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는 길, 마음은 몸보다 먼저 고향 집에 닿았다. 그리운 얼굴과 마주 앉아 어린 시절을 추억할 때 술은 떨어져 있던 시간을 풀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는 지역마다 맛과 향이 다른 전통주가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에 보면 젊은 시절 마신 술 얘기가 나온다. 그가 즐겨 마신 술이 청명주다. 이익이 좋아한 청명주 앞에는 ‘중원’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중원은 충주 지역에 있던 옛 지명이다. 지금도 충주시 가금면 창동에 대를 이어 청명주를 빚는 양조장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잠시 맥이 끊겼지만, 누대에 걸쳐 창동에서 터를 닦고 살아온 김영기 옹이 집안에 전하는 《향전록》을 바탕으로 1986년 청명주를 복원했다. 지금은 그의 아들 김영섭 씨가 청명주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되어 4대째 청명주를 빚고 있다. 창동은 조선 시대 강원도와 경상도, 충청도 일대에서 거둬들인 세곡을 한양으로 나르는 조창이 있던 포구다. 충주댐이 들어서기 전에는 남한강의 물길을 이용해 한양으로 오가는 배가 많았다. 조선 시대에는 과거를 보러 가는 경상도 선비들이 문경새재를 넘어 이곳에서 배를 탔다. 사람과 물산이 모이는 나루터라 항시 시끌벅적했고, 자연히 먼 길 떠나는 나그네가 목을 축일 수 있는 청명주가 사랑을 받았다. 창동에서 마신 청명주가 문경새재에 가서 깬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청명주는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음력 3월)에 마시는 절기주다.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으면 100일이 걸린다. 술이 익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깊은 곡주 향과 맑은 빛깔이 그만이다. 예전에는 추운 겨울에 술을 담가 청명에 개봉하고, 용수를 박아 청주를 떴다. 청명주 빚는 방법은 《성호사설》 《청명주변증설》 등 문헌에 나오지만, 김영섭 씨는 집안에 전하는 《향전록》을 바탕으로 빚는다. 재료는 찹쌀과 밀 누룩이 전부다. 통밀을 가루 내어 물 대신 청명주로 반죽한 뒤 지름 10~12cm 크기로 뭉쳐 누룩을 띄운다. 누룩이 준비되면 본격적으로 술을 빚는다. 누룩, 물, 찹쌀 죽을 항아리에 담아 밑술을 만든다. 밑술에 찹쌀지에밥을 만들어 두 번에 걸쳐 덧술을 한다. 100일이 지나면 청명주가 완성된다. 잘 숙성된 청명주는 두 가지 향이 난다. 누룩의 독특한 향과 과일 향이다. 찹쌀과 밀 누룩 외에 들어가는 재료는 물이 전부인데 어떻게 과일 향이 날까? 누룩의 밀 껍질 성분이 발효되면서 생성되는 향기다. 그래서 전통주를 마실 때는 반드시 향을 맡아봐야 한다. 전통 방식으로는 100일이 걸리는 청명주지만, 시설이 현대화된 요즘은 30일이면 빚을 수 있다. 온도 조절이 가능해서다. 현대화되었다고 해도 술을 빚는 일이 쉽지는 않다. 김영섭 씨는 “청명주는 알코올 도수, 맛, 향이 만들 때마다 다르다”고 말한다. 발효실 온도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해도 술이 발효되는 온도가 시기, 날씨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 빚을 때는 한시도 소홀할 수가 없다. 예전 어른들은 “술은 빚는 사람의 성격을 닮는다”고 했다. 술을 빚는 사람의 성격이 급하면 맛이 쓰고 퀴퀴한 누룩 냄새가 나지만, 술을 빚는 사람의 성격이 유순하면 맛도 부드럽고 달짝지근하며 좋은 향기가 난다는 것이다. 청명주를 통해 우리의 전통주를 접했다면 세계의 술과 만나보자. 술박물관 리쿼리움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술의 전통과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이다. 와인의 역사부터 세계 각국에서 만들어지는 와인과 제조법, 보관법 등 와인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맥주관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술인 맥주의 역사와 문화를, 증류주관에서는 브랜디나 위스키 등 증류주의 발전 과정을 알아보고 실제 유럽에서 사용하던 각종 증류기를 볼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오크통관이다. 와인, 브랜디, 위스키 등의 저장과 숙성, 운반에 사용되던 오크통을 전시하는데, 위스키가 오크통에서 숙성되며 향과 빛깔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술 문화도 엿볼 수 있다. 리쿼리움 옆에는 남한강가에 중원탑평리칠층석탑을 중심으로 중앙탑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니 강변산책을 겸해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술 기행을 마치면 아이들과 함께 신나는 자연·문화 체험을 떠나자. 