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국립공원 삼공탐방지원센터에서 백련사를 거쳐 오르거나, 덕유산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면 설천봉 지나 덕유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향적봉에 닿는다. 향적봉에서 중봉을 거쳐 덕유평전으로 가는 길은 덕유산의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가는 부담없는 트레킹 코스다. 늦여름으로 성큼성큼 다가서는 이맘때, 덕유평전 가는 길에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이 아닌 소담스러운 야생화, 가녀리지만 능선을 넘나드는 거친 바람에도 꼿꼿한 자태를 뽐내는 야생화의 매력에 빠져보자. 덕유산은 봄, 여름, 가을까지 야생화가 계절에 따라 피고 진다. 특히 8월과 9월은 야생화 천국이다. 설천봉에서 향적봉을 거쳐 중봉과 덕유평전에 이르는 구간에서 야생화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진범, 투구꽃, 정영엉겅퀴, 수리취, 궁궁이 등이 대표적이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과 중봉을 거쳐 덕유평전까지는 능선을 따라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다. 야생화와의 만남은 설천봉에서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에서부터 시작된다. 향적봉까지는 키 작은 참나무 숲이 이어지는데, 간혹 늠름한 주목나무가 넓은 가지를 드리우며 고고한 자태를 뽐낸다. 향적봉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만난 야생화는 흰진범이다. 흰진교라 부르기도 하는데, 숲속에서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줄기 끝에서 꽃이 송이송이 피어난다.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리나 목이 긴 고니 같은 조류, 혹은 목이 긴 공룡의 모습을 닮았다. 맹독성 식물로 알려져 있어 독화살이나 사약을 만들 때 주로 쓰였다고 한다. 특히 뿌리줄기에 맹독 성분이 많다. 흰진범과 함께 가장 많이 보이는 미나리아재비과 야생화 중 하나가 투구꽃이다. 보랏빛 꽃이 마치 투구를 쓴 모습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언뜻 보면 투구를 쓴 무사들이 짙은 숲속에 매복을 하고 있는 듯하다. 하늘을 향해 보랏빛 꽃을 피우는 용담도 간간이 소담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조금 더 올라가서는 실처럼 얇은 꽃잎을 가진 정영엉겅퀴를 만난다. 해발고도가 높은 초원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꽃이다. 보랏빛을 띠는 엉겅퀴와 색깔만 다를 뿐 비슷하다. 지리산 정령치에서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이라 하고, 보랏빛을 띠는 엉겅퀴와 달라 ‘정녕 네가 엉겅퀴란 말이냐?’라고 물은 데서 유래했다는 재미난 이야기도 전한다. 키 작은 참나무 숲을 지나면 마침내 하늘이 열린다. 정상에 다 왔다는 증거다. 향적봉 아래 암봉에 분홍빛을 띤 강아지풀 같은 식물이 하늘거리는데, 푸른 하늘과 대비가 아주 좋다. 비비면 오이 냄새가 난다는 산오이풀이다. 간혹 구절초까지 끼어 가을빛을 전한다. 정상에 다다를 무렵부터 향적봉 정상까지는 산오이풀과 구절초, 수리취 등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향적봉에 오르면 바로 하늘이다. 거침없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에 가슴이 탁 트인다. 향적봉에서 보는 풍경은 남쪽이 가장 아름답다. 부드럽고 넉넉한 덕유산의 능선과 저 멀리 지리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덕유평전이 내려다보이는 중봉, 홀연히 솟은 무룡산, 그리고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이 덕유산 종주의 헛된 꿈을 갖게 한다. 덕유산 능선 너머로 지리산 능선이 수평으로 이어지는데, 흐린 날에는 신기루처럼 희미하게 잡힌다. 향적봉대피소로 내려가는 길에는 수리취가 반긴다. 수리취는 향적봉에서 덕유평전에 이르는 내내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야생화다. 언뜻 봐서는 쉽게 정이 가질 않는다. 뭉툭한 꽃 모양에 화사한 원색도 아닌 검은빛 도는 보라색이랄까? 