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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은 감독판 <내부자들:디 오리지널>까지 개봉하며 많은 인기를 얻었었다. 극중 촬영지 가운데 우장훈 검사의 아버지 집으로 나온 책방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단양군의 헌책방 ‘새한서점’에서 촬영했다. 실제로 호젓한 오지 산자락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장 11조.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야, 깡패야. 우리 아들은 그런 나라에서 살아야 하지 않겠나?” “허벌나게 정의롭구만.” <내부자들>에서 우장훈 검사(조승우 분)가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분)를 설득하며 나눈 대화다. 안상구가 우장훈에게 비자금 파일의 원본을 넘기기로 마음먹은 계기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오가던 장면이다. 그때 툇마루 뒤쪽 창문 너머에는 낡은 책들이 빼곡했다. 극중 우장훈 검사의 아버지 집으로 나오는 헌책방이다. 우장훈 검사는 안상구의 은신처를 모색하다 그를 아버지의 집으로 데려간다. 세트 촬영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은 단양군 적성면의 헌책방 새한서점이다. 두 사람이 삼겹살을 굽던 장면, 처음 도착한 새벽 어스름한 시간의 진입로와 집의 외관, 내부의 미로 같은 책장, 우장훈이 공부하던 방 등 아버지의 집으로 나오는 대부분의 장면을 새한서점에서 촬영했다. 새한서점은 <내부자들>에도 나오듯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버스는 단양읍내에서 현곡리 입구까지 하루 네댓 차례만 오간다. 새한서점까지는 다시 1km 남짓으로 현곡마을에서 언덕을 하나 넘는다. 자가용은 단양IC에서 7~8km 더 이동한다. 여정에서 오지를 실감한다. 그럼에도 한번 걸음해볼 만한 이색 여행지다. 현곡마을 가는 길은 남한강 따라 굽이돈다. 특히 강변 풍경이 빼어나다. 마을 입구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섰다. 그 아래 새한서점을 알리는 현곡리 새한문고 책장이 있다. '퇴마록'에서 ‘이상문학상 작품집’까지 20~30권의 헌책이 꽂혔다. “책을 보시고 반납하는 게 원칙이지만 소장하고 싶으신 분은 그냥 가지셔도 좋습니다.”라는 안내문이 인상적이다. 볕 좋은 날 나무 아래 쉼터에서 금수산을 바라보며 독서를 즐겨도 좋겠다. 느티나무 고목을 지나자 현곡마을이다. 몇 번이고 덧댄 벽과 담이 낡은 책장처럼 지난 시간을 말해준다. 마을에서 오른쪽 각골재 방면으로 방향을 튼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고갯길이다. 새한서점 표지판을 따라 간신히 길을 잡는다. 그리 몇 분을 더 숨어들면 산중 헌책방이 나타난다. 굴뚝 연기가 여간 반갑지 않다. 새한서점은 산으로 둘러싸인 외딴집이라 산장 같다. 길과 접한 바깥 들마루는 우장훈과 안상구가 삼겹살에 소주를 나누던 자리다. 수북한 헌책과 종이상자가 영화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창문 너머 낡은 책의 서가는 영화와 다르지 않다. 사무실에는 우장훈 검사의 아버지 같은 이금석 씨가 반긴다. 그는 30년 넘게 새한서점을 운영해오고 있다. 첫 출발은 1979년, 서울 잠실 일대에서 좌판을 벌이고 노점에서 헌책을 팔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서점으로 발전했고, 이후 고려대 앞에 정착했다. 1980~90년대 헌책깨나 찾아 헤맨 이들에게는 헌책방계의 이병헌이고 조승우다. 새한서점은 지난 2002년 단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금석 씨는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고 싶었다. 처음에는 고향 제천이 목적지였다. 하지만 20여만 권의 책이 문제였다. 결국 고향과 가까운 단양군 적성초등학교로 이사했다. 2009년에는 더 깊은 산중을 찾아 지금 터를 잡은 현곡리로 들어왔다. 계곡을 낀 경사진 땅에 집을 짓고 책장을 늘려가며 헌책방을 만들었다. 소장한 22만 권 가운데 13만 권이 서가를 채우고 있다. 새한서점의 발전사는 여러 영화에 담겨 있다. 서울 시절에는 박중훈, 송윤아 주연의 <불후의 명작>(2000)을 촬영했다(이 영화에도 백윤식이 나온다). 극중 헌책방에는 이금석 씨를 닮은 주인장이 등장한다. 적성초등학교 시절에는 권상우, 김하늘 주연의 <청춘만화>(2006)를 촬영했다. <내부자들>은 현곡리에서 처음 촬영한 영화다. 책방 안으로 걸음을 내딛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책장 사이를 살피던 안상구가 떠오른다. 새한서점을 처음 찾은 사람은 한 번씩 겪는 일이다. 바닥은 따로 공사를 하지 않아 그대로 흙이다. 책장이 기둥을 대신하고 천장은 지붕을 겸한다. 코끝에 스미는 마른 냄새가 땅에서 나는지, 낡은 책에서 나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오로지 책만을 위한 집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실로 어마어마한 책들이다. 그 중앙 통로의 끝에서 우장훈의 아버지가 아들과 안상구를 맞이했다. 영화에서처럼 책 사이를 걸어 오르니 작은 방이 나온다. 역시 헌책들이 쌓였다. 극중 우장훈이 자랐던 방으로 나온 공간이다. 트럭 1대 분량의 소품을 가져와 세트를 꾸몄다. 촬영이 끝난 뒤에는 다시 헌책방의 일부가 되었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변함이 없다. 어떤 날은 중년 신사가, 또 어떤 날은 부모 손을 잡고 온 아이가 책방 한쪽에서 오래도록 책을 읽다 간다. 그들은 보물을 캐듯 책의 동굴을 거닌다. 그러다 밖으로 나가 계곡의 간이의자에서 먼산과 눈을 맞춘다. 이금석 씨는 언젠가 여행자들이 책을 읽으며 야영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마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가 꿈꾸는 관광형 헌책방의 미래다. 아직은 무심한 듯 내주는 믹스커피 한 잔으로 정을 나눈다. 그러나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외려 지금이 천국일 수 있다. 모든 게 갖춰진 산중 헌책방이 아닌 채울 것이 남아 풍요로운 헌책의 소굴이다. 은빛 설원만이 겨울 여행의 진수일까. 그 품에서 시린 손끝으로 책장을 넘기는 생경한 경험 또한 아주 특별한 겨울 여행이다. 새한서점 -주소 : 충북 단양군 적성면 현곡본길 46-106 -문의 : 010-9019-8443 http://shbook.co.kr/mall/ 주변 음식점 -전원회관 : 한우마늘떡갈비 / 단양군 단양읍 중앙1로 42 / 043-423-3131 -단양흑마늘닭강정 : 흑마늘닭강정 / 충북 단양군 단양읍 도전4길 30 / 043-422-2758 -수리수리봉봉 : 수리수리봉봉정식 / 충북 단양군 대강면 사인암로 391-5 / 043-422-2159 http://www.surisuribb.com/ 숙소 -단양관광호텔 : 단양군 단양읍 삼봉로 31 / 043-423-7070 http://www.danyanghotel.com/ -대명리조트 단양 : 단양군 단양읍 삼봉로 187-17 / 1588-4888 http://www.daemyungresort.com/dy/ -게스트하우스 리오127 : 단양군 단양읍 수변로 127 / 043-421-5600 글, 사진 : 박상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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