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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비닐하우스 꽃집에서 물 고인 접시에 세워진 나무토막을 봤었다. 뿌리는 없지만 나무토막에서 자라는 녹색 잎 하나가 긴 여운을 남겼다. 가끔 머리가 무겁고 마음이 메마른 것처럼 느껴질 때, 마음을 물 고인 접시 위에 올려두는 상상을 한다. 그리곤 그 마음에 잎이 나오는 그림을 그려보곤 하는데, 아직까진 꽤 효과가 좋다. 이번에는 민속이 고인 마을 '한국민속촌'에 심신을 올려봤다. 1974년 10월 3일 한국민속촌 문이 열렸다. 문 너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멀어지는 조선시대 백성의 삶이 드러난 공간이다. 비록 사람 사는 집이 아닌, 살던 집이지만 곳곳에서 매우 드물거나 볼 수 없게 된 옛 모습이 생생하게 재현돼 추억과 민속이 얽힌 이야기꽃이 핀다. 겨울 평일의 한국민속촌은 한적한 분위기에 인적도 비교적 드물다. 아마도 춥기 때문일 것이다. 인파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모습이 발견되면서 구석구석의 아기자기한 풍경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체험프로그램은 기다림 없이 참여할 수 있으며, 기다리는 뒷사람 때문에 조바심 내며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공연도 구경하기 좋은 자리에 앉아 두루 볼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즐기려면 방한복을 든든하게 입고, 밖으로 노출되는 부위 가까이 접착이 가능한 핫팩을 붙이고, 보온수통에 따뜻한 물을 넣어가는 정도만 준비하면 큰 도움이 된다. '민속' 딱 꼬집어 설명하기 어려운 말이다. '민간 생활과 관계된 생활 풍속이나 습관, 신앙, 기술, 전승 문화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짧게 정의되지만 그 속에 담긴 깊이와 넓은 범주는 간단치 않다. 알 것도 같으면서 아는 것 같지 않을 땐 몸을 움직여 알아보는 것이 최선. 한국민속촌이 좋은 대안이다. 민속과 관련된 전통가옥, 공연, 체험프로그램, 전시물, 장터로 꾸며진 약 100만㎡ 규모의 마을. 이 넓은 공간에 민속이 가득하다. 이번 겨울 한국민속촌이 준비한 테마는 '겨울동동 시골집이야기' 조상의 지혜로운 기술과 슬기로운 생활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체험이 마련됐다. 더불어 그 방면의 전문가 손길을 느껴볼 수 있으니 더욱 좋은 기회다. 예전에는 연싸움이라고 불린 놀이를 즐겼다. 연을 날리고 서로의 연줄을 꼬아 상대방 줄을 끊거나 연을 떨어뜨리는 놀이다. 그래서 연줄에 유리가루를 넣은 풀을 먹이기도 했다. 연 만들기 체험을 지도하는 손길을 따라가다 보니 연에 관한 추억이 하나씩 떠오른다. 방패연이 완성됐다. 한지는 탱탱, 판판하고 휘어진 부분은 주름 하나 없이 깔끔하다. '짚새끼줄 꼬기' 체험도 놓치지 말자. 초겨울엔 농민들이 모여 새끼줄을 꽜다. 추수가 끝나고 남은 볏짚을 모아 헌 짚신이나 멍석, 가마끈을 대신할 새것을 만들며 미리 새해를 준비했던 것이다. 벼농사에서 쌀만 거두는 게 아닌 농민의 지혜가 참 알뜰살뜰하다. 쓰러질 듯 말 듯 돌아가는 팽이 앞 어린아이의 처절한 절규 죽지마! 팔이 떨어져라 줄로 팽이를 치고 나면 그야말로 하얗게 불사른 기분이었다. 요즘 아이들도 팽이에 혼을 실어 노는 것은 마찬가지인 듯하다. 그 팽이의 전통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손수 만들어보는 체험은 어린이, 어른 모두 즐거운 추억이 되겠다. 이외에도 엽전과 한지를 사용해 만드는 전통제기 만들기, 직접 불을 때워 온돌방 원리를 알 수 있는 '온돌방 체험'도 마련돼 있다. 