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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판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이율곡의 제자이자 송시열의 스승인 사계 김장생의 집이 논 옆에 가지런히 앉았다. 김장생은 사람 사는 도리를 중요하게 여겼다. 생활 속 실천 철학인 예학으로 동국18현에 추앙되어 문묘에 모셔졌다. 그가 살던 집 옆 논에 누렇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였다. 조선 중기, 당쟁이 본격화되면서 동서로 분당하고 남북으로 다시 갈라져 정국은 당파 싸움의 질곡으로 빠져들었다. 나라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정묘호란 등의 전쟁으로 초토화가 됐다. 그사이 광해군이 왕위에 올랐지만 인조는 광해군을 몰아내고 왕의 자리를 빼앗았다. 조선 건국 이후 이런 격변기는 없었다. 대내외적으로 요동치는 역사의 흐름을 몸소 겪은 사계 김장생(1548(명종3년)~1631(인조9년)) 앞에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의 선택은 예학이었다. 이율곡의 제자이자 송시열의 스승인 그는 도학과 성리학을 바탕으로 하는,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예학의 깃발을 올렸다. 인심(人心), 사람 사는 도리를 바르게 하는 것을 중심에 두었다. 윤리와 풍속의 기틀을 바로잡는 데 어질고 바른 도를 제시했다. 그것을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하려 했다. 김장생이 1602년 봄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지은 집이 지금의 사계고택이다. 1631년 8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인 1630년에 송시열은 83세 김장생을 모시고 학문을 배웠다. 사계고택 앞에는 410년 된 느릅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이 느릅나무는 사계 김장생의 생활을 다 보았을 것이다. 몇 시에 일어나서 몇 시에 잠자리에 들었는지, 아침 밥상에는 어떤 나물이 올랐으며 저녁 밥상의 국은 따듯했는지,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였으며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살아 있는 나무 한 그루 때문에 김장생의 생애가 바로 어제 만난 사람의 이야기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누렇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였다. 논 옆에 가지런하게 자리 잡은 기와집, 사계 고택으로 발길을 옮긴다. 안채와 사랑채, 안사랑채, 곳간채, 광채, 문간채, 행랑채 등이 있다. 이 중 전면 4칸, 측면 2칸의 사랑채가 사계고택의 중심 건물이다. 단순하면서도 수수하고 단아하다. 안채 쪽으로 들어가는 문의 턱이 높다. 안채 마당에 가을 햇살이 고즈넉하게 고였다. 햇살이 비치는 담벼락은 따듯해 보인다. 처마 기와의 그림자가 담벼락에 물결무늬를 만든다. 한옥의 아름다움은 이런 것에 있다. 서로 겹치면서도 서로를 단절하지 않고 어울리며, 그림자까지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준다. 집 곳곳을 돌아보다 ‘영당’ 앞에 섰다. 영당은 1631년 김장생이 죽은 뒤 그의 시신을 모셨던 곳이다. 영당을 마지막으로 보고 사계고택을 나왔다. 이어지는 여행 일정은 사계고택을 감싸고 있는 왕대산 산자락을 한 바퀴 도는 사계솔바람길 걷기다. 사계솔바람길은 사계고택에서 출발해서 왕대산 입구, 모원재와 정상 갈림길, 왕대산 정상, 쉼터바위, 이편한세상아파트 입구, 두계사 입구를 지나 출발 지점인 사계고택으로 돌아오는 약 3킬로미터 코스다. 사계고택을 나와서 큰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사계솔바람길 입구를 알리는 안내판이 나온다. 안내판 이정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이라고 하지만 가파른 오르막이나 험한 바윗길이 아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길을 걷는다. 아름드리 소나무의 위용은 아니지만 동네 사람같이 푸근하고 친근한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솔숲에는 솔 향 나는 솔바람이 언제나 분다. 그래서 소나무 숲이 좋다. 숲 속 오솔길은 호젓하다. 길도 외길이어서 길 잃을 염려도 없다. 처음 만나는 갈림길은 모원재와 정상으로 갈라지는 길이다. 정상으로 올라가면 된다. 갈림길에서 정상까지 가깝다. 정상에 오르니 원두막처럼 생긴 쉼터와 운동기구가 눈에 띈다. 나무 때문에 시원한 전망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정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계 김장생의 생애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안내판이다. 안내판에 적힌 글을 꼼꼼히 읽으며 김장생의 생애와 업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김장생이 살던 사계고택이 바로 이 산자락에 있으니 그 또한 오늘같이 선선한 바람 부는 가을 어느 날 이 길을 걸어 이곳에 올랐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산을 내려가는 발걸음이 올라올 때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사계솔바람길은 시야가 탁 트인 경치가 없는 게 흠인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의 풍경이 어느 정도 그 아쉬움을 달래준다. 그렇게 걷다가 김장생이 제자들과 담소를 나누던 곳이라는 내용의 안내판을 만났다. 쉼터바위다. 오솔길에 바위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김장생과 제자들도 이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리고 걷다가 이곳에 있는 바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겠지. 쉼터바위를 뒤로하고 길을 내려갔다. 더샾아파트, 이편한세상아파트 등으로 길이 갈라지는 데, 이편한세상아파트 쪽으로 발길을 놓는다. 조금 더 가자 이편한세상아파트 입구와 팔각정으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나왔다. 팔각정 쪽으로 향했다. 팔각정을 지나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두계사가 나왔다. 두계사에서 큰길로 내려서서 우회전하니 출발했던 사계고택이다. 원래는 1시간 코스라고 알려졌는데, 쉬면서 풀포기와 꽃에도 눈길을 주고 사진도 찍으며 천천히 걸으니 1시간 40분이 걸렸다. 늦은 오후에 출발했는데 도착해보니 사계고택 옆 논 위에 반달이 떴다. 사계고택(은농재) 주소 : 충청남도 계룡시 두마면 사계로 122-4 문의 : 042-840-2863(사계전시관 안내소) [이용 정보] 관람시간 09:00~18:00(동절기 17: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공휴일 익일, 명절(설, 추석) 관람료 없음 1.주변 음식점 귀빈돌솥밥 : 돌솥밥 / 충청남도 계룡시 서금암로 11 / 042-840-8801 연화식당 : 황기백숙·청국장 / 충청남도 계룡시 엄사면 연화동길 27 / 042-841-2677 연산할머니순대 : 순댓국밥 / 충청남도 논산시 연산면 황산벌로 1525 / 041-735-0367 2.숙소 명재고택 : 충청남도 논산시 노성면 노성산성길 50 / 041-735-1215 http://www.myeongjae.com/ 동학산장 : 충청남도 공주시 반포면 동학사1로 266-4 / 042-825-4301 http://dhsanjang.co.kr/ 글, 사진 : 장태동(여행 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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