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이 집이여?” “우물이야. 지금 물 뜨러 가려고.” “우물인디 뭔 거시기가 있어?” “채양.” “채양 덮었다고? 우린 안 덮었어. 물이 엄청 많이 나와서 물도 좋고. 물이 많이 낭게. 그 동네서 두 갠가 세 갠가로 다 묵고 살았어.” “그땐 그렇게 물이 맑고 좋았어요. 그대로 먹어도 너무 시원하고. 그때 샘은 위험하다고 애기들 못 가게하고 그랬잖아. 빠져 죽은다고.” 향교리 아티스트의 정기 모임이 있는 날, 대담미술관에 모인 할매들의 수다가 무르익는다. ‘고향’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려다 친구의 옛 기억까지 함께 더듬는다. 스케치 속도가 더뎌도 아무도 나무라는 사람이 없다. 예술이란 모름지기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에. 향교리는 담양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그 유명한 죽녹원과 관방제림, 향교가 이 마을 안에 있다. 징검다리 건너 맞은편 객사리에는 국수거리가 있다. 인근 죽물시장 상인들이 배부르게 먹을 만한 것으로 싸게 내다 팔던 음식이 어느덧 지역 명물이 됐다. 때문에 향교리라는 이름은 모르더라도 죽녹원, 관방제림, 국수거리 셋 중 하나만 알면 대략의 위치와 생김새를 짐작할 수 있다. 야트막한 산과 평온하게 흐르는 강,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어우러진 그 모습이 우리가 어릴 때부터 도화지에 습관처럼 그리던 마을과 똑 닮았다. 그런 이유인지 죽녹원을 둘러보고 나온 사람 중 열에 여덟은 이끌리듯 마을 안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대나무 공예품과 먹거리를 파는 상점이 마을 입구와 연결되는 길 생김새도 인파 유입을 거든다. 보통 시골마을과 크게 다를 것 없는 풍경이 일순간 특별해지는 시점은 향교리 마을회관부터다. 삐뚤빼뚤 어설픈 솜씨로 그려진 타일 벽화들이 마을회관 앞 게시판을 장식해 절로 눈길이 간다. 주로 꽃과 나무, 나비를 담은 귀여운 그림들이다. 김금복, 박정순 등 작가들이 직접 새긴 이름에서 연륜을 짐작할 수 있다. 마을회관 맞은편 주택 외벽은 향교리 마을 지도가 그려져 있다. 영산강과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자연 환경은 물론 각 가구들의 외관 특색을 그대로 옮겨놓아 번갈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길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각 집마다 문패처럼 내걸린 타일 작품을 만나게 된다. 그림체는 어설플지언정 함께 써내려간 문구들이 마음을 간지럽힌다. “임원택 남편 오세요” “여름이 가부렀네” “죽순 조하” “우리 손주들 겅강하여라” 아, 이곳은 한 뼘 타일로 이야기를 만드는 예술마을이로구나. 갑자기 외할머니를 만난 듯 마음이 포근해진다. 이 귀여운 작가들의 정체가 궁금해질 무렵이면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던 발걸음이 한 장소에 모인다. 향교리 예술의 시작과 끝을 볼 수 있는 미술관 겸 카페, 대담이다. 광주교대 미술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정희남 관장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땅을 구입해 손수 꾸린 공간이다. 교육자인 그가 목표 실현을 위해 선택한 일은 마을 사람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림의 ‘그’자도 모르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색연필을 쥐어주는 일은 분명 어려웠지만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을 이루고 얻었다. 고정적으로 활동하는 향교리 아티스트 7인을 탄생시키고 그들을 중심으로 예술마을을 꾸린 것이다. 향교리 아티스트는 대담과 가장 가까운 골목인 언골길에 사는 어르신 7명으로 구성돼 있다. 할매들은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 적게는 한 달에 한 번 대담으로 모였다. 정 관장뿐만 아니라 그의 언니인 정춘희 대담 대표와 큐레이터도 매번 자리를 함께했다. 그들은 그림 주제를 정해주거나 실질적인 조언을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이라 함은 역시 말동무였다. 어떤 날은 그림을 그리지 않고 온종일 막걸리를 마시며 사는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할매들은 수다를 통해 이야깃거리를 찾고 그것을 그림으로 옮겼다. 