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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실제로 한 번 보는 것이 낫다)이요, 백견이불여일행(百見而不如一行, 백 번 보는 것보다 실제로 한 번 해보는 것이 낫다)이라 했다. 하지만 ‘백문’이 있으면 ‘일견’은 더욱 깊어지고, ‘백견’이 있으면 ‘일행’이 더욱 의미 있어진다. 어디를 가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보고 듣는 기본 단계를 거친 후 여행지와 맞닥뜨리게 되면 실제 경험이 더욱 깊어지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동을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을 가장 먼저 들러볼 것을 권한다. 안동 하면 떠오르는 게 많다. 하회마을, 하회탈, 탈춤, 도산서원, 봉정사, 안동소주, 헛제사밥, 안동찜닭 등등.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통적인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안동은 다른 도시들에 비해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는 공간이다. 그래서 다른 곳들보다 더 예스럽고 전통적인 요소들을 많이 보듬고 있기도 하다. 어찌 보면 정적인 공간들이 많아 자칫 각 명소를 돌아보는 태도가 안이해지고 아이들은 지루해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며 즐겁고 재미있게 안동 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이다. 2007년 문을 연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유물 없는 박물관으로 주목 받았다. 문화유산은 하나도 전시하지 않은 채 오로지 디지털 콘텐츠만을 활용해 안동의 전통과 문화를 제대로 담아내고 있다. 한옥 지붕으로 된 박물관의 외관만 보면 별스러워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계단을 내려가 박물관 내부로 들어서면서부터 별스러운 세상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안내데스크에서 개인별 인식 카드(RFID 카드)를 받으면서 안동으로의 디지털 여행이 시작된다. 마치 시뮬레이션 공간으로 이동하듯 RFID 입력기에서 발급받은 RFID 카드에 이름과 이메일, 언어권 등을 입력한다. 이제 디지털 안동 여행을 즐길 준비 완료! 본격적으로 첫 전시를 체험한다. 의자에 앉아 헤드폰을 귀에 대면 내방가사, 안동 사투리, 베틀 노래, 삼삼기 노래, 한두실 행상 소리 등 안동의 전통 소리가 흘러나온다. 차가운 기계를 타고 전해오는 할머니들의 소리가 따뜻하기만 하다. 박물관이 지하에 단층 규모로 아담하게 자리해서 큰 볼거리가 있을까 반신반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노라면 생각이 달라진다. 특히 하회탈춤 코너. 이곳에는 하회탈, 각시탈, 부네탈, 이매탈 등 하회별신굿에 나오는 탈들이 전시되어 있다. 원하는 탈을 골라 쓰고 스크린을 보면서 탈춤을 배우고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화면에 등장하는 내 모습을 보며 신나게 탈춤 한판을 벌인다. 춤추는 장면은 동영상으로 녹화가 되고, 원하면 이메일로 파일을 받아볼 수도 있다. 어린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재미있는 체험이다. 또 실제 하회마을에 가서 별신굿 공연을 관람할 때 관심도와 집중도를 높여주는 사전학습이 되기도 한다. 탈춤의 여흥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에는 놋다리밟기에 도전해본다. 놋다리밟기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 당시 안동으로 피난할 때 나루에 도달하자 마을 부녀자들이 개울에 들어가 등을 굽혀 다리를 만들어 노국공주를 건너가게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에서는 놋다리밟기가 한때 많은 젊은이들이 오락실에서 열광했던 DDR과 만났다. DDR의 추억을 가진 사람들은 감흥에 젖어, DDR을 모르는 아이들은 그 재미에 푹 빠져 한 차례 또 뛰어본다. 글로만 읽을 때는 확 와 닿지 않았던 놋다리밟기를 이제 몸으로 기억하게 된다. 박물관에서 연신 춤판만 벌이는 건 아니다. 장원급제놀이나 법흥사지 7층 전탑과 봉정사 코너에서는 문제를 읽고 답을 찾으며 머리를 써야 한다. 특히 7층 전탑과 봉정사 코너에서는 7단계 퀴즈를 풀어보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한 단계씩 문제를 맞힐 때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7층 전탑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두어 차례 실패한 뒤에야 7층 전탑이 제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안동 여행 전 여정에 포함하지 않았던 봉정사인데, 퀴즈를 풀고 나니 관심도가 급상승한다. 모형과 입체영상을 통해 봉정사의 사계절까지 감상하고 나면 봉정사를 직접 찾아가서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은 그런 힘이 있는 곳이다.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에는 실제 유물은 없지만 안동의 유물을 살펴보는 가상유물 체험전을 운영하며, 안동의 다양한 맛을 담은 디지털 e-book도 읽어볼 수 있다. 