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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덕유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은 거창의 숲과 바위 사이로 굽이칩니다. 솔바람이 부는 장풍숲을 지나 너른 암반이 펼쳐진 수승대에 닿고, 계류를 내려다보는 용암정에서 고요히 머뭅니다.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짓고 마음을 다스렸던 옛사람들의 풍류를 따라 거창으로 갑니다. ★ 거창 풍류 여행지 ★ - 장풍숲: 위천의 물길과 솔바람이 감싸는 마을숲 - 거창 수승대: 거북바위와 옛 선비의 시문이 남은 명승 - 용암정(거창): 계곡 절벽 위에서 자연을 품은 고즈넉한 정자 장풍숲은 장풍교 아래로 흐르는 위천 한가운데에 자리합니다. 덕유산에서 흘러내린 물길이 빚은 솔숲으로, 멀리서 바라보면 수백 그루의 소나무가 모여 하나의 푸른 섬을 이룬 듯합니다. 장풍교를 건너면 숲 안쪽으로 보행로가 이어지고, 얕은 물길과 둥근 바위가 어우러진 수변 풍경이 펼쳐집니다. 숲에 들어서면 제각기 굽고 기울어진 소나무 줄기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거친 나무껍질과 짙은 솔잎, 바닥을 덮은 푸른 풀이 서로 다른 질감을 이룹니다. 높은 가지와 잎이 넓은 그늘을 드리우고, 그 사이로 스민 햇빛은 숲 바닥에 밝고 어두운 무늬를 그립니다. 흙길과 잔디 쉼터, 벤치가 소나무 사이에 놓여 있어 솔바람과 물소리를 가까이에서 느끼며 천천히 걸을 수 있습니다. 장풍숲은 아름다운 경관에 머물지 않고 마을 사람들의 삶과 맞닿아 있던 숲입니다. 한여름이면 들일에 지친 농부들이 나무 그늘에서 땀을 식혔고, 옛 원학동 선비들은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짓고 풍류를 즐겼습니다. 생활 속 휴식처이자 시와 노래, 그림이 어우러진 원림이었던 셈입니다. 거창 출신의 조선 시대 문신 동계 정온도 장풍숲의 풍경을 보고 〈장풍로상(長風路上)〉라는 시를 남겼습니다.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 앞산의 구름과 안개는 마을의 연기와 뒤섞이고 냇가에는 늙은 어부가 머물렀습니다. 정온은 그 고요한 모습을 두고 “어옹은 도롱이가 젖는 줄도 모르고, 갈대꽃 곁에서 백로와 함께 조는구나”라고 읊었습니다. 오늘날 위천의 물길과 소나무 군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모습을 바라보면, 옛 선비가 마주했던 아늑한 정취가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장풍숲 - 주소: 경상남도 거창군 마리면 송계로 12 - 문의: 055-940-3926 장풍숲에서 위천의 물길을 거슬러 오르면 거창 수승대에 닿습니다. 원학동 계곡 한가운데 너른 화강암반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맑은 물이 굽이쳐 흐릅니다. 매끈한 너럭바위와 짙은 소나무숲이 물길을 감싸고, 계곡 중심에는 수승대의 상징인 거북바위가 자리합니다. 이곳은 자연경관과 오랜 기록문화가 조화를 이룬 가치를 인정받아 명승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거북바위는 물 위에 떠 있는 거북을 닮아 붙은 이름입니다. 넓고 낮은 바위 위에는 여러 그루의 소나무가 뿌리를 내렸고, 암면에는 크기와 서체가 서로 다른 글씨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수승대를 찾은 문인과 선비들이 남긴 시문과 이름입니다. 흐르는 물과 바람이 바위의 형태를 다듬었다면, 사람들은 그 위에 자신이 마주한 풍경과 감흥을 기록했습니다. 자연이 만든 바위에 여러 시대의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이곳은 본래 ‘수송대(愁送臺)’라 불렸다고 전합니다. 퇴계 이황은 근심을 보낸다는 뜻의 수송대 대신 경치가 뛰어남을 뜻하는 '수승대(搜勝臺)'라는 이름을 시로 써 권했고, 이에 갈천 임훈 선생이 화답시를 남기며 새로운 이름이 널리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시와 새 이름이 전해지면서 수승대는 선비들이 산수를 감상하고 시문을 나누는 풍류 공간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거북바위에 가득한 각자는 수승대를 향한 옛사람들의 발길이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지를 보여줍니다. 계곡 건너 소나무숲과 너럭바위가 만나는 자리에는 요수정이 서 있습니다. 조선 시대 학자 요수 신권이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에서 비롯된 정자입니다. 