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경상남도가 ‘김해, 함안의 가야고분군’이란 제목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를 추진 중인 함안의 가야고분군은 너무나 낯설었다. 함안이라는 지역이 여행지로 낯선 곳이어서 그렇지만, 함안 가야고분군은 생소하기 그지없다. 함안 가야고분군이란 말이산고분군을 말한다. 금관가야와 더불어 가야 문화를 대표하는 아라가야의 유적이다. 가야 문화라면 김해나 고령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함안 말이산고분군은 경주의 고분군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야외 박물관이다. 해발 68m의 말이산 구릉에 조성된 말이산고분군(사적 제515호)으로 접근하는 가장 쉬운 길은 함안군청이나 함안박물관을 거쳐 오르는 것이다. 가야읍과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좋다. 어디에서 오를까 생각하다 함안박물관을 들러 말이산고분군에 오르는 길을 선택했다. 우리에게 생소한 아라가야의 역사와 말이산고분의 실체에 대해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에서다. 함안박물관 야외에는 고인돌과 선돌, 실제 크기보다 확대된 수레바퀴토기 등이 전시돼 있다. 모두 함안 지역의 유물들이다. 고분의 내부를 재현해놓은 것도 있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서 발굴 조사한 말이산고분군의 덧널무덤과 돌방무덤을 복원해 관람객이 고분의 구조를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전시실은 의외로 아담하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12월 31일까지 함안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말이산’ 유물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말이산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 100여 점과 일제강점기 유리원판 사진 등 말이산의 역사와 문화를 상세히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독특한 문양과 모양의 토기류와 각종 장신구다. 다양한 모양의 굽다리접시는 가야토기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2층 상설전시관은 함안 지역의 선사시대부터 근대의 유물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다. 특히 고대 아라가야와 관련된 유물이 중심을 이룬다. 말이산고분군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곳은 3전시실이다. 함안 지역을 주무대로 활동한 아라가야의 유물과 말이산에서 출토된 말 갑옷, 둥근고리큰칼, 덩이쇠, 불꽃무늬토기, 수레바퀴토기 등을 통해 이름도 생소한 아라가야에 대해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불꽃무늬토기는 아라가야를 대표하는 토기로 화염형투창토기라고도 한다. 불꽃무늬는 불의 상징성을 대변하는 것으로 생명과 신성, 정화 등을 의미한다. 1992년 마갑총에서 발굴된 말 갑옷은 아라가야의 탁월한 철기 기술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완전한 형태로 출토된 말 갑옷이다. 총 440~453개의 형태가 다른 조각을 연결해 길이 226~230㎝, 너비 43~48㎝로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호하는 부위에 따라 조각의 크기가 다르며, 갑옷을 잇기 위해 줄을 꿰는 구멍도 아주 미세해 아라가야의 우수한 기술을 엿볼 수 있다. 아라가야는 고대 함안 지역에 존재했던 나라다. 남쪽으로 바다와 접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일찍부터 금관가야와 함께 일본과 왕래가 잦았다. 말이산고분군은 아라가야의 국세가 얼마나 강대했는지를 말해주는 귀중한 유적이다. 함안박물관 뒤로 이어진 길을 따라 올라가면 크고 작은 고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말이산 정상과 능선에 줄지어 있어 금방 눈에 띈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에 산 정상을 경계로 같은 산자락에 걸쳐 있는 도항리와 말산리로 구분해 도항리고분군과 말산리고분군으로 나누어 2개의 고적으로 지정했다. 1963년 우리 정부가 사적으로 전환했으나 일제의 관념을 그대로 답습하다가, 2011년에 역사성과 특성을 고려해 2개의 고분군을 하나로 통합해 ‘말이산고분군’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고분군으로 향하는 길은 잘 정돈되어 있다. 마치 잘 정비해놓은 뒷동산의 산책로 같다. 천천히 걷다 보면 길 따라 울퉁불퉁 솟은 고분이 모습을 드러낸다. 1기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1기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3~4기씩 또는 그 이상이 모여서 발길을 붙잡는다. 1기만 덩그러니 놓였다면 심심하고 볼품없을 테지만, 여러 기가 모여 둥근 봉분이 중첩되니 그 풍경이 볼수록 신기하고 멋지다. 대나무 우거진 길을 지날 때나 수풀이 무성한 계단을 오를 때는 천년 전 시공간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말이산고분군에는 함안군이 번호를 지정한 대형 봉분 37기와 발굴 조사를 통해 밝혀진 133기를 포함해 고분이 187기나 된다. 그러나 아직 발굴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1,000여 기의 고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분의 크기는 제각각이나 규모는 제법 크다. 직경 25m 이상의 대형 고분이 곳곳에 눈에 띈다. 고분이 파도처럼 말이산 자락에 이어진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커다란 고분 너머로 학교와 아파트 등 현대식 건물이 보인다. 과거와 현재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풍경을 연출해낸다. 역사는 지나간 과거이지만 과거의 사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재와 연결되어 끊임없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다.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지 않을까. 함안박물관 주소 : 경남 함안군 가야읍 고분길 153-31 문의 : 055-580-3901, museum.haman.go.kr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동절기는 5시까지), 관람 무료 말이산고분군 주소 : 경남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 484 일대 문의 : 055-580-2321(함안군청 문화관광과)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함안IC → 함안문화예술회관 → 가야사거리 우회전 → 함안여자중학교 → 함안박물관 → 말이산고분군 * 대중교통 서울역에서 함안역까지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하루 5회(05:50, 09:40, 10:40, 16:44, 19:13) 운행, 3시간 15분~5시간 45분 소요 2.주변 음식점 옛그집 : 칼국수 / 함안군 가야읍 말산리 / 055-583-6336 함성식당 : 추어탕 / 함안군 가야읍 말산로 16 / 055-583-2865 악양루가든 : 메기매운탕 / 함안군 대산면 대법로 331 / 055-584-3479 식객 : 오리 / 함안군 여항면 내곡3길 78 / 055-582-8899 한성식당 : 소고기국밥 / 함안군 함안면 북촌2길 42 / 055-584-3503 대구식당 : 소고기국밥 / 함안군 함안면 북촌2길 50-29 / 055-583-4026 3.숙소 싸이클론모텔 : 함안군 가야읍 장터길 101 / 055-583-7784 황실모텔 : 함안군 가야읍 가야로 69 / 055-585-1515 워커힐모텔 : 함안군 가야읍 중앙남1길 27 / 055-583-6368 가야모텔 : 함안군 가야읍 중앙남1길 17 / 055-584-1300 홍송모텔 : 함안군 가야읍 가야로 60 / 055-582-1048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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