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줄기가 사방으로 뻗어 내렸는데 그중 한 줄기가 국립서울현충원을 품고 있는 공작산이다. 한강대교 남단에 조선 22대 임금 정조의 효심이 어린 용양봉저정이 있다. 이곳은 서달산 기슭이다. 서달산 기슭 용양봉저정에서 시작해 공작산 기슭 국립서울현충원 안 산책로까지 대략 10km를 걷는다. 이 길은 역사의 길이며, 도심 속 소박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전망 좋은 길이다. 열다섯 살 어린 나이에 사도세자는 아버지 영조의 비호 아래 정치를 시작하게 된다. 당시 집권당은 노론, 그 배후에는 영조의 젊은 부인 정순왕후 김씨가 있었다. 나라를 경영하는 철학과 정치 신념이 달랐던 사도세자와 노론은 보이지 않는 정쟁을 일삼았다. 정치 초보인 사도세자 뒤에는 임금이자 아버지인 영조가 있었지만, 탕평책을 당대 최고의 목표로 내세운 터라 아들인 사도세자의 편을 무조건 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노론의 집요한 정치 공세에 결국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히는 신세가 됐고, 8일 만에 숨을 거두었다.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는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어린 나이였다. 노론은 어린 정조까지 제거하려 했다. 하지만 모든 고비를 넘긴 정조는 1776년 왕위에 오르게 된다. 왕이 된 정조는 동대문 답십리에 있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 ‘영우원’을 수원 화산으로 옮기면서 ‘현륭원’이라고 했다. 훗날 사도세자가 장조로 추존되면서 비로소 ‘융릉’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능’이란 왕의 무덤에만 붙이는 명칭이었으니 사도세자는 죽은 지 130여 년 만에 임금의 지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정조는 아버지의 능을 수원 화산으로 옮기면서 화산 부근에 있던 수원 관아와 민가를 팔달산 아래 지금의 수원 자리에 이주시키고 화성을 축조하기에 이른다. 화성은 당쟁의 폐해를 없애는 한편 강력한 통치력을 갖춘 왕도정치의 상징이자 당쟁에 희생된 아버지 사도세자의 넋을 기리고 그 혼을 살려 새 세상을 건설하려는 정조의 꿈이 담긴 곳이다. 정조는 재위 기간 중 화성을 30여 차례 찾았다. 그것은 아버지의 능을 찾아가는 길이었고, 새 정치의 출발지를 찾아가는 길이었으며,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위한 길이기도 했다. 정조는 이른바 ‘화성행차 준비위원장’을 영의정에게 맡겼다. 정조의 화성 행차에 동원된 신하와 군인들이 1,700여 명이었고, 행차 당일 임금의 뒤를 따르던 인원이 6,0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궁에서 나와 용산에 도착한 정조의 행렬은 한강을 건너야 했다. 한강에 배 500여 척을 띄우고 그 위에 1,000여 장의 널빤지를 얹었다. 이른바 ‘배다리’를 건넌 임금의 행렬이 점심을 먹으며 쉬었던 곳이 지금의 한강대교 남단 용양봉저정이다. 지금은 건물 하나밖에 없지만 당시에는 여러 채가 있었다고 전한다. 현재 용양봉저정 뒤편에 가면 당시에 쓰였던 주춧돌 등 석재가 남아 있다. 용양봉저정에서 약 600m 거리에 ‘서울의 우수 경관 조망 명소’가 있다. 조망 명소로 가는 길은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인데, 그 길에 개나리와 벚꽃이 활짝 피었다. 추억 속에나 있을 법한 골목길을 지나 도착한 곳에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거침없이 펼쳐진 광활한 풍경 속에 한강과 북한산도 있고 하늘공원도 보인다. 사방이 다 뚫려서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이 한시도 쉬지 않는다. 그 바람에 속까지 다 시원하다. 매년 가을 여의도 불꽃축제가 열리면 많은 사진가들이 이곳에 올라와 밤하늘에 펼쳐지는 불꽃의 향연을 카메라에 담는다. 작은 쉼터에 놓인 의자에 앉아 준비해간 따듯한 차를 마신다. 일행과 함께 풍경을 즐기면서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여유롭다. 조망 명소에서 중앙대 후문까지는 동네 뒷산의 소박한 자연을 즐기는 길이다. 간혹 찻길 옆 인도를 걸어야 하지만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기 때문에 차들이 걷는 기분을 망치지는 않는다. 