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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터 가까운 곳에 수목원이 있다는 건 꽤 설레는 일이다. 서울시 최초의 시립수목원이 가을 윤곽을 드러냈다. 구로구 항동에 자리한 푸른수목원이다. 지하철역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닿고, 번화가에서 10분 정도만 벗어나면 만나니 접근성도 좋다. 호젓한 갈대 저수지가 있고, 코스모스 핀 기찻길도 걸을 수 있어 가을 운치를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다. 가족이 갈 만한 좋은 수목원을 가늠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일단 아이들 얼굴에서 행복한 미소를 세 번 정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수목원은 꽤 잘 만든 공간이다. 복잡한 도시인에게 수목원은 볕 잘 들고, 단아한 바람이 불고, 자연을 배우며 심호흡할 수 있는 곳이면 족하다. 그래서 먼 데 숨어 있는 울창한 숲보다는 잠시 짬을 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면 좋다. 화려한 꽃과 단풍이 아니더라도 바뀌는 계절을 음미할 수 있는 한두 가지 소재만 있어도 행복하다. 도시인의 지친 어깨를 토닥여준다는 점에서 항동 푸른수목원은 고마운 공간이다. 최초의 시립수목원을 표방한 푸른수목원은 올 여름 첫선을 보였다. 저수지와 수목원 부지를 합한 면적이 10만 3,000㎡이다. 수목원 인근은 천왕산과 도시의 윤곽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다. 서울에 자리한 공간이지만 빌딩 숲보다는 녹음이 눈앞에 먼저 다가선다 예전 구로구 항동 일대는 무허가 건물과 판자촌이 즐비하고 공단이 밀집했던 지역이다. 푸른 서울 만들기의 일환으로 기획된 수목원은 도시의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고 친환경 생태공간을 조성한다는 애틋한 취지를 담고 있다. 푸른수목원은 아직 현재진행형 공간이다. 숲은 그늘을 드리울 정도로 울창하지 않고, 곳곳의 식물들도 성숙한 잎을 자랑할 정도는 아니다. 지난여름 수목원을 찾은 사람들은 뙤약볕에 고생을 좀 했지 싶다. 올해 문을 열어 이제 걸음마를 뗀 정도이니 수목원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제법 의미 있겠다. 푸른수목원은 1,700여 종의 다양한 식물과 내음두루, 가람자리 등 25개 테마 정원을 갖추고 있다. 기존 허브식물원, 수생식물원 등에 우리말 명패를 달아 아기자기하게 유기적으로 연결해놓았다. ‘나래울’은 다양한 낙엽활엽수를 심어놓은 곳으로 푸른수목원에서 숲의 느낌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이다. 100가지 먹을거리가 있는 ‘남새마당’은 식용식물을 심어 정원의 화려함보다는 생산과 결실, 수확의 기쁨을 담아 표현한 공간이다. 용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의 ‘미르내’는 시냇물 길이가 1,000m에 이르는데, 주제별 정원을 두루 거치며 수목원의 생태하천 역할을 하고 있다. 푸른수목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항동저수지와 갈대숲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저수지에는 드넓은 갈대숲이 펼쳐져 있다. 나무 데크를 따라 키보다 높이 자란 갈대 사이를 거닐다 보면 장미원 ‘달록뜰’이 모습을 드러낸다. 깊은 가을에도 달록뜰에는 때늦은 붉은 꽃송이들이 탐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달록뜰 앞 쉼터에서 바라보는 저수지 전경이 깊은 가을 휴식을 선사한다. 갈대숲 아래에서 오리들이 자맥질하는 풍경도 한가롭다. 갈대숲과 함께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은 수목원 옆에 나란히 늘어선 항동 철로다. 폐철로는 엄격하게 따지면 수목원 울타리 너머 공간이지만 이 철길이 푸른수목원을 빛내는 효자 역할을 한다. 철로 양쪽으로는 코스모스길이 나란히 이어진다. 실제로 아이들 얼굴에서 가장 큰 웃음을 발견할 수 있는 곳도 이 철길이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추억에 젖은 모습들이다. 철로에서 내려다보면 수목원 전경이 펼쳐지고 파스텔톤 코스모스는 하염없이 하늘거린다. 수목원에서는 울타리 너머 철로를 함부로 드나들 수 없다. 정문 입구 옆길이나 수목원 끝자락 숲 생태관 뒤편의 작은 쪽문을 이용하면 된다. 푸른수목원은 주변과 단절된 공간이 아니다. 철로와 코스모스길이 그렇듯, 수목원 뒷길은 구로올레길과 연계되며 제법 큰 숲길로 이어진다. 푸른수목원은 천왕산으로 이어지는 생태 벨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수목원에서 숲 산책이 다소 아쉽다면 이곳 숲길을 걸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곳곳의 공간들은 푸른수목원의 성격을 잘 대변해준다. 수목원 반대편의 이색 건물인 숲교육센터는 전 세계 유용작물의 전시장이자 ‘가드닝 스쿨’ 등 식물 교육을 전담하는 공간이다. 수목원 입구에는 북카페가 들어서 있으며, 영화 상영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꾸려가고 있다. 콘크리트 벽을 재활용한 화분 거치대 등도 눈길을 끈다. 수목원 안에는 식당이나 매점이 없다. 단, 간이 카페에서 2,000원짜리 커피 등 따뜻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간단한 음식은 싸올 수 있지만 쓰레기는 되가져가야 한다. 곳곳에 쉬어 갈 수 있는 원두막이 있으며, 애완견은 동반 입장이 가능하다. 나무 데크길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시멘트길을 걸어야 한다는 점은 흙길에 목마른 도시인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주말에는 주차공간 역시 협소한 편이다. 푸른수목원 주소 : 서울시 구로구 연동로 240 문의 : 02-2686-3200 이용료 : 입장료, 주차료 한시적 무료 이용시간 : 오전 5시~오후 10시(연중무휴)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서부간선도로 → 경인로(부천 방면) → 고척교 교차로에서 부천 방면 → 성공회대학교에서 좌회전 * 대중교통 지하철 1, 7호선 온수역 하차, 구로07번 마을버스를 타고 푸른수목원 하차 2.주변 음식점 송림가 : 한정식 / 구로구 경인로 398 / 02-2066-6000 http://www.songlimga.com/ 어울림 : 한우 / 구로구 공원로 41 / 02-867-9292 항동원조순두부 : 순두부 / 구로구 연동로12길 14 / 02-2684-3152 3.숙소 베스트웨스턴프리미어 구로호텔 : 구로구 디지털로32길 72 / 02-6905-9500 http://www.gurohotel.co.kr/ 쉐라톤서울 디큐브시티호텔 : 구로구 경인로 682 / 02-2211-2000 http://www.sheratonseouldcubecity.co.kr/user/main/MainMgr.do 유로파라텔 : 구로구 새말로18길 142 / 02-869-7396 글, 사진 : 서영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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