전통놀이 체험이 실감나는 이유는 전통가옥이다. 민속촌 내에는 약 270동의 가옥이 있으며 지방별 민가, 양반가 가옥이 곳곳에 배치됐다. 각 가옥의 특징이 무엇인지 확인하며 개성적인 모습을 눈에 익혀보자. 토호 가옥에서 마당쇠가 생활하던 방,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의 가옥 입구 솟을대문, 지방 농가의 외양간, 산간지방 농가의 굴뚝 등에서 각 특징이 보일 것이다. 둘러보는 와중에 한방찻집에 들러 따뜻한 추억도 쌓아보길 권한다. 한 가옥에서 그 지붕이 떠올랐다. 헌이 줄게 새이 다오 어릴 적 뽑힌 내 이빨이 넘어갔던 그 지붕 말이다.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모를, 이런 풍속이 전통민속관에 전시돼 있다. 이런 민속이 국내뿐이겠는가. 세계민속관에서는 다양한 나라에서 민속유산을 수집해 전시해놓았다. 슬슬 허기지면 민속촌 내에 마련된 장터로 가자. 배를 채운 후 공연이나 행사를 구경하면 딱이다. 한국민속촌에서는 겨울에도 농악놀이, 줄타기, 말타기 공연을 볼 수 있다. 농악놀이 공연은 현장에서 보는 것이 최고다. 텔레비전을 통해 전해지는 감동은 현장의 반도 안된다. 몸을 띄워 상모를 돌리고 그 몸짓에 밀린 바람이 느껴진다. 그 와중에 우리 가락에 맞춰 울리는 타악기와 농악대 그림자가 바쁘다. 공연을 보던 아이는 신나서 연달아 점프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8호 '줄타기'도 한국민속촌의 명물이다. 옛날에는 명절에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귀한 공연이었다. 줄 위에 재주꾼은 '줄광대'라고 불렸으며 삼국시대부터 이어진, 오래된 문화다. 겨울에는 줄 위에 눈이 녹아 미끄럽기도 하고, 강추위에 손과 발이 얼어서 미묘한 균형이 잘 잡힐까 우려됐지만 명인은 줄 끝에 시선을 꽂고 재주를 보인다. 게다가 줄을 넘어와 툭툭 내뱉는 입담도 재미지다. 문헌자료를 토대로 고증한 '마상무예'도 공연으로 볼 수 있다. 말 위에서 여러 재주를 펼치고, 웃음을 유발하는 퍼포먼스도 보인다. 또 말의 몸통 옆으로 몸을 숨기고, 말 위에서 활을 쏘고, 창을 던지는 등 말과 인간이 함께 펼치는 공연은 신기하면서 놀랍다. 부모의 손을 잡고 민속촌을 돌아다니던 아이가 어느새, 어른이 돼 민속촌을 찾는다. 그의 손에는 아이가 매달려 있다. 그렇게 민속촌은 추억의 장소로, 고향 향수를 달래는 장소로 여러 사람 마음에 이어지고 있다. 주변 음식점 -기와집 : 순두부한정식 / 경기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 031-282-2708 -황소고집 본점 : 갈매기살 /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능원로 / 031-339-0661 -물레방아 : 누룽지백숙 / 경기 용인시 기흥구 지삼로250번길 / 031-287-2447 숙소 -윈져캐슬관광호텔 : 경기 용인시 기흥구 신정로 212 / 031-895-5000 -용인자연휴양림 :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초부로 220 / 031-336-0040 http://www.yonginforest.net/ -한화리조트 용인 :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봉무로153번길 79 / 031-332-1122 http://www.hanwharesort.co.kr/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안정수 취재기자 ahn856@gmail.com ※ 위 정보는 2017년 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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