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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유명 영화, 드라마 촬영 장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면? 게다가 그곳에선 누구나 영화 또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데뷔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 제주에 자리한 이색 테마 공간 '로케디오 월드'로 떠나보자. 제주 시내를 벗어나 중문고속화도로를 타고 서부 산간 지역을 질러가는 길. 곧게 뻗은 도로가 마치 하늘을 향해 달리는 듯하다 이내 시야가 탁 트인 들판을 가로질러 간다. 저 멀리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 새별오름이 보이기 시작하면 이번 여행의 목적지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다. 영화에나 나옴직한 근사한 풍경들이 가득찬 그 길가에 전 세계 영화, 드라마 촬영 스튜디오들을 모아놓은 '로케디오 월드'가 자리했다. 2011년 5월에 문을 연 '로케디오 월드'는 국내외 영화, 드라마 촬영지와 스튜디오를 재현해놓은 이색 테마 공간이다. '로케디오'는 현지에서의 야외 촬영을 뜻하는 '로케이션(Location)'과 실내에 만든 세트장을 뜻하는 '스튜디오(Studio)'의 합성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장소와 세트장을 3,300㎡ 정도 되는 실내 전시관에 고스란히 옮겨다 놓았다. 현재 테마별로 드라마 역사관과 <바람의 화원>의 궁궐, 마을 세트, 한국 근대화 시대 세트, 월드 스튜디오 5개 전시관을 오픈했다. 4월 중에 '호러존'을 포함해 영화 <스타워즈> 속 우주선같이 실제 탑승이 가능한 체험 시설을 갖춘 6관을 새로 추가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곳에선 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전시된 의상과 소품들을 직접 입어보고 만져볼 수도 있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무척이나 흥미로워한다. 때문에 이곳에선 카메라와 삼각대는 옵션이 아닌 필수다. 이곳저곳 사진 찍을 곳들이 많아 관람 시간도 넉넉히 잡아야 한다. 포즈 취하고, 사진 찍고, 또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깔깔 웃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1관 드라마 역사관에 들어서면 곧바로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 장소였던 서대문 형무소 세트와 마주하게 된다. 1990년대 중반 <모래시계>는 '귀가시계'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며 방영 내내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를 남겼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서대문 형무소에서 태수(최민수 분)가 자신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검사이자 친구인 우석(박상원 분)과 나눈 마지막 대화인 나 지금 떨고 있니? 워낙 사실감 있게 세트를 재현해 마치 눈앞에 그 장면이 펼쳐지기라도 한 듯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 밖에 1관에서는 <겨울연가>, <주몽>, <꽃보다 남자>, <궁S> 등 여러 드라마 속 장면들을 재현해놓은 오픈 세트를 만날 수 있다.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를 골라 기념사진을 찍어보자. 국내 드라마 변천사를 정리해놓은 전시물도 꽤나 흥미롭다. 2층은 모두 드라마 <바람의 화원> 세트로 꾸며져 있다. 2008년에 방영된 <바람의 화원>은 조선시대 유명한 풍속화가 신윤복(문근영 분)이 실은 '여자'였으며, 김홍도(박신양 분)와 사제지간이자 연인 관계라는 드라마 속 설정이 큰 화제가 되었던 픽션 역사극이다. 2관은 화려하게 꾸며진 궁궐 세트, 3관은 주요 인물인 김조년(류승용 분)의 집과 기생 정향(문채원 분)의 처소가 있는 마을 세트로 꾸며졌다. 아니, 그쪽 말고 이쪽을 보고, 그렇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들뜬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먼저 온 커플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바쁘다. 세트 소품들을 활용해 이렇게 저렇게 찍어보고, 가마에 앉았다 용상에 앉았다 어떻게 하면 더 재밌는 사진을 남길까 고민하는 게 무척이나 신이 난 모습이다. 마을 세트에서는 곤장대를 놓고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한 무리의 관람객들이 서로 누워보겠다며 즐거운 실랑이를 벌이는 중. 곤장을 내려치는 이나 맞고 있는 이나 구경하는 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그 너머 정향의 처소에서는 남자 관람객 둘이 치마를 두르고 모자를 쓴 채 요염한 자세로 앉아 한창 가야금 뜯기 삼매경에 빠졌다. 혹시 배우 지망생? 각자 역할에 몰입한 듯 자못 진지한 표정이지만 보는 이들은 그저 배꼽 빠져라 웃기 바쁘다. 드라마 속 분위기에 흠뻑 빠져보려면 이들처럼 적극적인 관람 자세가 필요하다. 