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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에 ‘천년불심길’이라는 순례길이 있다. 조계산이 품고 있는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고갯길이다. 원래 이름은 ‘굴목이재’인데 한국 불교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는 두 절을 연결하는 길이기에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도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야곱)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약 800km에 이르는 길이다.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며 걸었던 길을 따라 사람들이 순례 목적으로 걸으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이 되었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게 걷기에 참으로 좋은 때다. 조계산 자락의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길은 여러 갈래지만, 큰굴목이재와 작은굴목이재가 대표적이다. 이중 천년불심길이라 불리는 길은 큰굴목이재다. 굴목이재는 선암사에서 시작해 송광사로 넘어가는 게 수월하다. 송광사에서 시작되는 오르막길이 부담스러워서다. 시간을 단축하고 싶다면 큰굴목이재를 넘는 게 좋고, 편하게 걷자고 한다면 작은굴목이재가 좋다. 거리는 멀어도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루어져 산행이 한결 쉽다. 출발점인 선암사는 태고종의 본산이다. 볼 것도 많고 예쁜 것도 많기로 유명한 절이다. 먼저 선암천을 따라 길을 걸으면 무지개 모양의 승선교를 만난다. 우리나라 돌다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다. 계곡과 어우러진 조화미며, 이음새 없이 커다란 돌을 맞물려 쌓은 공법이 선조들의 자연의식과 뛰어난 건축술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경내에 들어서면 대웅전을 비롯한 전각의 빛바랜 단청에서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전각들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대웅전 뒤편 원통전이다. 특이하게 정(丁)자형 건물이다. 정면에 기둥과 활주를 내어 처마선을 길게 돌출시켰다. 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특이한 건물이다. 원통전에는 ‘대복전’이란 현판이 걸려 있다. 정조가 후사를 이을 아들을 갖지 못해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 선암사 눌암대사의 100일 기도를 통해 순조를 얻게 되었다. 후에 순조가 고마움의 표시로 친필 현판을 하사한 것이다. 선암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공교롭게도 지은 지 300년이 넘는 해우소다. 해우소란 다름 아닌 화장실을 일컫는다. 시인 정호승이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라고 한 바로 그곳이다. 화장실이라는 선입견을 배제하고 건물을 바라보면 우리나라 목조 건축의 특징을 유감없이 확인할 수 있다. 단아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八’자형 맞배지붕, 심하다 싶을 정도로 휘어진 목재를 그대로 사용한 미적 감각은 자연계의 질서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자연과 동화되는 조촐함과 의젓함을 드러낸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물게 T자형 건물이어서 출입구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왼쪽은 남자용, 오른쪽은 여자용으로 구분된다. 안으로 들어서면 사방이 나무살로 이뤄져 자연스럽게 환기가 이뤄지고 햇빛을 받아들여 환하다. 선암사 해우소는 2층 구조인 탓에 깊기로도 유명하다. 오죽하면 “초하룻날 변을 보면 섣달 그믐날이라야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선암사에서 자연학습장 가는 길로 조금 오르다 다리를 건너기 전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부도밭으로 가는 길이 작은굴목이재 코스다. 고요함이 흐르는 부도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순례길이 시작된다. 계곡의 물소리가 고요함 속에 울려 퍼지며 길동무를 한다.길은 완만한 오르막이다. 푹신한 흙길이라 발걸음도 가볍다. 물소리에 박자를 맞춰 걷다 보면 어느새 물소리는 끊기고 곧게 뻗은 편백나무 숲이 등장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정화되는 것 같은 울창한 원시림이다. 편백나무에 이끼가 끼어 마치 비밀의 화원에 들어선 듯하다. 편백나무 숲을 지날 때면 얼마나 빨리 고개를 넘었느냐가 아니라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천천히 걸으며 여정 자체를 즐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파울로 코엘료가 “순례 여행은 거창한 것이 아닌 자신을 천천히 돌아보는 여행”이라고 한 것을 기억하며 자연 속에서의 시간을 누리면 된다. 오붓한 산길을 걷다 보면 첫 번째 깔딱고개를 만난다. 