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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불어서, 봄이 오는 길목으로 마중을 나갔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겨울이 가고, 어김없이 찾아온 봄. 남쪽엔 매화가 만발하고, 수선화가 고운 얼굴을 내밀었다고 한다. 한 걸음에 달려가고 싶지만 강원도 시골을 벗어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러던 중 강릉에도 봄이 일찌감치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운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었고, 산수유가 노랗게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소식에 강원도로 달려갔다. 유난히 사나운 봄바람이 불던 날. 봄이 오는 길목으로 떠난 봄마중. 강릉 바다가 이렇게 멋졌었나? 어릴 적부터 일 년에 몇 번이나 왔던 강릉이지만, 직접 차를 운전해서 온 건 처음이다. 해안도로를 달리며 안목해변, 강문해변, 사천해변을 들러 차를 세웠다. 파도는 거친데 그 거친 파도가 멋진 그림이 되어준다. 바람은 차가운데, 그 차가운 바람도 너그럽게 감싸 안을 수 있을 정도로 강릉바다는 화려하고 멋있었다. 햇살은 봄인데 바람은 여전히 겨울이었던 강릉의 오후. 제법 사나운 바람이었지만, 그 속에 봄이 소리 없이 머물러 있었다. 양지바른 곳엔 풀이 자라고, 메말랐던 매화나무에 분홍빛 꽃이 한 아름 피었다. 한옥에서 보내는 아주 특별한 하룻밤 강릉 선교장 한때, 한옥이 좋아서 홀로 여행하며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내곤 했었다. 오래된 집의 정취, 등이 데일 정도로 뜨거운 구들장, 정겨운 나무 문, 창호지 사이로 깊게 들어오는 아침햇살. 한옥이 주는 정겨움은 감히 비싼 호텔이 따라갈 수 없다며 한옥을 찾아다녔다. 그 뒤로 나 역시 편안함과 안락함에 취해 한옥의 정겨움을 잊은 채 살았는데, 얼마 전 트래비와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하는 숙소 체험 이벤트에 선정이 되었다. 2곳의 숙소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꼭 한번 묵어보고 싶었던 강릉 선교장이 그 첫 번째 숙소였다. 편안한 호텔들을 놔두고 선교장을 선택한 걸 보면 한옥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주 식은 건 아닌 모양이다. 강릉 선교장은 강원도 지역에 가장 잘 남아있는 사대부 가옥을 대표하는 곳이다. 전주 이씨 가문의 효령대군 11세손인 이내번이 터를 잡은 곳으로 행랑채와 안채, 사랑채, 별당, 사당 , 연당, 정자까지 갖춘 완벽한 조선 사대부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요즘 방송되고 있는 ''사임당 빛의 일기'' 촬영지이기도 하다. 선교장에서 한옥스테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반가운 일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곳에서 보내는 하룻밤. 비록 불편함이 있을지라도 좋은 추억으로 남기기엔 제격이다. 한국관광 품질인증제도란? 이번에 다녀온 강릉 선교장은 ''한국관광 품질인증제''의 인증 숙소다. ''한국관광 품질인증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함께 관광의 품질 관리를 통한 국가 관광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는 관광 분야 국가 인증제이다.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인증 제도가 86개나 되지만 관광객에게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는 어려운 상황. 이에 선진국의 관광 분야 통합인증 시행을 통해 거둔 성공사례를 참고해서 국가 차원에서 단일화된 관광품질인증제를 도입하여 다양한 품질 인증 기준을 표준화하고 하나의 인증 브랜드로 통일을 하기 위한 제도이다. 한국관광 품질 인증제 도입을 위한 시범 사업으로 서울, 부산, 강원도 지역의 숙소 중 서류심사, 현장심사를 거쳐 최종 137개의 업소가 인증 대상이 되었다. 숙소를 고를 때, 자신만의 기준에 부합한 곳을 선택하지만 나 같은 경우 한옥스테이, 굿스테이를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일단 인증받은 숙소인 만큼 신뢰를 하게 되는데 이번에 ''한국관광 품질인증제도''를 시행하면 그 기준이 조금 더 명확해져서 숙소를 선택할 때 굉장히 편리할 것 같다. 