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게 되면 반드시 리스트에 올려놓는 자신만의 포인트가 있다. 예술적 가치가 높은 건물일 수도, 웨이팅 줄이 길게 늘어선 맛집일 수도, 가장 번화한 거리일 수도 있다. 서울을 여행한다면 시장을 그 목록에 포함시켜 보는 건 어떨까? 남녀노소 골목을 가득 채운 사람들과 상인들의 활기찬 모습, 신선한 식재료는 물론 즉석에서 맛보는 시장 먹거리까지 한 곳에서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서울 시내를 둘러본다면, 청계천에 위치한 한국관광공사의 하이커 그라운드(HiKRHi from Korea GROUND)를 먼저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맞춤형 여행 코스를 친절히 안내해 주고 있어 이미 짜온 루트도 몇 배나 풍성해질 터이다. 건물 바로 앞 청계천을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광장시장이, 광화문을 지나 왼쪽으로 올라가면 통인시장이 가까이에 있다. 어느 계절이나 매력적인 도심의 하천 청계천을 여유롭게 산책하면서 핫 스팟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요즘 가장 핫 한 키워드인 뉴트로를 체험하고 싶다면 오른쪽 광장시장으로, 기와지붕 아래서 조선시대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왼쪽 통인시장으로 키를 잡아보자. 오래된 것 , 새로운 것 , 힙한 것 모두 여기에 ! 전통시장도 힙해질 수 있을까? 레트로와 뉴, 힙이라는 불균형한 단어를 대입했을 때 퍼즐처럼 딱 들어맞는 곳이 광장시장이다. 고소한 기름냄새가 제일 먼저 환영인사를 건네며 비빔밥과 육회, 포장마차, 칼국수, 매운탕 등 다양한 먹거리 존으로 인도하는데, 무엇을 골라도 엄지를 모두 치켜들게 될 것이다. 종로3가 쪽으로 큰 길을 따라 내려오면 리모델링 후 뉴트로의 성지로 떠오른 세운청계상가가 있고, 길을 건너 종묘 창경궁 궁궐담장길을 거닐 수 있다. 어느 곳에나 힙한 카페들이 많으니 잠시 걸음을 쉬었다 가자. 청계천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면 힙지로로 직진! 과거인지 현재인지, 현실인지 환상인지 아찔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마법의 공간들이 낡고 허름한 건물 곳곳에 비밀스럽게 숨어있을 것이다. #MZ여행 #혼자여행 #힙지로 #레트로 #핫플레이스 광장시장 서울에서 가장 인기있는 전통시장을 꼽으라면 단연코 광장시장이다. 광장시장의 이름난 먹거리는 떠올리기만 해도 배가 불러질 만큼 엄청나다. 기름에 튀기듯 지져낸 빈대떡과 고기완자, 신선하고 쫀득한 육회, 심플하지만 겨자소스에 중독되면 헤어나올 방법이 없는 마약김밥, 손으로 면을 뽑아 쫄깃함이 남다른 칼국수, 산더미처럼 쌓아 둔 갖가지 채소를 입맛에 맞게 골라 담아 신나게 비벼 먹는 비빔밥, 해장하러 갔다가 소주 두 병 더 마시게 되는 대구매운탕, 까지. 골목을 돌아다니며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 보면 위가 열 개라도 모자라다. 광장시장을 젊은 감성으로 소비하고 싶다면 광장시장 내의 ‘365일장’을 들러보자. 전통 모티브를 키치하게 재해석한 액세서리와 밀키트로 전통시장도 충분히 힙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알록달록한 고무신이나 노리개를 단 키링 등 아이템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밖에 광장시장에서 이름 난 밀키트나, 광장시장 1905 맥주 등의 먹거리도 있으니 도전해보자. 광장시장 입구 모퉁이에 위치한 카페 어니언 광장시장점, 와인바 히든아워도 놓칠 수 없다. 세운청계상가 “어? 이 건물 어디서 많이 봤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드라마 빈센조를 시청했다는 증거. 철거위기에 놓였던 금가프라자가 바로, 세운상가와 구름다리로 이어진 청계상가다. 1층에서 4층까지는 상가, 5층 이상은 고급아파트로 설계된 최초의 주상복합 건축물로 의미가 깊지만 한때 슬럼화로 재건축이 논의되기도 했다. 이후, 건물과 상가를 재생하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힙지로 트렌드와 맞물려 뉴트로의 성지로 다시 떠올랐다. 