가느다란 꽃잎은 엉겅퀴를 닮았고, 꽃 주변에는 가시가 있어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하지만 군락을 이루고 있는 데다 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꽃이다. 수리취를 찾아든 벌들이 꽃 속에 몸을 푹 담궜다가 한참 뒤에야 빠져나온다. 마치 제집 드나들며 편히 쉬는 듯하다. 어린잎을 따서 단오 때 수리취떡을 만들어 먹는다. 향적봉대피소 주변에는 하얗게 무리지어 피는 궁궁이가 한창이다. 한 줄기에서 나와 꽃이 우산처럼 펴지는데, 지름이 10cm가 넘을 정도로 크고, 20개가 넘는 꽃의 무리가 20~30여 개에 이른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중심으로부터 바깥으로 퍼진다. 노란색 물레나물 꽃도 만난다. 5장의 꽃잎이 반시계 방향으로 치우친 모양이 물레바퀴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노란 꽃잎과 붉은 꽃술의 대비가 아름답다. 중봉으로 가는 길은 주목과 구상나무 군락지가 자리한다. 간간이 만나는 주목과 구상나무의 위엄한 자태가 잠시 발걸음을 붙잡는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지리산이나 가야산, 덕유산 등지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종이다. 특히 덕유산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덕유산의 깃대종이다. 중봉으로 가는 길에는 하늘과 맞닿은 능선길과 숲길이 차례로 이어진다. 여지없이 투구꽃과 수리취가 지천이다. 원추리와 비비추는 내년을 기약하며 씨방 속에 아기 같은 씨앗을 곱게 품고 있다. 중봉에서 덕유평전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원추리 군락으로 유명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능선에 납작 엎드린 야생화들도 종종 눈에 띈다. 연보랏빛을 품은 산부추, 자줏빛 도는 앙증맞은 흰꽃을 피우는 앉은좁쌀풀도 만난다. 큰 어려움 없이 중봉에 올라 전망대에 서면 덕유평전이 한눈에 들어온다. 키 큰 나무 하나 없이 펑퍼짐한 덕유평전 위로 탐방로가 구불구불 뱀처럼 이어진다. 봄날 분홍빛 화사함을 자랑하던 철쭉은 단풍이 들어 여린 붉은빛을 띠며 주변 녹음과 완전히 구분된다. 중봉은 늘 바람이 거칠다. 해발고도 1,500m가 넘고 비바람이 많아 식물이 살기 어려운 아고산대의 기후를 갖춘 덕유산이다. 그중에서도 중봉은 바람이 가장 심한 곳이라 했다. 그런데도 중봉 일대의 암반 주변에 구절초와 산오이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자잘한 흰 꽃을 별처럼 피워내는 참바위취도 바위틈에서 얼굴을 내민다. 거친 바람에도 능선 바위틈에 뿌리내리고 고운 자태를 선보이는 가녀린 야생화들은 보면 볼수록 감동이다. 중봉전망대에 올라서니 날이 흐려 시야가 답답하다. 멀리 지리산 능선은 보일락 말락 하지만, 덕유산의 능선이 중첩되며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보인다. 덕유평전을 지나 동엽령에서 내려가면 칠연폭포와 칠연의총이 있는 안성탐방지원센터로, 동엽령을 지나 무룡산과 삿갓재를 거쳐 남덕유산으로 가면 덕유산 능선을 종주할 수 있다. 설천봉에서 덕유평전까지는 쉬엄쉬엄 1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덕유산국립공원 주소 : 전북 무주군 설천면 구천동1로 159 문의 : 063-322-3174 1. 주변 음식점 천마루 : 해물갈비짬뽕, 머루탕수육 / 무주군 무주읍 무주로 1730 / 063-322-0433 https://www.1000maru.co.kr 별미가든 : 산채정식 / 무주군 설천면 구천동로 948 / 063-322-3123 천지가든 : 산채비빔밥 / 무주군 무주읍 괴목로 1313 / 063-322-3456 2. 숙소 무주덕유산리조트 : 무주군 설천면 만선로 185 / 063-322-9000 http://www.mdysresort.com/index.asp 덕유산자연휴양림 : 무주군 무풍면 구천동로 530-62 / 063-322-1097 글, 사진 : 문일식(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1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mo{display:none;} @media screen and (max-width: 1023px){ .mo{display:block;} .pc{display: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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