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대한민국 구석구석은 2019년 8월 일주일 살아보기 여행 시즌2 <내가 처음 만난 일주일> 이벤트를 진행, 총 열 팀에 특별한 여름휴가를 선물했습니다. 체험 선정자들이 영월, 충주, 경주, 보성, 남해에서 보내온 생생한 여행기를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우리 가족은 전라남도로 여행을 간 적이 한 번도 없다. 경기 서북부에서 자동차로 다섯 시간이면 닿을 수 있지만 심리적 거리가 그보다 멀었던 탓이다. 여행 계획을 세운 적은 있지만 집안 대소사에 밀려 번번이 취소되었다. 몇 년간 가족여행을 하지 못해 아쉬워하던 중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진행하는 ‘일주일 살아보기 여행 시즌2’ 이벤트를 접했다. 영월, 충주, 경주, 남해, 보성에서 일주일 간 살 수 있도록 숙박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가족은 망설임 없이 보성 춘운서옥에 신청서를 넣었다. 유서 깊은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는 딸의 의견 때문이었다. 결과는 운 좋게도 당첨이었다. 3대가 함께하는 첫 전남 여행을 앞두고 행복한 고민에 젖었다. 내가 꿈꾸는 여행은 어머니가 원하는 남도의 맛과 바쁜 아내를 위한 힐링 타임, 아이들을 위한 체험거리가 두루 갖춰진 것이었다. 결국 우리 가족은 멀리 보성까지 간 김에 주변 도시까지 아우르는 전남 투어를 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가족이 일주일 동안 머문 춘운서옥은 15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한옥 숙소다. 외부는 그대로 두고 내부만 현대식으로 정비했다. 꽃과 나무, 석물이 가득한 고풍스러운 정원은 건축업을 하셨던 사장님이 직접 꾸민 것이다. 마음에 드는 나무를 심고 오랜 시간 모은 석물, 수석, 공예품으로 빈 공간을 장식했다. 사장님이 모은 돌절구만 100개가 넘는다는 얘기를 듣고 집안 구석구석에 놓인 석물의 양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객실은 본채, 초당채, 송곡실, 석전실, 효봉실, 설주실 등 여섯 개가 있다. 본채와 초당채는 독채, 나머지 객실은 보성의 서예가와 예술가, 작가의 호를 따서 이름 지은 일반실이다. 방에 들어가니 대리석 바닥 위에 고가구와 골동품을 놓은 독특한 인테리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깔끔한 주방시설과 욕실을 갖추고 있어 어머니와 아이들 모두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뒷마당에는 전통방식으로 새로 지은 건물도 있다. 춘운정이라는 작은 정자다. 우리 가족은 모기 때문에 정자에 오래 앉아있을 수 없었지만 선선한 날 차 한 잔과 더불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내기 좋은 장소다. 보성은 전라남도 해안 도시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여수, 순천, 고흥, 강진, 해남, 목포, 담양 등 주변 도시로의 이동이 비교적 편리하다. 우리 가족의 전략은 보성에 머물며 주변 6개 지역을 모두 둘러보는 것. 결과부터 말하자면 욕심이 과했다. 한 지역에서 여러 곳을 방문하려니 힘들었고, 날씨가 더워 고생스러웠다. 하루에 지역 대표 여행지 한곳만 둘러봐도 시간이 빠듯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 가족과 비슷한 방식으로 여행을 할 때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방문했던 곳 중 가족과 함께 가기 좋은 여행지를 다섯 군데 소개한다. 대한다원은 1939년 개원한 국내 최대 규모 차밭이다. 50만 평 대지에 580만 그루의 차 나무가 자라고 있다. 우리 가족이 대한다원을 첫손에 꼽은 이유는 차밭 어느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 되는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다. 차밭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길쭉한 삼나무가 줄지어 선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적이 있다고 한다. 대한다원에는 전망 포인트가 여러 군데 있다. 그중 해발 350m 전망대에 오르면 녹차밭 너머 남해가 펼쳐지는 장관을 볼 수 있다. 20여 분 비탈길을 오르는 수고 정도는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보상해준다. 내려올 때는 산책로 표지판을 따라가지 말고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오는 편이 낫다. 전망이 좋지 않은 가파른 숲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Tip. 대한다원을 구경한 후에 시음장에서 차를 음미해보자. 1인당 2,000원이면 녹차 시음이 가능하다. 시음용 차는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곡우가 지나고 처음 딴 차로 낸다. 녹차 아이스크림은 달지 않고 녹차 특유의 쌉싸름한 향이 느껴진다. Tip. 보성은 녹차의 고장답게 녹차로 만든 음식이 많다. 가장 유명한 것이 녹차 떡갈비와 녹돈(녹차 돼지고기)이다. 보성군청 앞 중앙로에 관련 식당이 많다. 다산초당은 천주교에 물든 죄인으로 몰려 18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다산 정약용이 10년 동안 머물렀던 곳이다. 