필름을 사용하는 옛 방송장비부터 아날로그 감성의 구형 카메라,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LP나 진공관 오디오앰프, 각종 전자부품이나 오래된 게임기 등 여기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많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8개의 상가를 연결한 3층의 공중보행로에는 힙한 카페와 전자기기상점이 들어서있다. 2017년 문을 연 ‘호랑이’는 세운상가를 대표하는 카페. 이 곳의 문을 열면 뭔가 애매했던 ‘힙’과 ‘레트로’의 뜻이 자동으로 정의내려진다. 고소한 호랑이라떼와 제철과일로 만든 후르츠산도는 꼭 먹어보자.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소품을 판매하는 ‘금지옥엽’이나 도넛으로 입소문난 ‘빠우’, 복잡한 도심에서 잠시 사색에 잠기게 하는 ‘소요서가’ 등을 탐험하듯 즐겨보는 것도 좋다. 공중보행로를 빙 돌며 건너편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인생샷을 몇십장은 너끈히 건질 수 있다. 핸드폰 카메라는 세피아 톤을 섞은 필름카메라 모드로 설정해둘 것. 을지로 주변 ‘힙’과 ‘뉴’, 그리고 ‘레트로’는 공존할 수 없는 단어였다. 하지만 ‘힙’한 것에 목숨 거는 MZ 세대는, 자신들이 경험하지 않았던 시대를 품은 을지로의 레트로 감성에서 ‘힙’함을 느꼈고, 그들을 만나 레트로는 뉴트로로 다시 태어났다. 가장 먼저 뉴트로의 수혜를 받은 곳은 을지로3가역 일대의 을지로다. 요즘은 힙지로로 더 많이 불리는 이곳은, 현재의 디자인 프로그램에는 존재하지 않을 글씨체를 얹은 빛 바랜 간판이 지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감성을 자아낸다. 한 블록 더 안으로 들어가면 간판도 없이 오래된 건물이 또 다른 세상으로 안내한다. 지도를 믿는 것보다 육감에 기대보자. 왠지 특이한 가게가 있을 것 같은 곳을 찾아 낡고 허름한 빌딩의 어둑어둑한 계단을 오르다 보면, 앨리스와 함께 원더랜드에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든다. 몸을 반으로 접어야 셔터 아래 작은 문으로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스몰 와인 바 ‘머리조심’, 힙으로 풀 충전되는 칵테일 펍&클럽 ‘신도시’, 할머니가 평생 컬렉션한 골동품과 손자의 덕질이 한데 뒤엉킨 듯한 ‘감각의 제국’, 홍콩 느낌 낭낭한 ‘을지 장만옥’, 을지로에서 피맥하고 싶을 때 ‘을지맥옥’, 냉(동)삼(겹살)과 볶음밥을 흡입할 수 있는 ‘전주집’ 등은 찾는 데 애를 먹더라도 한 번쯤은 가볼 만하다. 아미라면 힙지로에서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BTS 2021 시즌 그리팅의 촬영지, 을지다방이다. 얼마 전 재개발로 을지로3가역 10번 출구 근처로 이전해 영상 속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지만, 오렌지색 소파와 3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포스터, 정직한 글씨체의 차림판이 주는 예스런 정취는 그대로다. 아침 6시부터 문이 열려있으니, 달걀노른자 동동 띄운 쌍화차 한 잔으로 여행의 피로를 풀고 하루의 일정을 조금 이르게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종묘~창경궁 궁궐담장길/창덕궁 후원 창경궁·창덕궁과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와 위패를 모신 종묘가 2008년 서울시의 도심재창조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옛 모습을 되찾고 있다. 503m 길이의 창경궁과 종묘 사이의 궁궐 담장을 복원하고 그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340m의 산책로가 2022년 열린 궁궐담장길이다. 무료 개방구간이지만 문화재 보호지역이라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만 출입이 가능하다. 여기까지 왔다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 후원도 욕심을 내보자. 조선시대 궁궐의 후원 가운데 가장 넓고 경치가 아름다워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곳이기 때문.