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완주군 경천면 산속에는 아는 사람만 간다는 소박한 작은 사찰 화암사가 있다. ‘바위에 핀 꽃’이라는 이름처럼 생경한 풍경이지만 한 번 다녀간 이는 마음속 깊은 곳에 보물처럼 숨겨놓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렇게 숨겨진 듯 자리할 수 있던 것은 화암사를 품고 있는 마을 덕분이기도 하다. 화암사로 이르는 길에 자리한 경천면 요동마을은 싱그랭이에코빌이라는 이름으로 완주군 제일의 생태관광지가 되었다. 자연이 역사를 지키고 사람이 마을을 지키고 나무와 꽃이 다시 주민을 지키는 곳. 야생화가 만발하는 싱그랭이에코빌에서 가볍고 또 깊게 하루를 거닌다. 완주군 경천면에 자리한 싱그랭이에코빌은 본래 요동마을이라 부르는 작은 산촌마을이었다. 오래전부터 이 지역은 충남 금산과 전북 전주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나 마을에서 마을로 지나가던 원님들, 장날 물건을 팔러 이동하는 장돌뱅이들까지 이 마을에서 신을 바꿔 신고 마을 어귀 임시역 터에 있는 나무 위에 헌 신을 걸어두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마을은 속칭 ‘신거랭이’ 혹은 ‘신거렁’이라 불렸다고 한다. 마을의 자연 생태와 역사 문화를 보존하는 목적을 지닌 싱그랭이에코빌은 그렇게 옛이야기에 싱그러움을 담아 이름 지어졌다. 마을 입구에는 장승, 솟대, 시무나무가 나란히 줄지어 객을 맞이한다. 이곳의 시무나무는 느릅나뭇과 낙엽 활엽교목인데 먼 옛날 20리마다 심어 거리를 알리던 것에서 시무(스무) 나무라 불리기 시작했다. 돌담 따라 조금 더 들어가면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500년의 느티나무 한 그루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나무는 본래 이 자리에 있던 나무가 아니었다. 주민들이 보기에 마을 앞산이 홍어를 닮았고 그 눈이 마을을 노려보는 것 같아 느티나무 한 그루를 옮겨 심었다는 유서 깊은 나무다. 나무 뒤편으로 조선 시대 임시역이자 객사로 사용되었던 옛 원 터가 자리한다. 마을 곳곳에서 수령 300년 넘은 나무들을 쉬이 만날 수 있다. 길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걸어가면 싱그랭이 체험관이 나온다. 2015년부터 생태관광지로 조성되고 있는 싱그랭이에코빌의 본격적인 시작점이다. 싱그랭이체험관에서는 두부 만들기 등 마을 체험을 진행한다. 숲 체험과 화암사 문화재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생태체험장도 마련돼 있다. 체험 진행은 에코 매니저, 농촌체험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마을 주민이 직접 한다. 마을 주민 영농조합에서 운영하는 두부 공장에서 생산한 두부로 요리한 음식을 파는 두부 요리 전문 식당인 싱그랭이콩밭식당도 마을 내에 자리한다. 산속에 자리한 화암사까지 이어진 길은 십리홍도화길로 조성되었다. 길 중간에 생태체험장으로 예정된 싱그랭이숲과 야생화 온실 정원으로 꾸며진 싱그랭이에코정원도 자리한다. 싱그랭이에코빌 마을은 오랜 수령의 나무들만큼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복수초 군락지를 비롯해 노루귀, 얼레지 등 봄철 피어나는 야생화가 특히 유명하다. 싱그랭이에코정원은 2020년 7월 운영을 시작했다.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쪽은 씨를 뿌려 식물을 키우는 육묘장이고 다른 한쪽은 전시용 분재와 관상용 식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야생화와 다육식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에코 매니저와 함께 온실을 돌아보는 견학 프로그램과 화산석 위에 식물을 올려 이끼를 덮는 석부작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거리 두기 상황에 따라 운영 여부 및 시간이 변동될 수 있으니, 사전 확인 후 방문해 주세요! 십리홍도화길의 끝에는 싱그랭이 에코빌의 마지막 종착지 화암사가 자리한다. 사찰로 향하는 오르막길 바로 전 주차장이 자리하는데, 주차장 맞은편에 연화 공주 정원이 있다. 바위에 핀 꽃이라는 이름의 화암사는 연화 공주의 전설에서 유래했다. 연화 공주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앓고 있었는데, 아버지인 왕이 딸의 병을 고치지 못해 고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부처가 연꽃을 주는 꿈을 꾸었는데, 그때가 겨울이라 연꽃을 구할 수가 없었다. 신하들이 전국을 수소문한 끝에 깊은 산골에 피어난 연꽃을 찾아내 공주가 먹고 병이 나았다. 감복한 왕은 연꽃을 찾은 터에 절을 세웠고 그 사찰에 화암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화암사의 정확한 창건 시기에 대한 기록은 없다. 중창비의 내용 등을 토대로 신라 문무왕 이전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작은 규모의 화암사는 여느 사찰과 다른 모습이다. 일주문 없이 바로 우화루와 출입문, 요사가 이어진 건물이 자리했다. 우화루는 보물 제662호로 외부에서 볼 때는 2층 건물이지만, 경내에서 바라보면 2층 마루가 땅과 같은 높이로 있어 단층 건물로 보인다. 본당 건물인 극락전은 국보 제316호로 국내 유일의 하앙식 구조의 건축물이다. 하앙은 서까래 아래 받치는 부자재인데 하앙을 사용하는 건축양식은 주로 백제 시대 건축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에서 유래해 일본에서도 여럿 발견되는 건축양식이지만, 화암사의 하앙식은 화암사만의 특징을 갖고 있다. 처마 아래에서 고개를 들어 서까래 아래를 보면 용머리 모양으로 조각된 하앙을 볼 수 있다. 봄이면 사찰 주변으로 매화와 생강나무 꽃, 복수초, 얼레지가 피어나 노쇠한 사찰 풍경에 생기를 더한다. 2 여행 팁 - 주차는 마을 입구와 화암사 입구 부근의 공터를 이용하면 된다. 마을길이 좁아 운전 시 주의가 필요하다. 화암사 입구부터 화암사까지 약 20분간의 오르막을 걸어야 하니 시간과 상황에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다. 글 : 여행작가 김애진 사진 : 김애진, 완주군청 제공 ※ 위 정보는 2021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mo{display:none;} @media screen and (max-width: 1023px){ .mo{display:block;} .pc{display:n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