물을 든 성모> 등 조각가 부르델의 작품들이 잔디밭 곳곳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프랑스의 조각가 부르델은 로댕, 마이욜과 함께 근대 조각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힌다. 파란색 건물 외관이 눈길을 끄는 피카소어린이미술관은 어른들도 꼭 둘러봐야 할 곳이다. 비록 복제품이긴 하나 피카소(1881∼1973)의 혼이 담긴 작품들과 열정적 생애를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사진가 앙드레 빌레르(1930∼)가 촬영한 피카소의 사진들은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이라 더욱 감동을 준다. 두 사람은 1953년에 처음 만났다. 이후 빌레르는 피카소가 작업에 집중하는 모습, 고민에 빠져 사색하는 모습 등 많은 장면들을 사진에 담았다. 흑백사진에 담긴 피카소의 열정과 예술적 삶에 대한 열망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피카소의 초상화 사진 11점과 가족사진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외 피카소의 도자기, 판화, 드로잉, 은접시 등을 찬찬히 감상한다. 미술관을 나오기 전 다시 한 번 뒤돌아보면, 대가는 웃통을 벗고 반바지 차림으로 사다리에 올라 벌거벗은 여인의 육체를 자유로선 선으로 그리고 있다. 보는 이의 가슴마저 시원해지는 사진이다. 그 밖에 류인의 <급행열차-시대의 변>, 김택기의 <평화의 꿈>, 마크 퀸의 <신화>, 강영민의 <러브> 등도 장흥아트파크를 오래오래 각인시켜주는 대표 조각품들이다. 장흥아트파크에서 권율장군묘 방면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이 나타난다. 이 미술관은 장욱진의 호랑이 그림에서 모티브를 따와 설계돼 2014년 4월에 문을 열었고, 그해 김수근건축상을 받았다. 화가의 진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는 점이 큰 자랑거리이다. 장욱진미술문화재단으로부터 벽화, 유화, 판화, 먹그림 등 230여 점을 기증받아 주제별, 시대별로 전시하고 있다. 화가 장욱진(1917∼1990)은 박수근, 이중섭 등과 함께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의 거장이다. 충남 연기군(지금은 세종특별자치시가 됨)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미술관이 양주시에 들어선 사연은 한때(1963∼1974) 그의 화실이 옛날 양주군 땅이었던 덕소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장 화백은 서울 명륜동, 충주 수안보, 용인 신갈 등의 화실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갔다. 관람은 2층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대가의 작품을 먼저 만나보고 지하 1층 영상실에서 그의 일생을 다시 한 번 반추해볼 수 있다. 2층에 걸린 <동물가족>은 관람객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1964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작품 설명이 흑백사진과 함께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동물가족>은 경기도 덕소의 화실 벽에 그려진 것으로 벽 자체를 떼어내 미술관에 기증되었다. 소와 닭, 돼지, 개 들이 한 가족처럼 화목하게 그려진 작품에서 화가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벽화 위에 실제 쇠코뚜레와 워낭을 걸어놓아 향토적인 정서를 물씬 풍긴다. 그림이 그려진 벽을 떼어낸 작품은 지하 1층과 1층을 잇는 계단 중간에도 있다. 제목은 <식탁>이다. 작품 설명을 보자. “화가의 모던한 삶을 보여주듯 화면에는 포크와 나이프, 숟가락과 밥그릇, 커피잔, 물잔과 넙치와 뼈다귀가 있다. 화가가 이 그림을 완성한 후 ‘됐다. 오늘은 이것으로 한끼 식사를 대신하자’라는 일화로 유명하다.” 회색 시멘트 벽마저 캔버스로 활용한 대가의 발상, 그리고 화폭에 담긴 단순함과 따스함. 관람객들은 작품 하나하나에서 사람과 사물에 대한 사랑을 발견하고 상상력을 키우며, 한층 너그러워진 자신을 발견한다. 미술관 기행의 묘미란 이런 것이다. 양주시 권율로를 따라가는 미술관 기행은 기산저수지 옆에 들어선 안상철미술관에서 끝을 맺는다. 고 안상철(1927∼1993) 화백은 동양화 부문에서 유명한 작품을 많이 남긴 화가이다. 서라벌예술대학과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문교부장관상, 부통령상, 대통령상을 연달아 수상하면서 국전 스타로 부상한 안상철 화백은 1959년 서울대 미대 동기생이자 근대 여류화가 나혜석의 조카인 나희균 화백과 결혼했다. 미술관 입구에서 안 화백의 생애를 더듬어보고 전시 공간으로 진입하면 그의 유작을 감상할 수 있다. <(靈)>이란 제목의 시리즈 작품으로 고목에 색을 입혔다. ‘영이란 육체는 죽더라도 남아서 누군가에 의해 면면히 이어져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창작했다고. 관람객의 동선은 나희균 화백의 작품 앞으로 이어진다. 나 화백은 개인전을 12회 갖는 등 고령임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동선은 어느새 잔디밭으로, 기산저수지 옆으로 이어진다. 미술관 건물은 안상철 화백의 아들이자 온고당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안우성 씨의 작품이다. 잔디밭 한쪽 꽃밭 뒤에 통유리창이 달린 작업실이 하나 있다. 나희균 화백이 가끔씩 들러 그림을 그리는 곳이다. 안상철미술관에서는 7월 15일까지 나희균 작품전이 열린다. 장흥아트파크 주소 : 경기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17 문의 : 031-877-0500 http://www.artpark.co.kr/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주소 : 경기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211 문의 : 031-8082-4245 http://changucchin.yangju.go.kr/ 안상철미술관 주소 : 경기 양주시 백석읍 권율로 905 문의 : 031-874-0734 http://www.ahnsangchul.co.kr/ 1.주변 음식점 산하식당 : 한우 / 양주시 백석읍 기산로 410 / 031-871-9271 조선곰탕 : 곰탕 / 양주시 덕정14길 46 / 031-857-1445 예뫼골 : 스테이크 / 양주시 장흥면 가마골로 442 / 031-855-1891 2.숙소 버킹검호텔 : 양주시 백석읍 기산로 462-1 / 031-871-9441 파인힐모텔 :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309번길 305-33 / 031-829-0711 호텔궁전 :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492 / 031-855-2900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5년 8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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