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3월부터 10월까지 정해진 인원만 입장 가능하니 예매는 필수다. 팬데믹으로 중단되었던 창덕궁 달빛기행도 4년 만에 재개된다. 달빛 아래 고요히 빛나는 창덕궁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한시적으로 개방되는 야간개장에 도전해보자. 옛 서울 , 한양으로 순간이동 ! 한반도에 왕실이 존재할 때, 왕이 살던 경복궁을 중심으로 왕족과 사대부가 모여 살던 오른쪽은 북촌, 의관과 역관들이 터를 잡은 왼쪽은 서촌으로 나뉘었고, 그들만의 문화는 지금까지도 오래된 골목 안에 고즈넉이 남아있다. 활기찬 모습이 여전한 서촌부터 둘러볼까? 다른 시장에 비해 소박한 규모이지만 즐길 거리는 넉넉한 통인시장과 밤이면 더욱 북적이는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 사이, 미로처럼 퍼진 작은 골목들은 낡은 앨범을 펼친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경복궁과 광화문, 대통령의 집무실이었던 청와대를 지나 동편으로 걸음을 옮겨보자. 도보로 20여분이면 북촌한옥마을로 건너갈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를 시작점으로 정하면 이후의 여행길도 쉽게 정해진다. 고궁과 북촌을 메인 코스로 잡는다면 전문 대여점에서 한복을 차려 입어, 마치 조선시대 왕이나 공주가 된 것처럼 위엄 있게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포토 스팟이 즐비하므로 사진첩의 용량도 넉넉하게 비워둘 것! #커플여행 #우정여행 #활기찬 #전통적인 통인시장 19세기 조선시대에 두루 통용되던 화폐인 엽전. 이것을 이 시대에서도 사용해볼 수 있다면? 통인시장만의 관람 포인트, 엽전 도시락이다. 시장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 통(通)’에서 한 냥에 500원 짜리 엽전을 기본 열 냥 구매한 다음, 시장을 돌아다니며 먹고 싶은 음식을 다양하게 골라 엽전과 함께 받은 도시락 용기에 담는다. 음식 옆에 필요한 엽전 개수를 적어 두는데, 장난감 같은 엽전을 작은 항아리에 짤랑 넣어 셀프로 지불하는 일은 마치 놀이처럼 즐겁다. 통인시장의 상징과도 같은 기름떡볶이, 오색의 색감이 눈까지 즐겁게 하는 구절판, 따뜻하게 속을 풀어주는 잔치국수, 든든한 한 끼를 보장하는 제육볶음 등 전통시장의 음식들로 다채로운 메뉴 구성이 가능하다. 국과 밥은 도시락 카페에서 각각 엽전 두 냥 씩에 구매할 수 있고, 전자레인지도 있어 따뜻하게 데워 먹을 수도 있다. 물론 남은 엽전은 구입한 곳에서 환불해준다. 통인시장 서쪽 출입구에 도달하면 시장의 규모가 생각보다 아담하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 하지만 인왕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옥인길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 소품점이 많아 시장에 이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식인들이 모여 살았던 동네 답게 구립 박노수 미술관, 윤동주 하숙집, 이중섭 집터도 그 길 위에 있다.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는 1985년 경복궁역이 개통된 이후 붐비지 않은 밤이 없다. 이 거리에는 터줏대감처럼 이름난 노포는 물론 젊은 MZ세대 감성까지 아우르는 힙한 상점들이 어깨를 맞대고 이어진다.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산지에서 그 날 올라온 신선한 해산물만을 고집하는 ‘서촌 계단집’에서 제철 메뉴를 고를수있다. 잔치국수나 손수제비 등 가벼운 식사거리부터 웬만한 안주류는 전부 갖춘 듯한 ‘체부동 잔치집’은 메뉴가 너무 많아 선택장애를 일으키는 곳. 고기가 당길 땐 ‘뼈탄집’ 앞으로! 뼈대 있는 삼겹살을 화끈하게 숯불에 구워낸 매운직화 뼈구이와 숙성 뼈탄삽겹살이 인기 No.1 메뉴. 알맞게 구워진 고기를 바로 흡입하고 싶다면 ‘효자바베’가 제격이다. 통삼겹, 닭다리살, 부어스트, 수제함박에 통갈비나 중하새우로 변주를 준 모둠바베큐 세트는 맥주를 끝도 없이 부른다. 충분히 배를 채웠다면 시장 오른편으로 난 작은 골목을 산책할 차례. 