정약용은 이곳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목민심서>를 비롯한 50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다산초당은 곧 실학의 산실인 셈이다. 의미 있는 장소지만 볼거리는 많지 않다. 세 채의 한옥 건물과 초당 옆 작은 연못, 천일각이라는 이름의 정자 하나가 전부다. 연못이 보이는 초당의 오른쪽 문 위에는 관어재(觀漁齋)라는 이름이 적힌 현판이 걸려 있다. 직역하면 물고기를 바라보는 방이다. 정약용이 제자들과 함께 방에서 연못을 바라보며 세상 이치를 논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단출한 겉모습에 실망하지 않으려면 이곳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알고 가야 한다. 다산박물관에 먼저 들러 정약용의 생애와 업적을 미리 공부하면 도움이 된다. 아이들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주기 어려울 땐 안내 데스크에서 전시해설안내 서비스를 신청해도 좋다. 순천만국가정원은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이고, 순천만습지는 15만평에 달하는 거대한 갈대밭이다. 두 곳 모두 순천을 대표하는 여행지다. 지도로 보면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가 하천을 사이에 두고 붙어있어 가볍게 둘러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부지가 워낙 넓어 걷기 힘들다. 다행히 여행자의 고충을 덜어 줄 스카이큐브가 있다. 스카이큐브는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사이 4.6km 구간을 왕복 운행하는 소형 무인궤도열차다. 자동차로도 오갈 수도 있지만 스카이큐브에서 천변 경치를 감상하며 가는 쪽이 훨씬 좋은 경험이 된다. 하늘에서 보는 갈대밭 풍경도 색다르다. 우리 가족처럼 아이들과 함께 방문할 예정이라면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친환경 전기 관람차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꿈틀 정원과 중국 정원 앞에서 전기 관람차를 타면 30분간 편안하게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Tip. 순천만국가정원 입장권으로 순천만습지까지 입장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성인 기준 8,000원이다. 순천시는 ‘2019 순천 방문의 해’를 맞아 올해 말까지 주요 관광지 입장료를 1,000원씩 할인해주고 있으니 참고할 것. 낙안읍성은 600년 역사를 간직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지방계획도시다. 읍성이란 지방 주요 지역의 관부와 민가를 둘러싼 성을 말한다. 군사적 기능은 물론 지방 군현의 주민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성문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영화 세트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북쪽으로는 동헌 같은 관공서가 있고 남쪽에는 초가 300여 동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곳에 지금도 200명 이상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집이니 허락 없이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을 볼 때마다 낙안읍성이 ‘재현’이 아닌 ‘보존’의 현장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성벽 위를 걷다 보면 서문과 남문 사이에서 멋진 포토존을 만날 수 있다. 낙안읍성 홈페이지 안내도에 ‘전망 좋은 곳(11번 포인트)’으로 표기된 곳이다. 읍성 곳곳에서 서당 체험, 길쌈 체험, 도자기 체험도 할 수 있으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구경하는 것이 좋다. Tip. 매년 10월 <낙안읍성 민속문화축제>가 열린다. 백중놀이, 성곽 쌓기 재현, 기마 장군 순라의식 등 조선시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올해는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에는 아름드리 편백나무 47만 그루가 빼곡하다. 편백나무는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많이 내뿜는 나무라서 숨을 쉴 때마다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산책 코스는 활력 코스(1시간), 힐링 코스(2시간), 건강 코스(4시간)로 나뉜다. 원하는 코스를 선택해 산책을 즐긴 다음 편백소금찜질방에서 느긋하게 쉬면 한나절 여행이 완성된다. 어른들이 쉬는 동안 아이들은 목재문화체험관에서 목공 체험을 하거나 난대자생식물원, 미로공원에서 신나게 놀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풀코스 힐링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하루를 통째로 비워두어야 한다. 우리 가족은 강진 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 간 터라 나중에 후회했다. 후기 제공: 일주일 살아보기 여행 시즌 2 ‘내가 처음 만난 일주일’ 이벤트 체험 선정자 임영환 님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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