할매들은 그림을 배우는 동안 사계절의 흐름을 느끼고 ‘봄날 연두’와 ‘여름 초록’의 차이를 깨달았다. 하나의 사물을 두고 개성 있게 표현하는 방법도 고민 했다. 그림 주제도 앞마당에 핀 꽃에서 아끼는 물건, 사랑하는 손주로 점차 확장됐다. 그렇게 기교 없이 완성된 그림들은 대담과 작가의 집 담벼락에 전시됐다. 평생 남편 이름만 덩그러니 적혀 있던 문패 옆에 할매 이름이 적힌 그림이 나란히 걸린 광경은 지금껏 어느 벽화마을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완전히 다른 감흥을 선사했다. 정 관장의 바람대로 대담과 더불어 각 가정집이 하나의 갤러리로 기능하며 서로 다른 존재감을 갖게 된 것이다. 아직 시작단계지만 각 갤러리는 ‘한켠갤러리’ 라는 이름으로 향교리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담은 현재 향교리 아티스트의 작품 활동을 지지하기 위해 내부 갤러리에 작품 전시회를 개최하는 한편 건축학교 등을 운영하며 소수단체 및 지역사회에 색다른 체험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담으로부터 퍼져나간 예술혼의 영향인지, 2015년 이이남 아트센터와 담빛예술창고가 차례로 문을 열었다. 이이남 아트센터는 죽녹원에, 담빛예술창고는 향교리와 마주한 이웃마을 객사리에 위치한다. 대담에서 걸어가면 이이남 아트센터는 약 10분, 담빛예술창고는 약 20분 만에 닿을 거리다. 두 곳 모두 개성 넘치는 예술전시 공간이라 따뜻한 차 한 잔과 더불어 쉬어가기 좋다. 이이남 아트센터에서는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된 명화들을 디지털 액자로 감상할 수 있다. 김홍도의 <묵죽도>와 조익의 <청죽도>부터 앤디워홀의 <신마릴린먼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우는 여인>까지, 다양한 동서양 거장들의 작품이 살아 움직인다. 짧게는 3분, 길게는 20분의 런닝타임이 있으므로 여유롭게 둘러보길 권한다. 담빛예술창고는 폐창고로 방치되고 있던 양곡창고를 업사이클링한 갤러리 겸 문예카페다. 개관 준비 당시부터 직·간접적으로 정희남 관장의 손길이 닿은 곳이기도 하다. 언뜻 보더라도 규모가 큰데 오른쪽 건물은 문예카페로, 왼쪽 건물은 전시공간으로 사용중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첫째, 넷째 월요일과 추석, 설날 당일은 휴관이다. 카페에 시간 맞춰 방문하면 고가의 대나무 파이프오르간 연주도 들을 수 있으니 미리 방문해 차 한 잔 주문하고 기다리는 센스가 필요하다. 대나무 파이프 오르간은 주말 및 공휴일 3:00~3:30, 화요일, 목요일 2:00~2:30에 연주된다. 담양의 핫플레이스라 언제나 젊은 여행자들로 붐비지만 주차장과 실내가 널찍해 큰 불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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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주소 :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언골길 5-4 -문의 : 061-380-0081,061-380-0082 죽녹원 -주소 :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죽녹원로 119 -문의 : 061-380-2680 http://www.juknokwon.go.kr/ 주변 음식점 -옥빈관 : 옥빈관 정식/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죽녹원로 97/ 061-382-2584 -승일식당 : 숯불돼지갈비/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중앙로 98-1/ 061-382-9011 -떡갈비본가 : 한우떡갈비/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중앙로 91/ 061-383-6692 숙소 -대나무이야기호텔 :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추성로 1346/ 061-382-1335 http://www.대나무이야기.kr/ -파레스모텔 :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죽향문화로 200/ 061-381-6363 http://www.paras.kr/ 제공 : 한국관광공사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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