고층빌딩 사이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낮은 한옥과 다세대주택이 이어지며 묘한 향수를 풍긴다. 골목 위에서 ‘대오서점’을 만난다면 한 번쯤 안으로 들어가볼 것. 현재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지만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기도,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재킷을 촬영한 장소기도 하다. 경복궁 경복궁은 조선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가장 먼저 지은 궁궐답게, 왕실의 기품이 곳곳에 서려있다. 시간이 촉박하거나 인파를 피해 마음껏 인생샷을 찍고 싶다면? 근정전에서 가장 멀리 있는 태원전으로 직진한 다음, 향원정과 경회루를 돌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9~11월에 한시적으로 개방되는 야간개장에도 도전해보자. 꿀팁 하나! 한복을 입으면 무료로 현장 입장이 가능하다. 청와대 “경복궁의 북쪽 끝, 신무문을 나오면 청와대 정문이 등장한다. 역대 대통령의 집무실 및 관저로 사용되었던 청와대는 2022년 정부가 관저를 옮겼으나, 본관 오른쪽, 영빈관은 국빈을 위한 공식 행사를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삼청동 예술가들이 터를 잡고 서울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길을 만든 덕에, 고유의 아카이브를 자랑하는 유명한 갤러리들이 포진되어 있어 옛 것에 무게가 조금 더 실린 여행길을 현대적 영감으로 채우기 충분하다. 감성을 충전했다면 골목길 구석구석 작은 가게들에서 취향을 발견할 차례. 메인 스트리트 양쪽으로 늘어선 색색의 쇼윈도 안에서 마음에 꼭 드는 작은 소품을 찾는 기쁨은 보물찾기처럼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많은 레스토랑과 카페가 생기고 또 사라졌지만 지금까지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과도 같은 삼청동의 맛집이라면 따로 검증이 필요 없다. 근처의 핫 플레이스 런던베이글뮤지엄 부럽지 않은 대기줄을 자랑하는 삼청동 수제비, 칼칼해진 목을 시원한 생맥주와 담백한 닭꼬치로 씻어주는 다사리아, 처음 먹는 홍합밥에 두 눈이 크게 떠질 청수정, 달달한 단팥죽과 쌍화차가 K-디저트의 신세계를 열어주는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은 서울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아 온 곳들이다. 광화문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근대에 들어 여러 차례 복원한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은 중요한 국가 행사가 있을 때 임금과 백성이 만나 소통하는 역할을 했다. 조선 최고의 왕으로 칭송되는 세종대왕 동상을 지나 2039년에 열릴 BTS의 타임캡슐이 궁금하다면 길 건너의 서울역사박물관까지 둘러볼 것. 북촌한옥마을 청계천과 종각의 북쪽에 있는 마을이라 북촌이라 불려온 이 곳은 궁궐을 드나들어야 하는 조선시대 왕족과 양반, 관료들이 모여 살던 부촌이었다. 전통 한옥 1,500여 채가 처마를 맞대고 이어진 골목이 6백년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데, 챗GPT가 서울을 대표하는 여행지 5곳 중 하나로 꼽은 이유다. 좌우로 날개처럼 펼쳐진 한옥들은 골목 끝까지 올라가야 그 진가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기와지붕 너머로 즐비한 고층빌딩이,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켜켜이 쌓인 기와와 담장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고 싶다면 그린마일커피 북촌점의 루프탑이 제격. 안국역으로 내려오는 길, 북촌 사진관을 만난다면 스냅 사진을 셀프로 남겨보자. 함께 했던 오늘 하루를 흑백사진에 추억으로 오롯이 담아낼 수 있을 테니. 글 안혜령 사진 정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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