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라는 것은 묘하게 추억과 맞닿아 있다. 익숙한 공간의 연장선상에서 ‘끝’은 아련한 기억을 만들어낸다. 강릉의 정동진은 이미 오래전 추억 만들기의 대명사로 굳어졌고, 장흥 남포마을의 정남진 역시 영화 <축제>의 배경이 된 사연 등이 덧씌어져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도 새로운 추억 명소가 생겼다. 바로 인천 서구 정서진이다. 정동진과 정남진은 옛날 임금이 살던 서울 광화문을 기점으로 국토의 정동쪽과 정남쪽 끝에 위치한 바닷가 나루터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정서진은 광화문의 서쪽 끝으로 뭍이 끝나는 지점이자 나루터다. 정서진은 광화문 도로원표인 위도 37도34분08초와 정서쪽으로 일치하는 곳으로 광화문에서 정확하게 34.526km 떨어져 있다. 정서진 얘기가 최근 느닷없이 불거져 나오는 게 의아할 수도 있다. 정서진은 경인 아라뱃길의 시발점과 맞물려 있다. 경인 아라뱃길의 개장과 연계해 2011년부터 인천 서구에서 발굴한 관광명소다. 정동진이 기차역과 드넓은 모래사장으로 채워져 있고, 정남진이 외딴 어촌마을의 풍취가 짙다면 정서진은 뱃길이 오가는 갑문과 여객선터미널이 있는 다소 생경한 모습이다. 아련한 포구 정도를 예상하고 정서진에 도착했다면 말끔하게 단장된 주변 정취가 이채롭게 다가선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높이 솟은 전망대, 퇴역 함정을 개조한 박물관 등이 시선을 우선 사로잡는다. 영종대교 아래로는 갯벌이 하염없이 펼쳐져 있고, 영종도 위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이 간간히 보인다. 정서진을 알리는 이정표는 그 번잡함 사이에 다소곳하게 들어서 있다. 정서진이 아직 세간에 덜 알려졌다는 사실은 현지 사람들의 전언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근무하는 직원들도, 아라뱃길에 자전거 타고 놀러왔다는 사람들도 정서진의 존재와 상징물 등에 대해서는 낯선 표정이다. 광장과 선착장이 혼재된 넓은 공간에서 조우하는 정서진의 상징 조형물은 흰 돌덩어리처럼 생긴 노을종이다. 노을종은 서해안의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낸 조약돌의 형태를 띠고 있다. 낙조가 번질 때 노을종 사이로 해가 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노을종에는 ‘끝’보다는 ‘새출발’의 의미가 담겨 있다. 노을종 옆으로는 노을벽이 마련돼 있다. 조그마한 종이 빼곡하게 매달린 야외 벽은 정서진을 찾아온 방문객들이 추억과 새출발을 직접 새기는 체험공간이다. 노을벽은 사랑, 행복, 소망, 설렘, 우정, 낭만 등 6개의 주제가 담긴 벽에 종을 매달 수 있도록 구성됐다. 세계의 추억 명소에 자물쇠를 매다는 것과 흡사한 정경이다. 종에는 실제로 다양한 글귀들이 적혀 있다. 노을벽 바닥에 새겨진 피아노는 바다와 관련된 다양한 소리를 윙윙 쏟아낸다. 노을벽 뒤로는 상단부에 해의 모습을 형상화한 정서진 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그 뒤로는 영종대교를 배경으로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들이 돌아간다. 바다와 맞닿은 공간에 선 시비에서 정호승 시인은 ‘정서진’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벗이여 눈물을 그치고 정서진으로 오라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다정히 노을 지는 정서진의 붉은 수평선을 바라보라 해넘이가 없이 어찌 해돋이가 있을 수 있겠는가 해가 지지 않고 어찌 별들이 빛날 수 있겠는가 정서진이 운치를 더하는 것은 단순히 지리적 위치뿐 아니라 이곳에 얽힌 사연도 한몫을 한다. 정서진 일대는 고려시대에 ‘장모루’라는 지명으로 불렸다. 남부 지방에서 고려의 왕도인 개경으로 가는 나그네들이 하루 묵어가는 곳이었다. 당시 전라도에 사는 대갓집 아들이 과거를 보러 가면서 이곳 여각(여관)에 묵었는데, 여각집 딸과 서로 첫눈에 반해 정서진의 노을을 보며 사랑을 다짐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이 전설을 바탕으로 인천 서구청은 연인들의 프러포즈 공간이나 사랑을 맹세하는 장소로 정서진을 이용해주기를 권하고 있다. 일몰은 못 보더라도 사랑을 맹세하기에는 제법 운치 있는 장소들을 갖췄다. 광장 옆으로는 수로를 따라 나무데크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그 옆으로는 풍력발전기가 보기 좋게 돌아간다. 아라뱃길, 영종도 갯벌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라타워 전망대도 우뚝 솟아 있다. 전망대 위층에는 카페가 들어서 있다. 이 카페는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일대 낙조를 가장 확연하게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포인트이다. 반대편 공간은 야외 데크로 유리창 없이 마주하는 풍경은 이곳이 한결 우월하다. 정서진에는 가족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공간들도 들어서 있어 봄나들이를 부추긴다. 아라뱃길에서 만나는 함상공원은 30여 년간 활약하다 퇴역한 해양경비함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공간이다. ‘해경1002함’은 퇴역 전 서해 훼리호 침몰 구조, 천안함 승조원 구조 등의 활약을 펼친 전설의 함정이다. 아라타워 1층에 마련된 아라뱃길 전시관 또한 실제 체험이 가능한 다양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함상공원과 전망대, 체험관 등은 입장이 모두 무료이다.정서진 여행은 검암역까지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서울역, 공덕역, 홍대입구역과 연계돼 20~30분이면 닿는다. 검암역에서는 순환버스로 환승하면 된다. 아라뱃길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정서진까지 자전거길을 이용해 닿을 수 있다. 정서진 광장에서 자전거 대여도 가능하다. 해가 저물면 노을종에서 4중주 연주 퍼포먼스가 펼쳐지며, 매년 마지막날에는 해넘이축제도 열린다. 정서진 주소 :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 아라인천터미널 정서진광장 문의 : 032-560-5930 www.정서진.com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인천공항고속도로 청라IC → 청라경제구역 → 아라인천터미널 * 대중교통 인천공항철도 검암역 하차, 순환버스 77-1번 이용 2.주변 음식점 카페아라 : 피자, 스테이크 / 서구 경인아라뱃길 아라인천터미널 전망대 24층 / 032-564-4501 추장군 : 장어, 추어탕 / 서구 경명대로263번길 16 / 032-568-7738 고루 : 한정식 / 서구 승학로 386 / 032-569-4886 3.숙소 포시즌관광호텔 : 서구 탁옥로33번길 15 / 032-566-5741 카네기관광호텔 : 서구 탁옥로51번길 13-9 / 032-562-0511 초이스관광호텔 : 서구 탁옥로 / 032-564-3833 글, 사진 : 서영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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