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전남 영암의 조용한 마을 한편에 단정한 한옥과 넓은 잔디 마당이 어우러진 ‘예담은 규방문화원’이 있다. 이곳은 전통 천연염색 명장인 이혜숙 대표가 운영하는 체험장 겸 카페로 사회적 기업으로 시작해 관광두레 사업에 참여하며 영암을 대표하는 매력적인 명소로 발돋움했다. 기존 ‘천연염색’ 체험에 ‘월출소반’이라는 미식 콘텐츠를 덧붙여 영암 관광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낸 것. ‘오색 빛 밥 먹고 푸른 쪽 염색하는 여행’이 영암의 매력을 알리며 지역 문화관광을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천연염색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예담은 규방문화원은 처음 사회적 기업으로 출발했다. 초기에는 전국에서 염색을 체험하러 오는 이들로 북적였지만, 세월호 사건과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동안 방문객이 끊기면서 번아웃에 빠질 만큼 힘든 시기가 계속된 때였다. 이혜숙 대표가 관광두레와 인연을 맺게 된 건 김은진 관광두레 PD의 꾸준한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계기를 통해 예담은 규방문화원은 2022년부터 관광두레 사업에 참여해 오고 있다.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체계적인 홍보 지원을 받으며 콘텐츠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되었고, 2024년, 2025년 연속으로 으뜸두레에 선정되는 결과도 얻게 되었다. 체험객이 늘고 인지도가 높아진 건 당연지사다. 관광두레를 통해 얻게 된 경험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이 되었고 영암을 대표하는 문화자원으로서의 자신감을 굳히게 했다. 어렵고 힘들 때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 주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관광두레라고 이혜숙 대표는 이야기한다. 월출소반은 ‘맛도 좋고 보기에도 좋은 예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자’라는 따뜻한 마음에서 탄생했다. 영암의 제철 식재료와 천연염료를 활용해 맛뿐 아니라 색감으로 기억되는 컬러 푸드이다.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색채로 기억되는 미식 여행이기에 눈이 먼저 호강한다. 옛적 임금님이 드셨다던 어란은 미식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이다. 감질나는 크기이기에 더 호사스러운 마음이 든다. 신선한 샐러드를 비롯해 비트와 치자, 김 가루로 색을 낸 주먹밥에도 자꾸만 눈길이 간다. 주먹밥 속은 마늘 새우볶음, 유부 볶음, 돼지고기 볶음으로 채웠다. 특히 무화과를 넣어 연육 시킨 볼카츠는 부드러운 식감에 육즙까지 풍부해 한 번 맛보면 절대 잊지 못한다. 집에 돌아가서도 자꾸만 생각나는 맛이다. 여기에 제철 과일과 연근, 멜론 피클 등을 얹어 아삭한 식감과 상큼함을 더했다. 구수한 된장국을 곁들이면 마지막 한 입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월출소반은 하나부터 열까지 영암이 길러낸 재료들로 채워졌다. 상품이 되지 못한 멜론 '파치'로 피클을 만들면서 지역 농가와 상생을 꾀하기도 했다. 이처럼 음식 하나하나마다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 스며있다. 정성이 듬뿍 담긴 밥상에 배도 부르고, 마음도 꽉 차 온다. 빛깔 고운 천들과 공예품들로 장식된 공간은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식사가 아니어도 커피와 차, 요거트, 식혜 등 여러 가지 메뉴들을 갖추고 있어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 직접 만든 디저트들도 예담은 규방문화원을 찾아야 할 이유가 된다. 가을은 무화과가 제철인 계절이다. 달콤한 무화과를 넣은 양갱에 따뜻한 차 한 잔 곁들이면 ‘힐링’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든든히 배를 채운 후엔 천연 염색체험에 나서보자. 직접 농사지은 쪽잎으로 만든 맑고 푸른 염료를 이용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건물 뒤편에 월출산을 배경처럼 두른 쪽밭이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해준다. 염색체험은 먼저 앞치마와 장갑을 착용한 뒤 천을 접어 매듭을 묶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매듭에 따라 다양한 무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다. 매듭을 묶은 부분은 염료가 스며들지 않아 무늬가 생기는 것인데 매듭 위치나 묶기에 따라 다양한 패턴이 형성된다. 준비가 끝나면 본격적인 염색 과정에 들어간다. 매듭을 묶은 천을 푸른 염료에 여러 번 담갔다 빼내면서 서서히 색을 입혀나가면 된다. 염료가 충분히 스며들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 포인트. 설렁설렁 눌러 짜듯이 골고루 스며들게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충분히 물이 들었다 싶을 때 매듭을 풀면 염색 작업은 마무리된다. 마지막으로 염료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깨끗한 물에 여러 번 헹궈내야 한다. 염료가 남아 있으면 마르면서 얼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사로운 가을 햇볕에 바삭바삭 말려주면 푸른 쪽빛을 담은 나만의 스카프가 완성된다. 영암에서 보낸 시간들도 더 짙고 푸르러진다. ● 예담은 규방문화원 - 주소: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왕인로 710-25 - 문의: 0507-1386-1001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ye.dameun/?hl=ko - 운영시간: 10:00~18:00 (토, 일요일은 12:00부터) - 요금: 월출소반 체험 20,000원(1일 전 예약, 최소 2인 이상) 천연염색 체험 15,000원~50,000원(인견&삼베 이불은 변동) - 구림마을 :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서호정길 20 - 왕인박사유적지 :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왕인로 440 / 061-470-6643 - 월출산 기찬랜드 :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 기찬랜드로 19-10 / 061-471-0821 - 미술관아래 : 스트로베리애플에이드·무화과샌드/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왕인로 710-30 / 010-5529-6739 - 고향산천 : 촌닭전골‧오리생구이 /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정자등길 12 / 061-471-3090 - 구림갈비 : 돼지갈비‧냉면 /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도갑사로 80-22 / 010-2884-5061 - 영빈관 : 육낙·불낙 /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 웃시암길 8 / 061-473-2143 - 구림한옥스테이 :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왕인로 476 / 010-5113-0214 - 영암연희한옥펜션 :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왕인로 690-17 / 0507-1492-3 314 / https://site.onda.me/122617 - 월출산 달빛 정원 :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월암길 116-21 / 0507-1418-6482 / - 소풍 펜션 :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정자등길 17-10 / 061-471-4999 - 한옥게스트하우스 기찬재 :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 기찬랜드로 19-10 / 0507-1417-0825 (글/사진) 정은주 여행작가 ※위 정보는 2025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