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도 서쪽 산양일주로는 드라이브길로 제격이다. 영화 <나의 독재자>에서 부감이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의 촬영지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아버지의 시선 같았다. 도로를 따라 영화의 촬영지 중화마을과 당포성지, 연명예술촌, 달아공원이 들고나는 통영의 숨은 여행지다. 성근(설경구 분)이 자신의 젓가락질을 지적하자 아들 태식(박해일 분)이 대든다. “위대한 수령께서 뭐 그딴 것까지 신경 쓰십니까?” 그러자 성근(설경구 분)이 답한다. “수령은 아바지 아니네?” 짧지만 뭉클한 대화다. <나의 독재자>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다. 무명배우 성근은 남북정상회담에 대비해 국가에서 훈련시킨 김일성 대역 배우다. 남북정상회담이 무산된 뒤에도 그는 역할에 몰입한 나머지 평생 자신이 김일성이라 믿고 산다. 태식은 그런 아버지가 못마땅하다. 하지만 아버지의 ‘마지막 무대’를 보고는 가슴에 켜켜이 쌓였던 미움이 가신다.<나의 독재자>의 마지막 5분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태식이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정(류혜영 분)을 찾아가는 장면으로 채워진다. 아버지를 잃고 아버지가 되는 과정이다. 극중 여정이 아이를 낳아 기르려 택한 곳이 통영의 중화마을. 미륵도 서쪽 산양일주로변이다. 카메라는 부감으로 산양일주로 일대를 넓게 담는다. 당포항을 지나 중화마을에 이르는 구간이다. 노란 승합차가 바다와 육지 사이의 도로를 달리는데 화해의 노란손수건처럼 따스하다. 느릿하게 굽이쳐 흐르는 도로와 자그마한 항구도 매력이다. 굳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영화 같은 풍경이다. 목적 없이 차를 달려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해안 드라이브길이다. 실상 비행기나 패러글라이딩으로 날아오르지 않는 이상 영화 속 시선으로 내려다보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 당포항 뒤편 언덕의 당포성지에서 산양일주로 일대의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당포성지는 고려시대 성곽이다. 공민왕 23년(1371)에 최영 장군이 성을 쌓고 왜구를 물리친 역사 유적이다. 이순신 장군의 두 번째 승리도 당포성을 탈환하는 당포승첩이었다. 성지에는 너비 4.5m, 최고 높이 2.7m의 석축이 752m 가량 남아 있다. 도로를 살짝 벗어나 펜션 옆 완만한 산길을 오른다. 200~300m를 오르면 너른 대지가 나타난다. 당포성지는 성축을 따라 오르는 길만으로도 제법 괜찮은 여행지다. 하지만 시선은 자꾸만 뒤를 향하게 된다. 쉬이 시선을 뗄 수 없는 황홀한 풍광 때문이다. 당포성지에서 바라본 산양일주로는 당포항과 중화마을을 넘나들며 <나의 독재자>의 부감 샷과 비슷한 장면을 연출한다. 또 곤리도를 중심으로 쑥섬, 소장군도, 유도 등의 섬들이 바다 위에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한다. 그 사이에는 가두리 양식장이 푸른 물결 위에 저만의 문양을 새긴다. 산양일주로의 달아공원 정도만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뜻밖의 선물이다. 성지 주변을 크게 한 바퀴 돌며 사방으로 보이는 전망을 고루 감상해도 좋겠다. 당포항 뒤편 장군봉도 또렷하고, 통영 본섬을 향해 내달리는 육지의 풍광도 장쾌하다. 그러다 잠깐 멈춰 서서는 망중한도 누려봄 직하다. 겨울 한기가 제법 매서워도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당포성지를 내려와서는 다시 중화마을로 이동한다. 도로변에는 동백나무가 가로수를 대신한다. 붉은 꽃들의 열정적인 마중이다. 이내 중화마을로 내려선다. <나의 독재자>에서 태식이 다다른 어촌마을이다. 당포항도 소담스럽지만 중화마을은 한층 한적하고 고요한 어촌이다. 반면 당포항보다 길고 너른 해안선을 끼고 있다. 낚시꾼들이 알음알음 찾아드는 마을로 겨울에는 호래기(꼴뚜기의 경상도 사투리) 낚시를 즐기는 이가 많다. 촬영지는 마을의 남쪽 끝자락이다. 산양일주로가 마을을 벗어나기 직전이다. 바다 쪽으로 <나의 독재자>와 <쎄시봉> 촬영지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내건 간판이 반긴다. 그 아래로 50m 남짓 걸어가면 두 영화의 촬영지다. <나의 독재자> 촬영지는 통영황씨펜션이다. 펜션 주방이 극중 우주분식으로 등장했다. 남산만 한 배로 아이들에게 떡볶이를 내던 여정이 눈인사로 태식을 맞이했던가. 펜션 앞에는 두 사람이 앉았던 평상이 그대로다. 자신이 끓여낸 라면을 먹는 태식에게 여정이 말을 건다. “이제 젓가락질 똑바로 하네.” 태식은 여정의 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들려요? 뭐라고 하는데요?” “괜찮대. 이제 다 괜찮대.” 카메라의 시선은 두 사람에게서 떨어져 점점 바다 쪽으로 멀어지며 중화마을의 전경을 비춘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난다. 아이는 아버지의 선물이고, 멀어지는 풍경은 아버지 성근의 시선인 양하다. 중화마을에서 느낀 영화의 감동을 조금 더 연장하고 싶다면 해질녘에 맞춰 달아공원을 찾아보길 권한다. 달아공원은 통영에서도 손꼽는 일몰 전망대다. 먼발치 사량도 쪽으로 물드는 노을이 장관이다.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보게 만든다. 일몰이 아니더라도 바다 풍경만으로 꼭 한 번은 들를 만하다. 바다 풍경보다 일몰이 목적이라면 달아공원에 다다르기 전 도로변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좋다. 중화마을에서 달아공원 가는 길에는 연명예술촌을 지난다. 연명항이 있는 어촌으로 가장 안쪽에 폐교를 개조한 예술가들의 공간이 자리한다. 미리 예약하면 작가들과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있다. 일몰까지 시간이 여유롭다면 당포항과 중화마을에 이르기 전 삼덕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가까운 거리에 박경리기념관과 박경리기념공원이 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산중에 조용한 집이다. 박경리 선생의 문학 인생도 보고 기념공원도 산책한다. 박경리 선생의 묘 부근에 벤치가 여럿인데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절로 문학의 향취에 젖어든다. 중화마을(통영황씨펜션) 주소 : 경남 통영시 산양읍 산양일주로 1429-17 문의 : 010-3217-6685 연명예술촌 주소 :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명길 140 문의 : 055-649-4799 달아공원 주소 : 경남 통영시 산양읍 산양일주로 1115 문의 : 055-650-4681 박경리기념관 주소 : 경남 통영시 산양읍 산양중앙로 173 문의 : 055-650-2541 1.주변 음식점 원조시락국 : 시락국 / 통영시 새터길 12-10 / 055-646-5973 뚱보할매김밥 : 충무김밥 / 통영시 통영해안로 325 / 055-645-2619 미주뚝배기 : 해물뚝배기 / 통영시 통영해안로 227-2 / 055-642-0742 2.숙소 베니키아엔쵸비호텔 : 통영시 동호로 56 / 055-642-6000 통영대교게스트하우스 : 통영시 진남1길 24 / 010-6390-5568 통영게스트하우스 슬로비 : 통영시 산양읍 풍화일주로 1609-14 / 010-3943-1178 글, 사진 : 박상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5년 7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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