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깊숙이, 간절한 봄이다. 강원도 고성에서 맞는 봄은 감회가 색다르다. 바다를 따라 이어진 7번 국도는 '시대의 봄' 선물을 전해주는 길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 2월 말 이 길목을 따라 이산가족들이 오가며 해빙 무드의 봄을 열었다. 3년 4개월 만에 찾아가는 상봉의 길이었다. 화진포, 거진, 가진, 마차진, 대진 등 고성의 포구와 호수들 역시 봄을 맞는 아기자기한 길동무가 됐다. 고성의 3월은 아직 바람이 차다. 대표 명소인 화진포호 너머 거뭇거뭇한 산자락에는 잔설이 그대로다. 그래도 여행자의 발걸음과 뱃사람의 그물질 사이로 훈풍은 불어온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 끝에도 해빙 무드가 열렸듯이, 추위와 시련 속에서도 봄기운은 시작됐다. 고성의 포구와 호수를 오가며 맞는 봄은 소망이자 염원이다. 고성을 가로지르는 해빙의 길은 화진포에서 발걸음을 머물게 만든다.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시대의 흐름을 곱씹어볼 공간들이 화진포호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화진포가 화제가 된 데는 드라마의 몫이 컸다. 갈대가 수놓은 호반은 드라마 <가을동화>의 배경이 되며 청춘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호수 주변으로 자전거길이 조성됐고, 한여름을 제외하면 한적했던 고성이 강원도 데이트 코스의 반열에 오른 것도 화진포호와 드라마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화 <파이란>의 배경이 된 곳 역시 화진포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승헌과 송혜교가 사랑의 밀어를 속삭였다면, 영화 <파이란>에서는 중국 여배우 장백지가 화진포 바다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부여잡고 최민식을 그리워하는 장면이 수채화처럼 채워진다. 요즘 분위기를 감안하면 화진포는 사랑보다는 그리움이라는 테마와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북녘으로 향한 이산가족의 마음이 그랬듯, 해후에 얽힌 사연이 포구와 호수에 서려 있다. 화진포의 '화진'에는 '꽃 피는 나루'라는 뜻이 담겨 있다. 드라마와 영화는 분위기를 돋우는 단편적인 소재일 뿐이다. 화진포는 그 자체로 단아함을 뽐낸다. 둘레 16km의 화진포호는 동해안 최대의 자연호수다. 호수 주위로는 송림이 울창하다. 가을이면 갈대가 피어나는 호숫가로 철새들이 날아든다. 고즈넉함. 화진포호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고요한 수식어들이 어울린다. 북적이거나 요란스럽지 않고, 호수의 미동에는 잔잔함이 서려 있다.호수에서 길목 하나만 넘어서면 화진포의 바다다. 화진포해변은 공식적으로 남한 최북단의 해수욕장으로 등록돼 있다. 모래 빛깔이 희고, 밟으면 감촉이 보드랍기로 정평이 났다. 예부터 화진포 일대에 유명한 별장이 많았던 데에는 다 까닭이 있는 셈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 별장과 이기붕 전 부통령 별장, 그리고 김일성 별장으로도 쓰였던 화진포의 성 등 근현대사의 굵직한 인물들의 별장이 화진포에 줄줄이 들어서 있다. 화진포의 성은 호수보다는 바다를 조망하기에 좋다. 화진포 바다는 호수와는 또 다르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고요한 정적을 깨운다. 화진포해변 앞 바다에는 푸른 소나무와 황금색 대나무가 자라는 모양이 황금거북을 연상시켜 금구도라 불리는 섬이 있다.
화진포의 성은 일제 치하에서 국내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실 운동을 시작한 셔우드 홀 박사의 별장이었다. 암벽 위에 들어선 이 별장은 독일 건축가가 지어 독일 성의 형태를 지녔으며, 김일성의 별장으로도 쓰인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고성군은 화진포의 성을 결핵 퇴치에 공헌한 셔우드 홀 박사를 재조명하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화진포 사구에 들어선 이기붕 별장은 1920년대 외국인 선교사가 건립했다. 이후 북한군 간부 휴양소, 이기붕의 처 박마리아의 별장, 육군사령부 휴양소 등 질곡의 세월을 견뎌왔다. 이승만 별장은 화진포의 성과 호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서 있다. 완연하게 호수에 기댄 아늑한 전망과 내부 볼거리는 이승만 별장과 기념관이 탁월하다. 이처럼 화진포는 단순한 자연 경관만이 아닌 근현대사의 볼거리와 흔적까지 새겨져 있어 더욱 상념을 더한다. 화진포의 별장들은 후세들에게는 제법 먼 과거일 수도 있다. 화진포해변에는 가족 나들이객을 위한 볼 만한 전시관이 있어 반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화진포 해양박물관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각종 조개류와 산호류 등 1,500여 종을 전시하고 있으며, 수중생물 125종 3,000여 마리가 유영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화진포를 정점으로 고성의 포구는 북쪽으로 향하면 마차진, 대진, 초도 포구로 이어지고 남쪽으로 향하면 거진, 가진항으로 연결된다. 마차진은 부채꼴 모양의 해변과 바위들이 어우러졌고, 멀리 언덕 위에 대진등대가 서 있는 풍경이 탐스럽다. 대진항 인근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면 노래미, 숭어가 올라온다. 새벽에 대진항에 들르면 오징어회를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초도 포구는 한적한 동해안 포구마을의 아늑한 풍경을 보여준다. 화진포에서 해안 드라이브를 즐기며 남쪽으로 향하면 거진등대와 거진항이다. 고성 최대 항구인 거진항은 예전에는 겨울 명태잡이로 명성이 높았지만 요즘은 그 빛이 바랬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거진등대에 발품을 팔아 오르면 고성의 해안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거진항 남단의 가진항은 규모는 작아도 예부터 다른 어항보다 수산물이 많이 나 주민들이 덕을 많이 봤다 하여 '덕포'라 불리던 곳이다. 고성의 포구 여행을 마무리하며 한적한 포구에서 회 한 접시 넉넉히 맛보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1.주변 음식점
가진항 자매해녀횟집 : 물회 / 고성군 죽왕면 가진해변길 123 / 033-681-1213
화진포막국수 : 막국수 / 고성군 거진읍 화진포길 21 / 033-682-4487
http://hwajinpo.biz/2007/main/
성진식당 : 생태찌개 / 고성군 거진읍 거탄진로 99 / 033-682-1040
2.숙소
금강산콘도 : 고성군 현내면 금강산로 416 / 033-680-7800
http://www.mibong.co.kr/
켄싱턴리조트설악비치 : 고성군 토성면 동해대로 4800 / 033-631-7601
http://www.kensingtonresort.co.kr/resort/index.asp?cate=donghae
청간정콘도 :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84-3 / 033-631-9331
글, 사진 : 서영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6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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