안동 전역의 지정 문화재를 동영상으로 살펴보고 안동8경과 안동 물길을 가상 체험해보는 공간도 있으며, 안동을 대표하는 도산서원과 월영교 등을 체험하는 코너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입체영상관에서는 후삼국시대 안동(당시 지명이 고창군)에서 벌어졌던 유명한 ‘고창전투’를 그린 4D 영화가 상영된다. 이 정도면 안동에 대한 ‘백문’과 ‘백견’을 충분히 채웠을 것이다. 이제 박물관 밖으로 나가 안동을 즐기며 ‘일견’과 ‘일행’만 즐기면 된다. 안동의 명소를 돌아보다 중간중간 박물관에 들러 안동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얻어가도 좋다. 안동에는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외에도 다양한 박물관이 많다. 상당수가 안동의 명소와 인접해 있어 이용하기 편리하다.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만 보더라도 안동찜닭 골목이 있는 구시장과 안동역에서 도보로 접근할 수 있는 거리다. 안동의 대표적인 박물관 중 하나인 안동민속박물관(054-821-0649, www.adfm.or.kr )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로 알려진 길이 387m의 월영교와 인접해 있다. 안동민속박물관은 실내박물관과 야외박물관으로 나뉘어 있다. 실내박물관은 안동 지방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유교문화, 관혼상제, 민속놀이 등을 전시하고, 야외박물관은 안동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한 전통 고가옥을 이전, 전시하고 있다. 돌담집, 초가도토마리집, 통나무집, 와가, 까치구멍집, 초가집 등 다양한 양식의 고가옥들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외에도 보물 제305호로 지정된 안동 석빙고, KBS 드라마 해상 촬영장, 조선 숙종 38년에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건축한 선성현 객사 등 볼거리가 많아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둘러보면 좋다. 하회마을을 방문하면 하회세계탈박물관(054-853-2288, www.mask.kr )을 둘러보자. 하회별신굿을 감상한 후 박물관을 찾으면 느낌이 남다르다. 하회별신굿에 사용되는 탈은 물론이고 산대놀이탈, 사자놀이탈, 봉산탈, 오광대탈, 야류계탈 등 우리나라 각지의 탈과 세계의 수많은 탈을 살펴볼 수 있다. 안동 여행의 필수 코스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어 있는 도산서원 주변에도 가볼 만한 박물관들이 자리했다. 먼저 대표적인 민족시인이자 저항시인인 이육사 선생을 기리는 이육사문학관(054-852-7337, www.264.or.kr )이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다. 퇴계 이황의 후손이자 안동 출신인 이육사 선생의 문학관은 그가 태어난 도산면 원천리에 2층 규모로 설립되었다. 문학관에는 선생의 육필 원고, 독립운동 자료, 시집, 조선혁명군사학교 훈련, 베이징 감옥 생활 등 선생의 독립운동 정신과 문학세계를 보여주는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다. 퇴계 이황 선생의 혼이 남아 있는 도산서원과 연계해서 돌아보면 더욱 의미가 있다. 도산서원 주변에는 이육사문학관 외에도 국내 유일의 유교문화박물관(054-851-0800), 산림 사료의 영구 보존 및 학술연구와 동시에 현장체험을 통한 교육의 장인 경상북도산림과학박물관(054-855-8681)이 자리했다.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에서 여행의 첫발을 내딛고 중간중간 다양한 박물관을 둘러본다면 안동 여행을 더욱 알차게 즐겨볼 수 있다.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주소 : 경북 안동시 서동문로 203 문화공원 내 문의 : 054-843-7900, 054-840-6518, www.tcc-museum.go.kr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 만종JC → 중앙고속도로 남원주IC → 영주 → 서안동IC → 경서로 → 안동역에서 좌회전 →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 대중교통 서울→안동 : 센트럴시티터미널(02-6282-0114)에서 1일 18회(06:10-22:00) 운행, 2시간 50분 소요 동서울터미널(1688-5979)에서 1일 35회 (06:00-23:00) 운행, 2시간 50분 소요 2.주변 음식점 유진찜닭 : 안동찜닭 / 안동시 번영1길 47 / 054-854-6019 일직식당 : 안동간고등어 / 안동시 경동로 676 / 054-859-6012 맘모스 : 제과제빵 / 안동시 문화광장길 34 / 054-857-6000 버버리찰떡 : 찰떡 / 안동시 경동로 583 / 054-843-0106 3.숙소 목재고택 : 안동시 도산면 백운로 533-20 / 010-2254-8588 / www.264.or.kr 온계종택(삼백당) : 안동시 도산면 온혜중마길 20 / 010-2988-3435, 010-8704-3434 고산서원 : 안동시 남후면 암산1길 53-1 / 054-841-2433, 054-841-2434 다우모텔 : 안동시 풍산읍 장터중앙길 66 / 054-858-9100 - 글, 사진 : 김수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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