강릉 선교장의 경우, 오래된 한옥이지만 잘 관리되고, 유지되고 있는 걸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많은 한옥에서 숙박을 해 봤지만 냉장고와 TV를 비롯한 가구들과 깔끔한 이불에 청소가 잘 된 방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선교장의 객실은 행랑채, 서별당, 연지당, 홍예헌, 사랑채 등의 시설에서 숙박할 수 있는데 우리가 묵은 곳은 행랑채다. 두 개의 방을 하나로 사용하는 넓은 공간이다. 둘이, 혹은 셋이 묵기에 적당한 크기의 객실로 한옥의 정겨움이 있는 방이다. 냉장고, TV, 커피포트, 수건 등이 비치되어 있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화장실이 밖에 있다는 것. 행랑채를 제외한 다른 객실에는 화장실이 객실 안에 있는 반면, 행랑채는 밖에 있는 공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샤워장과 화장실이 깨끗하고 거리가 멀지 않지만 일부러 나가야 한다는 건 조금 번거로운 게 사실이다. 물론, 기존에 내가 다녔던 한옥의 재래식 화장실에 비하면 굉장히 편리한 것이다. 나는 지인들에게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선 이런 불편함은 감수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편함도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마음이라면, 호텔이나 펜션에서 누릴 수 없는 정겨운 한옥에서의 하룻밤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늦은 밤, 마루에 나와서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 처마 끝에 걸린 달을 보는 즐거움은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한옥만의 매력이다. 봄의 길목에 있는 덕분에 밤공기가 그리 차갑지 않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깔깔거리며 웃다가 그렇게 잠이 들었다. 선교장은 관광지인 관계로 체크인 시간이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저녁 6시이다. 체크아웃 또한 오픈 시간인 9시로 조금 이르다. 덕분에 일찌감치 일어나 씻고 아무도 없는 선교장을 둘러보았다. 관광객들이 들어오지 않는 시간, 어슬렁거리며 아침을 여는 것도 제법 매력적이다. 어디선가 그윽한 향기가 난다 싶었는데. 매화가 마치 팝콘처럼 꽃망울을 터트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한참을 코를 대고 향기를 맡고 사진을 찍었다. 매화나무를 지나 뒤쪽으로 가니 소나무 숲이 나온다. 낮은 언덕에 심어져 있는 소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기분 좋은 길이다. 자연과 어우러질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던 순간. 선교장의 아침이 시작되었다. 밤새 닫아놓았던 문이 열리고, 종종거리며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들린다. 마치 이 집의 안주인처럼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휩싸였다. 삐그덕 소리를 내며 열리는 나무 문.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문을 걸어 잠그려고 숟가락을 꽂던 기억이 문득 났다. 한옥에서의 하룻밤이 특별한 것은, 그런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내 기억 속에, 내 가슴속에 남아있는 소중한 추억이기에. 추억여행을 할 수 있는 한옥이라는 존재는 선물과도 같다. 아주 특별한 시간을 보냈던 선교장에서의 하룻밤. 아쉽지만 체크아웃을 하고 초당순두부로 유명한 집을 찾아가 식사를 했다. 부드럽고 고소한 두부는 별도의 양념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었는데 그 모습이 꼭 한옥의 닮았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든 두부는 그 자체로도 훌륭하다. 한옥 또한 그렇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아름다운 것. 그게 바로 우리의 한옥이다. 강원도 강릉시 운정길 63 033.646.3270 http://www.knsgj.net ※ 본 정보는 현지 사정에 따라서 변경될 수 있으니 전화 문의 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사진, 동영상 등의 저작권은 작성자에게 있으므로 사전 허가 없이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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