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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찌푸린 하늘. 차에 오르는 순간 빗방울이 듣기 시작한다. 꽃구경 나선 길에 비라…. 반갑지는 않지만 싫지도 않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곡우(穀雨). 청명을 지나 곡우 오고, 곡우를 지나 입하 오니, 곡우라 함은 봄의 마지막이며 여름의 문턱이라 할 수 있는 절기다. 춥니 덥니 해도 계절은 그리 흐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 봄의 끝, 안개처럼 흩뿌리는 봄비를 맞으며 길을 떠난다. 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봄의 끝자락에 떠나는 봄꽃 여행. 어디가 좋을까. 상춘객의 마음을 달뜨게 했던 매화와 벚꽃이 지난 자리를 대신할 꽃이라면 단연 유채와 튤립이다. 공식대로라면 유채는 제주, 튤립은 안면도겠지만, 경남의 남해가 떠오른 건 순전히 그 생김새 때문이다. 언젠가 지도를 보다가 남해의 모습이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나비'를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못 믿으시겠다? 그럼 지금이라도 지도를 꺼내보시라. 하동과 사천을 잇는 두 연륙대교를 꼭짓점으로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나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 봄과 꽃과 나비. 이 얼마나 환상적인 조합인가. 게다가 봄비까지 내려주시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아닐 수 없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코스는 쉽게 나왔다. 장평저수지에서 두모마을을 거쳐 초양도(사실 초양도는 행정구역상 사천시에 속한다)에 이르는 남해도 일주 봄꽃 여행. 느낌이 좋다. 남해대교를 건넌다. 남해군 설천면과 하동군 금남면을 잇는 남해대교는 1973년에 완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다. 남해대교를 지나는 동안 시선은 다리 건너 충렬사 부근을 기웃거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다. 충렬사가 있는 노량마을에서 왕지등대마을을 잇는 해안도로는 남해를 대표하는 벚꽃길 중 하나. 하지만 그 어디에도 벚꽃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남해의 관문격인 19번 국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꽃비 대신 촉촉이 젖어드는 봄비를 위안 삼아 길을 재촉한다. 19번 국도를 따라 남해읍을 지나 이동면에 닿으면 이번 여행의 첫 번째 경유지인 장평저수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남해마늘연구소 앞에 마련돼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마주한 장평저수지는 생각보다 규모가 아담하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더 정이 간다. 너른 공터에 유채나 튤립을 촘촘히 심어놓은 것보다는 오밀조밀 보는 재미가 더해서다. 야트막한 산과 솔숲 그리고 거울처럼 투명한 저수지가 있고, 이런 풍경을 배경으로 튤립과 유채가 어우러졌으니 눈 맛으로 보자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때만 잘 맞추면 튤립과 유채는 물론 덤으로 벚꽃까지 감상할 수 있으니 사진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촬영 포인트로 각광받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다. 특히 물안개 자욱한 새벽 일출은 그 중에서도 백미라 할 만하다. 저수지 변으로 내려선다. 도로에서 한 단 내려섰을 뿐인데,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튤립은 이미 무릎 높이까지 부쩍 자랐다. 조금씩 굵어진 빗방울이 저수지 수면 위로 멋스러운 동심원을 만들어내고 있다. 활짝 열린 튤립 봉오리 속 빗물은 새벽이슬처럼 맑고, 여린 바람에도 연신 빗방울을 털어내는 유채의 몸짓도 매혹적이다. 먼 길 마다않고 남해까지 달려온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아담한 저수지 주변에 조성된 공간이고 보니 몇 걸음이면 끝이 밟히지만, 이곳 장평저수지에서 느끼는 감동의 깊이가 거리와 비례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정말 큰 오산이다. 튤립과 유채 그리고 벚꽃이 어우러진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의 주인공은 단연 튤립이다. 아펠톤, 골든아펠톤, 젠더랩소디, 키스넬리스, 린반덴마크 등 5종의 튤립이 제각각 색깔과 무늬를 뽐내며 여행객들을 맞는다. 튤립은 하나하나 떼어놓고 봐도 예쁘지만, 한데 어우러져 있을 때도 멋스럽다. 잘 연출된 카드섹션을 보고 있는 것처럼, 고랑의 모양에 따라 다양한 조형적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장평저수지가 튤립의 무대라면 두모마을은 유채꽃 세상이다. 장평저수지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앵강만을 끼고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 차창 밖으로 노란 유채꽃이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이곳이 바로 두모마을이다. 지나는 길, 스쳐 지났던 몇몇 유채밭과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본디 드므개마을로 불리던 이곳은 지난 2005년부터 마을 내 다랑논에 유채를 심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정말이지 입이 딱 벌어진다. 제법 너른 산비탈 계곡을 따라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유채꽃이 가득하다. 마을 끝 천수답에서 시작된 노란 꽃밭은 그렇게 바다로 흘러내리듯 피어 있다. 유채를 품고 있는 다랑논의 곡선도 매력적이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이곳 두모마을의 다랑논은 남해의 명물 가천 다랑논에 뒤지지 않을 만큼 멋스럽다. 두모마을에선 유채와 신록이 어우러진 풍경도 놓치기 아까운 풍경이다. 정말이지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둘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는 점. 그림으로 치자면 유화와 파스텔화가 혼재하는 느낌이랄까. 다랑논을 가득 메운 유채가 툭툭 찍어 나간 거친 붓 터치의 유화라면, 그 뒤를 받치는 산 벚꽃과 신록은 ‘후’ 불면 날아가 버릴 것같이 여린 파스텔 톤이기 때문이다. 한 폭의 그림에 전혀 다른 기법의 두 그림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질적이지 않은 그 느낌이 시선을, 아니 마음의 끝을 한없이 잡아끈다. 두모마을 앞 노도항에서 배로 10분이면 조선 중기의 소설가 서포 김만중이 3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노도에 닿을 수 있다. 서포는 이곳에서 한글 소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등 역작을 남겼다. 나비의 왼쪽 날개 끝에서 시작한 남해도 일주 봄꽃 여행의 마지막 여정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도 선정된 적 있는 창선삼천포대교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그 중간쯤에 자리한 초양도다. 초양도는 행정구역상 사천시에 속하지만 이곳은 남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물미해안도로를 거쳐 남해 일주를 완성하는 끝점이기도 하다. 초양도는 남해 방면에서 볼 때 5개의 다리로 이뤄진 창선삼천포대교의 두 번째 다리인 늑도대교와 이어진다. 이곳에서 초양도 휴게소로 방향을 잡아 대교 밑 나무 데크를 따라 가면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유채밭을 만날 수 있다. 초양도 유채밭은 두모마을의 그것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삼천포대교와 푸른 바다 그리고 노란 유채꽃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초양도 휴게소는 남해나 사천 두 방향 모두에서 진입이 가능하며, 초양도로 이어지는 데크는 휴게소 안 매점 입구에서 시작된다. 주변 음식점 -우리식당 : 멸치회, 멸치쌈밥 /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 1876번길 7 / 055-867-0074 -여원식당 : 멸치회, 멸치쌈밥 /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 1839 / 055-867-4118 -오륙도횟집 : 갈치회, 활어회 / 경상남도 남해군 미조면 미송로 38 / 055-867-5699 숙소 -남해관광펜션 :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 동부대로 2553-10 / 055-867-8488 -남해 뷰 모텔 :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1122번길 132-2 / 055-867-6967 글, 사진 : 정철훈(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1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mo{display:none;} @media screen and (max-width: 1023px){ .mo{display:block;} .pc{display: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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