숨이 깔딱 넘어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르막 경사를 폭이 좁은 돌계단으로 올라야 하니 더욱 숨이 차다. 힘겹게 깔딱고개를 오르면 또다시 두 번째 깔딱고개와 마주친다. 폭이 널찍한 나무로 조성한 계단길이다. 힘겹게 깔딱고개를 올라서서 작은굴목이재에 당도하면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연산봉을 거쳐 송광사로 갈지, 아니면 큰굴목이재로 내려가서 송광사로 가야 할지. 대부분의 산행객은 큰굴목이재로 내려가는 것을 택한다.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 하지만 조계산의 명소라는 보리밥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어서다. 보리밥집은 참새방앗간 같은 곳이다. 굴목이재를 넘으면서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굳이 허기지지 않더라도 보리밥 한 그릇과 함께 쉬어 가는 곳이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다 보니 쟁반에 밥과 반찬을 받아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아 먹는 시스템이다. 가만히 앉아 보리밥이 오기를 기다린다면 해가 저물도록 굶어야 한다. 보리밥집에서 송광사로 내려가는 길은 올라온 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편하다. 돌들이 울퉁불퉁 박힌 너덜길과 경사가 좀더 심한 길의 연속이다. 토다리를 지나 대피소에서 숨 한번 내쉬고, 계곡 따라 다리를 몇 개 지나 타박타박 걸으면 송광사가 나온다. 송광사에 다다를 즈음 멋진 대나무 숲이 반긴다. 짧은 구간이지만 숲의 분위기도, 바람도, 소리도 영화에서나 봄 직한 멋진 풍광이다. 대숲을 빠져나오면 송광사 화엄전을 지난다. 화엄전 앞은 아마도 굴목이재를 통틀어 가장 멋진 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멋스런 돌담과 그 위로 솟은 기와지붕의 곡선, 여기에 울창한 숲이 더해져 차분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이 든다. 송광사는 고려시대 16국사를 배출해 승보사찰이란 이름을 얻은 큰 절이다. 이름에 걸맞게 볼거리도 많다. 비사리구시, 능견난사, 쌍향수는 송광사의 세 가지 명물이다. 비사리구시는 조선 영조 이후 큰 불사가 있을 때 절을 찾는 대중들을 위해 밥을 담았던 나무그릇이다. 1724년 남원에서 태풍에 쓰러진 싸리나무로 만들었다. 쌀 일곱 가마니, 밥 4,000명분을 담을 수 있다고 한다. 승보전 옆에서 비사리구시를 볼 수 있다. 능견난사는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마치 기계로 찍어낸 것처럼 크기와 형태가 일정한 수공예품이다. 쌍향수는 두 그루 향나무가 서로 꽈배기처럼 꼬여 가지가 모두 땅을 향해 있는 특이한 모습이다. 천자암 뒤뜰에 있어 쌍향수를 보려면 다시 산을 올라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크고 유명한 것에 밀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송광사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건물이 세월각과 척주각이다. 일주문을 지나면 정면으로 마주 보이는 단칸짜리 건물이다. 일명 ‘죽은 영혼의 쉼터’라 불리는 곳으로, 죽은 사람의 영혼을 싣고 저승으로 가는 가마인 영가가 하루를 머물며 속세의 때를 씻어내는 곳이다. 남자의 혼은 ‘구슬을 씻는다’는 뜻의 척주각, 여자의 혼은 ‘달을 씻는다’는 뜻의 세월각에서 각각 속세의 더러움을 떨쳐낸다. 하지만 혼을 씻었다고 바로 부처가 있는 송광사 경내로 들어갈 수는 없다. 세상에 남은 미련을 깨끗이 떨쳐내야 하는데, 그곳이 맑은 계류 위에 놓여 있는 우화각이다. 우화각을 건너면서 계류에 속세와의 인연을 떠내려 보내고 불국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아(亞)’자 형으로 된 대웅보전 지붕, 투박하지만 자연스러운 멋이 있는 진여문 기둥, 설법전 문에 달린 거북 모양의 손잡이 등도 송광사에서 볼 수 있는 이채로운 것들이다. 또 하나, 송광사에는 스님들의 수행정진을 위해 풍경을 매달지 않았다고 하니, 정말 수많은 전각에 풍경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자. 선암사 주소 : 전남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 문의 : 061-754-5247 www.seonamsa.net 송광사 주소 : 전남 순천시 송광사안길 100 문의 : 061-755-0107 www.songgwangsa.org 1.주변 음식점 장원식당 : 산채정식 / 순천시 승주읍 승암교길 17 / 061-754-6362 길상식당(선암사) : 산채정식 / 순천시 승주읍 승암교길 8 / 061-754-5599 길상식당(송광사) : 산채정식 / 순천시 송광면 송광사안길 123 / 061-755-2173 조계산 보리밥 원조집 : 보리밥 / 순천시 송광면 골목재길 247 / 061-754-3756 2.숙소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 / 061-749-4202 레이크힐스 순천관광호텔 : 순천시 주암면 행정1길 77 / 061-729-8889 http://lakehills.co.kr/main/main.asp 베네치아관광호텔 : 순천시 팔마2길 13 / 061-729-6000 유심천스포츠관광호텔 : 순천시 중앙로 306 / 061-729-5800 www.us1000.co.kr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5년 8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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