충주행복숲체험원은 자연휴양림, 목재문화체험장, 생태숲 등이 어우러진 생명 공간이다. 먼저 목재문화체험장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얼굴 인형, 나무 목걸이 등을 만든다. 준비된 재료를 이용하고 어렵지 않아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단 체험은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가능하니 시간을 맞춰야 한다. 모노레일을 타고 숲 속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재미있다. 산책로가 없는 숲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삼림욕을 즐기는데, 왕복 30분이 소요되는 하프 코스와 한 시간이 소요되는 풀코스가 있다. 직접 숲길을 걷고 싶다면 산책로를 이용한다. 예그린팜은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예쁜 그림이 그려진 벽화 거리를 걷고, 새송이버섯 농장에서 버섯 따기 체험을 하고, 80년 전에 지어진 고택 대청에 앉아 폴리머 클레이 아트를 해본다. 폴리머 클레이는 점토 형태라 목걸이, 팔찌, 인형 등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아이들을 가장 신나게 하는 체험은 사과 효소 팝콘 만들기다. 마을에서 수확한 옥수수에 사과 효소를 입힌 팝콘은 고소함에 새콤달콤함이 더해져 쉴 새 없이 손이 간다. 성마루미술관은 작지만 미술과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매달 새로운 전시회가 열려 한국화, 서양화, 서예 등 다양한 미술품을 접할 수 있다. 미술관 앞에는 연못과 야외 전시장이 있어서 가을 정취를 느끼며 미술과 친해지기 좋다. 충주 여행의 대미는 수안보온천에서 장식한다. 여행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풀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 수안보온천은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 용출 온천이자, 왕의 온천으로 유명하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욕창을 치료하기 위해 자주 찾았고, 숙종도 이곳에서 요양했다고 한다. 충주시가 온천수를 관리하는 중앙 집중 방식으로 운영해 수질을 믿을 수 있다. <당일 여행 코스> 중원 청명주→술박물관 리쿼리움→중앙탑공원(중원탑평리칠층석탑)→수안보온천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중원 청명주→술박물관 리쿼리움→중앙탑공원(중원탑평리칠층석탑)→수안보온천 둘째 날 / 충주행복숲체험원→예그린팜→성마루미술관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충주문화관광포털 www.cj100.net/tour - 예그린팜 www.yegreenfarm.com - 성마루미술관 http://blog.naver.com/sungmaruart - 수안보온천관광 www.suanbo.or.kr ○ 문의 전화 - 중원 청명주 043-842-5005 - 술박물관 리쿼리움 043-855-7333 - 충주행복숲체험원 043-870-7912 - 예그린팜 010-5449-2505 - 성마루미술관 043-848-7200 - 수안보온천관광협의회 043-846-3605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충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30분 간격(06:00~23:00) 운행, 1시간 5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약 20분 간격 운행(6:00~23:00), 1시간 40분 소요. *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www.hticket.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충주공용버스터미널 043-853-0114 www.cjterminal.co.kr ○ 자가운전 정보 중부내륙고속도로→충주 IC→3번 국도→한국교통대학교→검단삼거리→탄금교→중원 청명주 ○ 숙박 정보 - 수안보대림호텔 : 수안보면 온천천변길, 043-856-8333 www.suanbo.ne.kr - 수안보온천랜드 : 수안보면 주정산로, 043-855-8400 www.suanbo.pe.kr - 문성자연휴양림 : 노은면 우성1길, 043-850-7346 - 한화리조트 수안보온천 : 수안보면 수안보로, 043-846-8211 www.hanwharesort.co.kr ○ 식당 정보 - 나루터가든 : 민물고기매운탕, 가금면 중앙탑길, 043-855-5900 - 청솔식당 : 산채정식, 수안보면 장터2길, 043-846-6373 - 큰곰식당 : 버섯전골, 수안보면 장터3길, 043-848-1749 ○ 주변 볼거리 충주 고구려비 전시관, 중앙탑공원, 탄금대, 돌 미로원, 충주호, 송계계곡 -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의 모든 콘텐츠(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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