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 한 신문사에서 조사한 한국의 100대 재벌 중 30여 명이 한 마을의 작은 초등학교 출신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믿어지지 않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진주 동쪽의 지수면에 자리한 승산마을은 국내 굴지의 재벌들을 탄생시킨 마을이다. LG가와 GS가의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한 승산마을이란 대체 어떤 곳일까? 진주는 예부터 물자가 풍부했다. 더불어 양반이 많아 조선시대에는 정승을 11명이나 배출했고, 양반문화와 교방문화가 발달했던 지역이다. 안동이 양반문화로 유명하지만 정승 배출은 2명이라는 점에서 진주의 세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만큼 풍수지리와 지기가 좋다는 말도 된다. 옛 시대의 영화를 일일이 논할 것도 없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한국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굴지의 재벌들이 나왔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진주시 지수면은 868세대 1,797명이 살고 있는 한적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승산마을은 LG와 GS 계열 창업주의 생가가 몰려 있는 보기 드문 한옥마을이다. LG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생가를 비롯해 LIG 구자원 회장 생가, 쿠쿠전자 구자신 회장 생가가 있고, GS 창업주인 허준구 회장 아들인 허창수 현 회장 생가, 알토전기 허승효 회장 생가, 삼양통상 허정구 전 회장 생가 등 일일이 이름을 열거하기도 벅찬 대기업 회장들의 생가가 12채나 들어앉아 있다. 이외에도 LG 구자경 회장의 외가와 GS 집안 종가도 이 마을에 있다. 한국의 부자들을 배출한 마을은 어떤 특별한 기운을 안고 있는 걸까? 풍수지리로 보면 마을 뒤에 산이 있고 앞으로 물이 흐르는 영락없는 배산임수 지형이다. 방어산을 배경으로 남강이 휘감아 흐른다. 하지만 전국에 배산임수 지형이 많고 많은데 승산마을에 유독 부자가 번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만석꾼도 3대를 넘기지 못한다는 말은 승산마을에서만큼은 사실이 아닌 듯하다. 대대로 아무리 부를 누려왔어도 시대의 흐름을 좇아가지 못하면 부자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승산마을이 부자마을을 이루고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형제애와 가족애 때문은 아니었을까. 구씨와 허씨의 집성촌이라는 점이 눈에 띄는 것도 그 때문이다. 승산마을에서 큰길 하나를 건너면 지수초등학교가 있다. 이 학교의 이력도 승산마을 못지않다. LG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과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지수초등학교 동기다. 이병철 회장이 어린 시절 매형인 허순구 씨 댁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머물렀기 때문이다. 1980년대 한국의 100대 재벌 중 30명이 지수초등학교 출신이라는 신문기사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놀라운 사실이다. 현재는 마을에 학생이 없어 폐교가 되었지만 지수초등학교의 지기도 승산마을에 뒤지지 않는 듯하다. 아이들이 없어 휑한 학교에 들어서니 제법 규모가 있는 체육관이 눈길을 끈다. 지수초등학교 출신 기업인들이 기증한 건물이다. 모교가 폐교되는 것을 안타까워한 기업인들이 한때 지수초등학교 입학생에게 무조건 장학금을 지급할 정도로 학교에 애정을 쏟았지만 어린이 없는 농촌의 현실까지 변화시킬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풍수지리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고 지기가 사람의 운명을 얼마나 좌우하는지는 몰라도 놀라운 사실 하나가 더 있다. 인근 지역인 의령의 정암강에 가마솥을 닮았다는 솥바위(정암)가 있는데, 이를 기점으로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 생가와 LG그룹 구인회 회장 생가, 또 효성그룹 조홍제 회장의 생가가 20리라는 같은 거리차를 두고 자리했다는 점이다. 200년쯤 전 한 도인이 남강을 건너다가 정암을 중심으로 20리 안에서 큰 부자 3명이 나올 거라고 예언했다는 사실도 놀랍다. 아무래도 승산마을이 남다른 기운을 가지고 있기는 한 모양이다. 그 부자의 기운을 받으며 승산마을을 한 바퀴 돌아본다. 일제강점기에는 150여 채의 기와집이 있었는데 현재는 약 50여 채만 남아 있다. 대부분 재벌가에서 관리하는 집들이라 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승산마을에 응집된 풍요의 기운을 받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그래도 지수초등학교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어 그나마 서운한 마음을 달랜다. 아이들 장난치듯 재미삼아 학교 입구 앵두나무에서 앵두를 따 먹어본다. 보이지 않는 부의 기운을 받기라도 하듯 남다른 기운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이밖에도 지수면에는 해발 531m의 방어산, 경상남도 문화재자료로 등록된 청원리 이씨 고가, 청원리 이세후 종가를 비롯해 경상남도 유형문화재로 등록된 압사리 용강서당과 동강선생문집책판 등을 돌아볼 수 있다. [승산마을] 주소 : 경상남도 진주시 지수면 지수로 483 문의 : 055-749-2616(지수면사무소)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지수IC에서 지봉, 사봉 방면으로 우회전. 남해고속도로를 따라 900m쯤 가면 승산마을이 나온다. * 대중교통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282번, 283번 버스를 타고 사봉삼거리에서 003번, 004번 지수행 버스로 갈아타고 지수삼거리나 지수중학교에서 내린다. 2.식당 삼삼삼계탕 : 삼계탕 / 경남 진주시 지수면 지수로 463 / 055-754-5566 정원숯불갈비 : 갈비 / 경남 진주시 지수면 지수로 430 / 055-754-9292 3.숙박 발렌타인모텔 :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 119 / 055-759-3491 신궁모텔 : 경남 진주시 진성면 동산길 114 / 010-5322-4670 4.기타 여행정보 진주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 tour.jinju.go.kr - 글, 사진 : 이송이(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조회수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창작된 은(는) 공공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 피사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 일반 정서에 반하는 용도의 사용 및 기업 CI,BI로의 이용을 금지하며, 상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제3자간 분쟁에 대해서 한국관광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