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이 유난히 높고 파란 날. 고택의 대청에 앉아 차를 마시고, 시를 읽고, 수줍게 피어오른 야생화를 바라본다. 자연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고택에서 하루를 사노라면 이 집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인다. 경북 봉화군 봉화읍 해저리 바래미마을. 고도가 해수면보다 낮아 바래미라 불리게 됐다. ‘바다 밑’이 ‘바래미’로 변한 것이다. 불과 60여 년 전까지 논이나 웅덩이에서 조개껍데기가 발견되었다고 하니 단순한 설이 아닌 실제였음을 알 수 있다. 본래 이곳은 의령여씨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었는데, 조선 숙종 때 관찰사를 지낸 팔오헌 김성구가 입향하면서 지금의 의성김씨 집성촌을 이루게 됐다. 바래미마을에는 팔오헌 종택을 비롯하여 개암종택, 남호구택, 김건영 가옥, 토향고택 등 기념물과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중 토향고택은 김성구의 넷째 아들인 김여병을 10대조로 모시는 후손들이 산다. ‘토향’은 일제강점기에 중국에서 항일 운동을 하다 해방 후 귀국한 김중욱의 호다. 주인 김종구 씨가 선친을 기리기 위해 아버지의 호를 따서 토향고택이라 이름 지은 것이다. 대문에 걸린 현판은 김종구 씨가 직접 써서 새겼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전형적인 영남 사대부가의 ‘ㅁ’자형 가옥이 모습을 드러낸다. 본채는 크게 주인 내외가 거주하는 안채와 손님이 머무는 큰 사랑, 중방, 작은 사랑, 솟을대문에 달린 문간방으로 나뉘어 있다. 안채는 의성김씨가 입향하기 전에 지어졌다. 건립 시기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350여 년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손님이 머무는 사랑은 본래 안채에 증축한 건물이다. 김중욱의 조부이자 현 봉화초등학교의 전신인 조양학교를 설립한 암운 김인식이 중수하였다. 고택의 고즈넉한 느낌은 사랑과 대청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대청에 앉아 오래된 나무의 향을 맡으며 집 안과 집 밖의 동정을 살피면 집주인이라도 된 듯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대청을 중심으로 나뉜 큰 사랑과 중방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구조다. TV, 에어컨을 제외하면 눈에 거슬리는 가구가 없다. 침대 대신 깨끗한 요가 깔려 있어 한옥의 구수하고 예스러운 느낌을 유지했다. 고택이라고 해서 꼭 오래된 건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토향고택 본채 맞은편에 있는 익청재와 용호정은 2017년에 준공된 신축 한옥이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전통 한옥이지만 내부는 최신 설비를 갖췄다. 취사는 물론이고, 숙박객의 편의를 신경 쓰면서도 한옥의 아름다움을 살려낸 모습이 인상적이다. 용호정이 자리한 토향고택 뜨락은 손님을 위한 공간이다. 각종 계절 꽃이 피는 야생화 정원과 쉼터, 도자기 장작 가마, 바비큐장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원 곳곳에 안주인 김희선 씨의 시를 적은 기왓장이 놓인 풍경이 한옥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과 잘 어울린다. 토향고택만의 전통 체험으로는 집주인 김종구 씨가 진행하는 도자기와 서예가 대표적이다. 2인 이상의 소규모로 진행되는 체험으로 우리의 전통과 고택의 정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무료로 진행되는 체험은 안주인 김희선 씨가 진행하는 시 쓰기와 고택 후원에 자리한 그네타기, 널뛰기, 투호 던지기 등의 민속놀이 체험이 있다. 