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 국화향도 짙어진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국화축제가 많지만, 전북 고창만큼 국화향 짙은 곳이 있을까? 고창군 부안면에는 국화향 짙은 곳이 세 군데나 있다. 가을이면 많은 사람들이 애독하는 시 <국화 옆에서>를 지은 시인 서정주의 고향이자 그의 문학관이 자리 잡은 미당시문학관, 끊일 듯 이어진 담장에 무향의 국화를 아로새긴 안현돋음볕마을(고창국화마을), 그리고 마을 뒤편으로 진한 국화향이 가득한 국화축제장이다. 무르익어가는 가을날 <국화 옆에서>를 읊조리며 국화와 함께하는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미당시문학관은 봉암초등학교 선운분교를 개보수해 지난 2001년에 개관했다. 10년이 훨씬 넘은 곳이지만, 문학관의 벽을 타고 오르는 붉은 담쟁이넝쿨은 올해도 변함이 없다. 지난해 전시 환경을 개선해 새롭게 개관했다. 미당 서정주는 1915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에서 태어나 지난 2000년에 향년 8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습작기를 포함해 70년 동안 시집 15권, 시 1천 편을 발표한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가을을 대표하는 시 <국화 옆에서>부터 인근에 있는 선운사를 상기시키는 <선운사 동구>, 송창식이 곡을 붙여 유명해진 <푸르른 날> 등이 대표적이다. 분교를 기초로 해 지은 문학관 전시동은 수직으로 높이 솟아 있다. 일반적인 모습의 수평적 전시 공간과는 달리 1층에서 전망대까지 수직적인 전시 공간이다. 입구에는 시인의 모습을 실루엣으로 표현한 대형사진과 함께 “우리말 시인 가운데 가장 큰 시인”이란 문구가 방문객을 맞는다. 1전시실은 미당을 만나는 첫 공간으로 선생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족적을 담고 있다. 2전시실은 미당시문학관의 대표적인 공간으로 전망대까지 한 층 한 층 오르며 시인의 인생을 만날 수 있다. 남농 허건으로부터 받은 부채, 생전에 늘 가까이했던 파이프와 지팡이,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서재를 재현한 공간 등 선생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발표한 수필 <스무 살 된 벗에게>, 시 <항공일에> 등 친일 작품도 액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비록 친일활동을 했지만 평가는 보는 이의 몫이다. 3전시실은 투명한 유리터널에 시인의 주요 작품을 새겨 둘러볼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국화 옆에서>를 비롯하여 <귀촉도>, <자화상>, <동천>, <선운사 동구> 등 주옥같은 시편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전시 공간에서 이어지는 전망대는 보기와는 달리 제법 높다. 가까이 안현돋음볕마을(고창국화마을)과 마을 뒤편 국화축제장이 보이고, 멀리 곰소만의 갯벌과 바다, 부안군 변산의 능선이 좌우로 길게 펼쳐진다. 산과 바다 그리고 너른 들녘이 한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미당시문학관 전망대에 서면 지붕 위에 그려진 국화 그림이 인상적인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사시사철 무향의 국화를 만날 수 있는 안현돋음볕마을(고창국화마을)이다. 동서로 길게 이어진 마을의 담장과 지붕에 국화가 만발했다. 안현돋음볕마을(고창국화마을)은 미당 서정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국화를 마을의 담장과 지붕에 그림으로 얹었다. 하얀 국화를 상징하는 듯 새하얀 담장에 굵직한 필체로 새겨진 시 <국화 옆에서>를 비롯해 시에 등장하는 ‘거울 속 누님’을 상징하는 마을 어르신의 미소 가득한 그림이 안현돋음볕마을을 대표한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분홍빛 국화에 나비가 날아들고, 검정색 지붕 위로 하얀 국화가 탐스럽게 피었다. 어머니와 아들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이야기는 벽화길의 또 다른 이야기길이다. 고인돌 그림이 그려진 벽화를 따라 언덕을 오르면 국화 군락이 장관을 이루는 국화축제장이다. 미당 서정주를 기리기 위해 묘소를 중심으로 조성한 국화밭이 가을이면 장관을 이룬다. 3만 3,000㎡ 국화단지에 4만 5,000주에 이르는 노란 국화가 지천으로 피었다. 마을 뒤편 정자에서 전망대와 미당 서정주 묘소에 이르는 길이 국화축제의 대표적인 경관길이다. 정자 아래쪽은 드문드문 피었지만 전망대를 지나 미당 서정주 묘소, 언덕 정상으로 이어지는 주변은 국화가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몽글몽글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노란 꽃봉오리가 푸른 줄기 사이로 마치 노란색 물감을 칠한 안개꽃을 닮았다. 산자락 곳곳에 남아 있는 이름 모를 묘지도 국화 군락에 싸여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왠지 산 사람 못지않게 행복해 보인다. 노란 국화가 대부분이지만 흰색, 주황색, 분홍색, 붉은색 국화꽃도 노란 국화 사이에 곱게 물들었다. 언덕 정상에 자리한 벤치에 앉아 국화꽃 만발한 축제장을 내려다보면 소요산의 우람한 산세와 그 아래로 미당시문학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을 넘어 건너편 국화단지로 가는 길에는 너른 들판 너머로 곰소만의 갯벌과 부안 변산의 능선이 펼쳐진다. 국화축제장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안현돋음볕마을(고창국화마을)로 내려온다. 국화향 짙은 부안면 선운리 미당시문학관 일원에서는 질마재문화축제와 미당문학제가 열린다. 10월 24일부터 11월 3일까지 11일간 펼쳐지는 질마재문화축제와 미당문학제는 알싸한 국화향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 한마당이다. 축제 기간 중 미당시문학관의 너른 앞마당에서는 미당의 시 <화사집> 24편이 걸린 미당시화전이 열린다. 이밖에도 고창의 농특산물 전시 판매, 국화차와 막걸리 시음, 돼지․토끼․염소 등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동물농장, 소원지를 매단 달집태우기 등의 행사가 열린다. 제기차기, 투호놀이, 굴렁쇠 등 전통놀이도 잔디밭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11월 1일 시문학관과 국화축제장에 이르는 길에서는 국화길 보물찾기도 열린다. 보물 티켓을 찾으면 고창의 농산물을 교환해주는 재미있는 이벤트다. 취재를 마치고 올라오는 길, 우연히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송창식의 <푸르른 날>이 흘렀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계절이 마음까지 무르익게 했을까? 서정주의 시와 송창식의 노래 속에 문득 그리운 사람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유독 까만 밤이 흐르던 귀갓길, 그리운 사람들에 대한 단상이 깊어가는 가을처럼 더욱 깊어만 갔다. 미당시문학관 & 안현 돋음볕마을(고창국화마을) 주소: 전북 고창군 부안면 질마재로 2-8 [문의] 미당시문학관 063-560-8058 http://seojungju.gochang.go.kr 안현 돋음볕마을(고창국화마을) www.gcgukhwa.co.kr 1.주변 음식점 조양관 : 한정식 / 고창군 고창읍 천변남로 86 / 063-564-2026 청림정금자할매집 : 장어구이 / 고창군 아산면 인천강서길 12 / 063-564-1406 신덕식당 : 장어구이 /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8 / 063-562-1533 2.숙소 선운산관광호텔 : 고창군 아산면 중촌길 21 / 063-561-3377 http://www.sushotel.com/ 선운산유스호스텔 :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158-36 / 063-561-3333 http://www.seonunsan.co.kr/ 힐링카운티 : 고창군 고창읍 석정2로 207-35 / 063-560-7300 글, 사진 : 문일식(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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