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 구름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구름이 무거워지면 사람 사는 마을 지붕까지 내려와 앉는다. 어떤 날은 산골짜기에 구름이 깔려 발에 밟힐 것 같다. 해발 1,100m 고원 마을 안반데기에서 구름 속을 거닐었다. 횡계에 도착할 무렵 구름이 하늘을 가린다. 가벼운 새털구름도 아니고 무거운 뭉게구름도 아닌, 하늘 전체를 희뿌옇게 뒤덮은 답답한 구름이다. 이런 구름은 쉽게 걷히지 않는다. 정체된 고속도로처럼 답답한 마음으로 안반데기로 향한다. 안반데기는 강릉시 왕산면에 속하지만 강릉 시내보다 횡계에서 더 가깝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도 횡계까지 간 다음 횡계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게 낫다. 강릉이나 횡계에서 안반데기까지 운행하는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이다. 강릉에서 대기리까지 하루 3회 시내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버스에서 내린 뒤 1시간 정도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야 안반데기에 도착할 수 있다. 안반데기로 올라가는 고갯길을 굽이굽이 돌아간다. 횡계에서 본 구름이 안반데기에 모였나 보다. 구름이 시야를 가린다. 시야가 흐리다. 안반데기 입구에 ‘카페’라는 간판이 보인다. 컵라면과 간단한 음료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카페 한쪽에 안반데기 사람들이 일궈온 삶의 터전을 담은 사진들이 보인다. 안반데기 고원 풍경을 볼 수 있는 멍에전망대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전망대에 올라가도 속시원한 풍경을 볼 수 없으니 그냥 돌아갈까도 생각해보았다. 이왕 여기까지 온 것, 일단 전망대에 오르기로 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저 앞이 구름에 끊어졌다. 한 발 한 발 올라가면 구름은 그만큼 물러서면서 길을 풀어놓는다. 30도에 육박하는 늦더위에 반팔 반바지 차림인데 여기는 공기가 싸늘하다. 구름 속 작은 물방울들이 피부를 촉촉하게 적신다. 한기마저 느껴지는 해발 1,100m 고원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색다르다. 멀리 강릉 시내와 동해까지 다 보인다는데 지금은 눈앞의 나무도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안반데기는 행정구역상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다. 조선시대 《여지도서》에 대기리라는 이름이 보이는데, 당시 대기리는 강릉군 구정면에 속했다. 일제강점기인 1916년 20여 개의 마을을 합병한 후 ‘대기리’라 이름 짓고 상구정면에 편입시켰다. 이어 1917년 면제 개혁 때 상구정면이 왕산면으로 개칭되면서 왕산면 관할이 되었다. ‘안반’이란 떡을 칠 때 아래에 받치는 넓은 나무를 일컫는다. 안반데기라는 이름은 이곳 지형이 떡치는 안반처럼 넓고 우묵한 데서 유래했다. 옥녀봉과 고루포기산 사이 198만 ㎡(약 60만 평)에 이르는 밭이 독수리 날개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한눈에 다 보기 어려울 정도로 넓다. 안반데기는 1965년부터 국유지 개간을 허가하여 화전민에게 임대해오다가 1995년에 경작자들에게 매각한 땅이다. 현재 20여 농가가 거주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고랭지 채소 재배 단지다. 초창기 정착민들은 돌투성이 비탈밭을 맨손으로 일궜다. 걸음마다 나오는 돌을 파내고 치우는 일부터 시작했다. 기계는 꿈도 꿀 수 없는 비탈밭에 소가 효자였다.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올라간다. 아직 수확하지 않은 고랭지 배추밭이 초록빛으로 펼쳐진다. 그 위에 구름이 내려앉았다. 길옆에 배추밭의 단면이 보인다. 돌과 흙이 섞인 밭 위에 배추가 뿌리를 내렸다. 멍에전망대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앞서 걷던 사람이 구름 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도착한 멍에전망대에서 여행자를 처음 반기는 것은 돌을 쌓아 만든 성벽 같은 돌담이다. 안반데기 밭에서 나온 돌로 거대한 돌담을 쌓은 것이다. 계단을 따라 올라간 곳에는 정자 하나와 나무의자 몇 개가 전부다. 황막한 분위기에 사위를 감싼 구름이 숨통을 조이는 것 같다.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황급히 돌아보다 눈길을 멈춘다. 보랏빛 키 작은 꽃이 돌 틈에 피었다. 무채색 배경에 화려한 빛깔의 작은 꽃 한 송이가 주변 풍경마저 경쾌하게 만든다. 지난날 소와 한 몸이 되어 험한 비탈밭을 가꿨던 화전민들의 애환과 개척정신을 기리고자 밭에서 나온 돌로 전망대를 만들었다는 멍에전망대 안내 문구가 보인다. 먹고살기 위해 산골짜기 고원지대 안반데기까지 들어온 화전민들. 무채색 같았던 삶이 하루하루 기우는 사이, 오늘 같은 그 먼 옛날 가을 어느 날 오후에도 꽃은 저렇게 피어났겠지. 안반데기 -주소 : 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 -문의 : 안반데기 마을 033-655-5119 http://www.안반데기.kr/ 주변 음식점 -황태회관 : 오삼불고기, 황태요리 /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눈마을길 19 / 033-335-5795 -납작식당 : 오삼불고기 /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대관령로 113 / 033-335-5477 -황태덕장 : 오삼불고기, 황태요리 /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눈마을길 21 /033-335-5942 숙소 -아이원리조트 :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솔봉로 471 / 02-528-6001 https://www.iwantresort.co.kr/resort/kr/index.lime -대관령품안에펜션 :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꽃밭양지길 372 / 033-335-0830 http://www.dkrpension830.com/ -그린앤블루 호텔 :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대관령로 56 / 033-335-4450 http://greenbluehotel.co.kr/default/ 글 , 사진 : 장태동(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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