자연 암반을 인위적으로 깎거나 다듬지 않고 그 원형을 그대로 안고 서 있어, 정자가 계곡 풍경 속에 유연하게 녹아듭니다. 마루에 오르면 붉은 기둥과 채색한 난간 사이로 계류와 너럭바위, 소나무숲이 한 폭씩 나뉘어 들어옵니다. 처마 안쪽에는 다채로운 단청과 시문 현판이 이어지고, 모서리의 서까래는 부챗살처럼 정교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건축의 세부를 살핀 뒤 난간 너머로 시선을 옮기면 물과 바위, 숲이 정자의 일부처럼 어우러집니다. 자연을 바라보며 학문을 닦고 시문을 나누었던 누정의 성격이 공간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수승대의 풍경은 출렁다리에서 한층 넓게 펼쳐집니다. 계곡 위 약 50m 높이에 놓인 보행 현수교로, 다리 위에서는 원학동 계곡과 이를 둘러싼 산림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발아래가 비치는 금속 격자형 보행판을 따라 걸으면 다리가 가볍게 흔들리고, 바위 사이를 굽도는 물길이 멀리까지 이어집니다. 거북바위와 요수정에서 만난 옛 풍류가 출렁다리의 탁 트인 조망으로 확장되며, 수승대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보여줍니다. 거창 수승대 - 주소: 경상남도 거창군 위천면 은하리길 2 - 이용 시간: 시설별로 다르기 때문에 홈페이지 참조 - 문의: 055-940-8530 수승대에서 위천의 물길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면 용암정에 닿습니다. 울창한 숲 사이로 맑은 계류가 흐르고, 물가의 너른 암반 위에는 기와지붕을 얹은 정자가 우뚝 서 있습니다. 인공적으로 평평한 터를 조성하는 대신, 바위의 울퉁불퉁한 굴곡을 따라 기둥 길이를 절묘하게 조율하여 세운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정자와 암반, 물길, 수림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산수화를 이룹니다. 용암정은 조선 후기 학자 임석형이 위천의 아름다운 풍경을 가까이 누리고자 세운 정자입니다.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중층 누각으로, 겹처마 팔작지붕이 깊고 유려한 곡선을 그립니다. 자연석 위에 놓인 낮은 누하주(누마루를 받치는 아래층 기둥)와 처마 끝을 받치는 가느다란 활주(처마 끝을 받치는 보조 기둥)에서는 자연 지형을 살리면서 건물을 안정적으로 세운 옛 건축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정자 뒤편에 놓인 투박한 나무 계단을 오르면 누마루가 펼쳐집니다. 평면은 중앙 뒤쪽에 온돌방을 두고 나머지 세 면을 마루로 둘렀습니다. 온돌방 사방에 문을 달아 필요할 때 활짝 열 수 있도록 구성한 점도 눈길을 끕니다. 문을 열면 방과 마루의 경계가 옅어지고, 위천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정자 안쪽까지 시원하게 스며듭니다. 굵은 기둥과 보, 촘촘한 서까래가 드러난 천장에서는 단정하면서도 견실한 목조 구조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처마와 보 사이에는 모두 같은 ‘용암정(龍巖亭)’ 세 글자를 새긴 여러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한 편액은 획이 반듯하고 또렷한 해서에 가까워 글자를 쉽게 알아볼 수 있지만, 다른 편액은 전서풍의 예스러운 글씨를 담았습니다. 전서풍 글씨는 획을 길게 늘이거나 둥글게 굽히고, 좌우 균형을 장식적으로 다듬어 익숙한 한자도 그림처럼 낯설게 보입니다. 같은 세 글자가 서체에 따라 전혀 다른 문양처럼 변하는 모습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편액의 크기와 바탕색, 글씨의 굵기까지 하나씩 살피다 보면 용암정에 깃든 다채로운 서예미도 만날 수 있습니다. 용암정의 진가는 누마루에 앉아 계곡을 바라볼 때 선명해집니다. 낮은 난간 너머로 투명한 물이 너럭바위 사이를 미끄러지듯 흐르고, 수면 아래의 돌과 황갈색 암반까지 또렷하게 비칩니다. 처마와 기둥은 바깥 풍경을 여러 폭의 화면처럼 나누고, 물소리와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은 그 장면에 생기를 더합니다. 자연을 멀리 두고 감상하는 대신 건축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인 누정의 아름다움이 오롯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용암정(거창) - 주소: 경상남도 거창군 용문들길 103-21 - 문의: 055-940-3431 ※ 위 정보는 2026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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