먼저 세트장에 걸려 있는 드라마 의상을 입고 가볍게 한 컷!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세트장 분위기에 좀 익숙해졌다면 배우들처럼 멋진 포즈도 취해보도록. 세트장에 마련된 갖가지 소품들은 단순한 전시품이 아니다. 가채도 머리에 얹어보고, 갑옷과 투구에 칼까지 찬 채 자신도 몰랐던 근사한 모습들을 사진 속에 담아보자. 분명 두고두고 잊지 못할 인상 깊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4관 한국 근대화 시대 스튜디오는 1970년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특별한 재미까지 덤으로 얹어준다. 아이들은 옛날 물건들을 호기심 있게 들춰보고, 어른들은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이곳저곳을 찬찬히 둘러본다. 까까머리 시절 입고 다녔던 까만 교복과 모자를 쓰고 어색해하지만 내심 즐거워하는 아버지, 옛 이발소 안의 물건들을 신기하게 구경하는 딸, 모두가 70년대 시간 여행에 푹 빠져버린 모습이다. 스튜디오 한구석에는 실제 방송에 쓰였던 드라마 대본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어사 박문수>, <사랑과 야망>, <분례기>, <영웅시대> 등 어릴 적 밖에서 놀다가도 때가 되면 알아서 TV 앞으로 모여들게 했던 그때 그 시절의 드라마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손때 묻은 대본들이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힘을 모으고 열정을 쏟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 보면 촌스럽지만 또 한편으로 정겹기만 한 풍경들을 지나면 시간을 더 거슬러 아픈 역사가 깃든 암울했던 시대가 펼쳐진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서린 한국전쟁 시기와 참혹했던 일제강점기까지 아슬아슬하게 건너가면 근대화 시대로의 시간 여행은 끝이 난다. '빵야! 빵야!' 마지막 5관에 도착하면 어디선가 '휘익' 모래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은 거친 황야로 들어서게 된다. <데드우드>는 미국 서부개척시대 무법 도시 '데드우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정통 서부극으로, 2004년 미국 HBO 방송국에서 시리즈로 제작한 시즌 드라마다. 세트 안에 들어서면 왠지 조심조심 눈치를 살피며 걷게 된다.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들 것만 같은 으스스한 분위기. 현상범 수배 단지 옆에 총을 들고 있는 여인이 모형임을 알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몸을 추스르게 된다. 관람객 하나가 구멍이 뚫린 수배 단지 간판에 자신의 얼굴을 집어넣으며 사진을 찍느라 야단법석을 떤다. 하마터면 '여기는 서부개척시대라고!' 소리칠 뻔했다. 여기는, 서부극 스튜디오다. 위험천만한(?) 세트장을 지나면 셜록 홈즈가 수사를 펼치고 있는 영국 거리가 나타난다. 영국 거리와 이어진 동화 같은 미국 드라마 <푸싱 데이지> 세트는 스크린에서와 똑같이 여기저기서 달달함이 묻어나온다.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는 순간, '혹시 여기도 세트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묘한 기분이 들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그곳, '로케디오 월드'에서 빠져나오려면 잠깐 시간이 필요하다. 제주 로케디오 월드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4556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7시(6시까지 매표) 관람료 : 어른 8,000원, 청소년 7,500원, 어린이 7,000원 문의 : 064-792-6600 www.locadioworld.com 1. 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제주국제공항에서 중문, 한림 방면으로 우회전 → 공항로 → 신제주 입구에서 중문, 한림 방면 우회전 → 도령로를 따라 계속 직진(1135번 도로 진입) → 봉성교차로에서 화전마을 방면 우측 도로 → 굴다리 밑으로 좌회전 * 대중교통 제주국제공항에서 37번 버스를 타고 한라병원 정류장에서 시외버스 평화로 노선으로 갈아탄다. 화전마을 정류장에서 내려 굴다리를 이용해 길을 건너면 로케디오 월드가 바로 보인다. 2.주변 음식점 물메골 : 제주시 애월읍 / 연잎밥, 녹차수제비 / 064-713-5486 키친애월 : 제주시 애월읍 / 해물 버섯덮밥, 일식 돈가스 / 064-799-8229 오소록 : 서귀포시 대정읍 / 피자, 리조또, 파스타 / 064-792-0247 해녀촌 : 제주시 연동 / 모듬회 / 064-747-5887 3.숙소 보오메 꾸뜨르 호텔 : 제주시 연동 / 064-798-8000 www.baume.co.kr 애월 파라다이스 리조트 : 제주시 애월읍 / 02-757-2151 www.aewolparadise.com 포도호텔 : 서귀포시 안덕면 / 064-793-7000 www.thepinx.co.kr/podohotel 글, 사진 : 정은주(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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