고구동산을 지나는데 벚꽃이 만개를 넘어 져가는 중이다. 벚꽃이 지면 라일락이 시작되고, 그다음은 아카시아다. 이 길은 라일락과 아카시아 향기가 남아 있는 서울에서 몇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 중앙대 후문을 지나 서달산 자연관찰로로 들어선다. 솔숲길, 잣나무숲길, 야생초화원, 암석원 등이 차례로 나온다. 마을 뒷산 소박한 오솔길이지만 서울 도심에서 이런 길은 사막의 오아시스다. 가파른 오르막이나 험한 길이 없어 산책하듯 편안히 걸을 수 있다. 그 길에 봄꽃이 피어 축제를 벌인다. 개나리와 조팝꽃, 싸리꽃도 피었다. 노란 산수유가 낮에 뜬 별 같기도 하고 불꽃처럼 터지는 듯도 하다. 벚꽃과 홍매화는 화려하지만 땅바닥에 낮게 핀 제비꽃과 할미꽃은 천천히 걷는 사람들만 볼 수 있는 숨은 꽃이다. 서달산 정상 동작대에 도착한다. 정상이라고 해봐야 해발 179m.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도, 아빠 손을 잡고 온 아이들도 다 어렵지 않게 걷는다. 동작대 정자에 오르면 전망이 툭 트인다. 두 번째 조망 명소이다. 관악산 줄기와 연주대도 보이고 목동, 여의도, 안산,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 남산 등이 다 보인다. 전망을 즐기고 내려오는 길에 할미꽃과 제비꽃이 함께 피어 있다. 그 꽃들 앞에 앉아 꽃과 함께 봄 햇살을 즐긴다. 이런 여유라도 있어야 일상이 더 즐겁지 않겠는가!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동안 사당동과 반포 쪽 전망이 숲 사이로 간혹 보인다. 그리고 이 코스의 마지막인 현충원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온다. 그 계단에 서면 한강과 그 주변 풍경이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풍경을 감상하고 계단을 내려와 국립현충원으로 향한다. 국립현충원은 1954년에 착공한 뒤 그해에 무명용사탑과 무명용사문을 처음 건립했다. 이어 전사 또는 순직한 군인과 군무원이 안장되고, 순국선열과 국가유공자, 경찰관, 향토예비군 등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분들을 모셨다. 묘역별로 보면 대통령묘역, 임시정부요인묘역, 애국지사묘역, 무후선열제단, 국가유공자묘역, 장병묘역, 경찰묘역, 외국인묘역 등으로 구분돼 있다. 충열대에 오르면 전망이 좋다. 묘역이 자리한 곳은 아늑하다. 그 아늑한 품에 해마다 봄이면 갖가지 꽃들이 피어난다. 이때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꽃놀이를 즐긴다. 엄숙해야 할 국립현충원 묘역이 사람들 봄나들이 장소로 바뀐다. 그렇지만 여느 봄나들이 장소처럼 왁자지껄하지 않다. 다만 꽃들만큼은 다른 어떤 곳보다 화려하고 예쁘다. 국립현충원은 특히 수양벚꽃으로 유명하다. 냇가의 수양버들처럼 축축 늘어진 가지마다 화려한 꽃들이 활짝 피었다. 꽃이 쏟아지는 폭포 같기도 하고, 꽃으로 만든 장막을 펼친 듯하다. 그런 꽃들이 현충원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다. 현충원 안 산책로는 여러 갈래다. 산책로가 2km 정도 되니 마음 편하게 천천히 걸으면 된다. 눈을 들어 묘역을 감싸고 있는 산줄기를 바라보면 희고 노란 꽃들이 신록과 어울려 파스텔톤 봄을 완성하고 있다. <걷기 코스> 지하철 9호선 노들역 3번 출구 → 용양봉저정 → 동작실버센터 → 우수 경관 조망 명소 → 본동종합사회복지관 → 동작충효길 → 고구동산 → 중앙대 후문 → 서달산 자연관찰로 → 동작대 → 동작역 → 국립현충원 1.찾아가는길 전 코스 걷는 길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시작 지점은 지하철 9호선 노들역 3번 출구, 끝나는 지점은 지하철 4‧9호선 동작역을 이용하면 된다. 2.주변 음식점 호남숯불갈비 : 돼지갈비 / 동작구 흑석로13나길 7 / 02-814-9413 새마을식당(이수점) : 연탄불고기 · 돼지김치찌개 / 동작구 동작대로27다길 10 / 02-593-3392 http://www.newmaul.com/newmaul/index.asp 엘림성 : 해물누룽지탕 · 황제짬뽕 / 동작구 노량진로 100 CTS멀티미디어센터 13층 / 02-6333-5300 3.숙소 렉싱턴호텔 : 영등포구 국회대로76길 16 / 02-6670-7000 http://www.thelexington.co.kr/kor/index.asp 글, 사진 : 장태동(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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