그 외에 한복체험, 전통혼례, 전통 차 체험이 계획 중에 있다. ※ Accommodation - 큰 사랑방 / 중방 / 작은 사랑방 : ‘ㅁ’자 모양의 사랑에 달린 각 6평, 5평, 4평의 온돌 객실. 2명에서 최대 4명까지 묵을 수 있다. 방마다 화장실이 딸려있어 가족 손님이 이용하기에 적합하다. TV, 에어컨, 와이파이, 공용냉장고, 드라이기 등이 마련되어 있다. 취사는 불가하고 뜨락에 있는 테이블에서 바비큐가 가능하다. - 문간방1 / 문간방2 : 솟을대문에 달린 2평의 온돌 객실. 최대 2명까지 묵을 수 있다. 방에 화장실이 딸려 있지 않아 외부의 전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커플 손님이 이용하기에 적합하다. TV, 에어컨, 와이파이, 공용냉장고, 드라이기 등이 마련되어 있다. 취사는 불가하고 뜨락에 있는 테이블에서 바비큐가 가능하다. - 익청재 : 본채 외부에 독립적인 마당을 보유한 18평의 신축 독채로 4명에서 최대 8명까지 묵을 수 있다. 거실을 중심으로 방 2개가 있고, 각 방마다 화장실이 딸려 있다. 단체 손님이 이용하기에 적합하다. TV, 에어컨, 와이파이, 냉장고, 인덕션, 드라이기 등이 마련되어 있다. 내부 취사가 가능하다. - 용호정 : 본채 맞은편 토향고택 뜨락에 있는 9평의 신축 독채. 2명에서 최대 4명까지 묵을 수 있다. 방, 주방 겸 거실, 화장실로 구성되어 가족 손님이 이용하기에 적합하다. TV, 에어컨, 와이파이, 냉장고, 인덕션, 드라이기 등이 마련되어 있다. 내부 취사가 가능하다. ※ Activities / Program - 도자기 체험 집주인의 지도 아래 2인 이상 소규모로 진행되는 체험이다. 직접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만들고, 구워진 완성품은 등기를 통해 전달받을 수 있다. - 서예 2인 이상 소규모로 진행되는 체험이다. 집주인이 진행하며 붓글씨를 써 보며 서예의 기초를 체험할 수 있다. ※ Travel information - 위치 : 경북 봉화군 봉화읍 바래미1길 43 - 가격 : 큰 사랑방 12만 원(2명 기준), 중방 11만 원(2명 기준), 작은 사랑방 10만 원(2명 기준), 익청재 22만 원(2명 기준), 용호정 15만 원(2명 기준), 문간방 5만 원(2명 기준), ※비수기 주중 요금, 바비큐 이용료 2만 원, 도자기 체험 1만 원, 서예 1만 원 - 전화번호 : 054-673-1112 - 봉화 토향고택 홈페이지 ※ 찾아가기 - 승용차 중앙고속도로 → 영주IC → 안동 방면 5번 국도 → 36번 국도 → 봉화교차로 예봉로/봉화 방면 - 대중교통 봉화역 출발 : 버스(33번) 탑승 후 해저1리. 바래미 정류장 하차 봉화 공용정류장 출발 : 버스(33번) 탑승 후 해저1리. 바래미 정류장 하차 ※ 인근 여행지 - 석천정사 조선 중기 문신인 충재 권벌이 조원한 청암정과 명승 제60호로 지정된 정자. 권벌의 아들 청암 권동보, 손자 석천 권래까지 3대에 걸쳐 완성되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나면 석천계곡이 흐르는 암석 위로 수려한 정자가 나타난다. 암석 위로 석축을 쌓고 팔작지붕과 맞배지붕으로 구성된 석천정사는 숨겨진 신선의 거처인 듯 독립적이고 은은하다. 정자 앞을 흐르는 석천계곡은 물이 깊지 않고, 폭이 넓어 어린이를 동반한 피서지로도 적합하다. - 북지리 마애여래좌상 호랑이가 길게 누워 있는 형상을 한 ‘호골산’ 줄기 끝부분의 암벽에 불상이 새겨져 있다. 높이 4.3m의 마애불은 얼굴이나 신체의 모습을 고려할 때 7세기 중엽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영주를 비롯한 봉화 일대는 고구려와 신라의 문물이 넘나드는 접경 지역이자 문화의 중심지였으며, 마애불은 그 시기 영주·봉화 일대의 불상 양식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글 : 최재원(여행작가) 사진 : 장명확(사진작가) ※ 위 정보는 2020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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