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강화도 여행은 한 장의 인상적인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자전거 여행을 떠난 친구가 교동도 지석리 망향대에서 찍어 보낸 사진이었다. 북한 땅이 지척에 보이는 사진 한 장은 일상에 묻혀있던 나의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너비 2.5km의 바다를 사이에 둔 황해도 연백군의 풍광이 망원경 안에 선명하다고 했다. 당장 그 망원경 속의 풍광이 보고 싶었다. 6월의 어느 하루, 실향민의 애환과 레트로가 공존하는 대룡시장부터 파머스마켓, 조양방직 카페 순례까지 완벽한 DMZ 반나절 여행이 시작되었다. 교동도에 첫 방문이라면 교동 제비집(웰컴센터)을 방문하는 게 좋다. 제비집 1층은 관광 안내와 자전거 대여(유료)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지역 농산물도 살 수 있다. 2층엔 VR 체험과 전시, 전망 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다. 나는 본래 계획대로 자전거를 빌려 타고 망향대까지 평화누리 자전거길을 달려보기로 했다. 평화 자전거길의 일주거리는 총 30km다. 자전거길 바닥의 파란 실선을 따라 섬 외곽을 일주하는 자전거길은 갓길이 좁고 농로 구간이 많아서 자전거 통행이 만만치 않다. 자전거길은 원래 농로가 주목적이라 자전거 이용 시 농기계 운행을 주의해야 한다. 교동도 외곽의 대부분은 해안 철책선인데, 바로 옆 오솔길은 자전거로 갈 수 없고 철책선을 배경으로 북한 땅이 보이는 사진을 찍는 것도 금기사항이다. 시간상 아무래도 일주는 무리이고 평화 자전거길 안내도에 나온 마중길과 회주길을 이용해 고구저수지를 지나 망향대로 향했다. 우려했던 대로 망향대까지 가는 자전거길도 쉽지는 않았지만, 잠시 내려 쉴 때마다 두 눈으로 실컷 바라본 철책과 해안선 길은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길이었다. 교동도 북쪽의 밤머리 산에 위치한 망향대는 황해도 연백군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제사를 모시기 위한 제단으로 조성한 곳이다. 북쪽을 향해 서 있는 두 대의 망원경과 작은 비석과 제단이 있는 소박한 공간이지만 실향민의 그리움이 진하게 배어있다. 분단 이전 남쪽의 섬, 교동도는 바다 건너 북쪽의 육지, 연백군과 이웃사촌처럼 지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 곡창지대였던 연백평야의 농번기엔 교동도 사람들이 배로 건너가 일손을 돕고 곡식을 나눠 먹을 정도였다. 망원경으로 당겨진 북녘의 작은 마을은 이국적인 붉은 지붕과 소박한 마을 풍경이 어우러져 정겹다. 운이 좋으면 망원경으로 북녘 사람들의 움직임을 발견할 만큼 망원경의 성능 또한 우수해서 반가운 마음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제비집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홀가분하게 대룡시장을 찾았다. 한국전쟁 이전, 교동도 사람들은 배를 타고 연백 장터로 장을 보러 다녔다고 전해진다. 대룡시장은 전쟁 당시 황해도에서 넘어왔던 피란민들이 휴전 때문에 돌아가지 못하고 정착하면서 만들어진 시장이다. 400m 남짓한 골목 시장에는 다방, 약방, 시계방, 신발가게, 떡집, 이발관 등 70년대로 돌아간 것처럼 낡고 오래된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어깨를 부딪치며 골목을 걷다가 금방 튀겨낸 호떡이나 꽈배기를 한 입 베어 물어도 좋고 대룡시장의 핫 플레이스인 교동 다방에서 달걀노른자를 띄운 옛날식 쌍화차를 마시며 70년대 감성에 젖어도 좋다. 대룡시장 인근에 또 하나의 시장이 생겼다. 농부와 소비자 간 직거래 장터인 강화도 파머스 마켓이다. 농기계 수리센터를 리모델링해서 1층은 상점으로 2층은 문화공간으로 꾸몄다. 이국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의 파머스 마켓에선 비교적 저렴하게 지역 특산품을 구매할 수 있다. 단맛이 도는 강화도 추젓, 친환경 무농약 인증을 받은 강화 섬 쌀과 영양가 가득한 잡곡들, 강화 특산물로 만든 수제전병까지 다양한 식자재가 있다. 강화도 앞바다에서 잡았다는 빨간색의 건새우를 한 봉지 집어 들었다. 맛보기로 주는 새우를 하나 집어 먹는 순간, 고소한 풍미에 반해서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이건 덤이라며 새우를 넉넉하게 담아주는 주인장의 인심에 마음마저 훈훈해진다. 젓국갈비는 강화의 특산품인 새우젓으로 간을 해서 끓이는 돼지갈비 전골이다. 고려 대몽항쟁 시기, 강화도로 천도 온 국왕의 진상품이었다니 역사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이 먼저 미각을 자극한다. 돼지갈비에 호박, 배추, 감자, 두부 등 강화도의 특산품이 들어간 건강식이다. 왕자정 식당에는 젓국갈비 외에도 묵밥이 유명하다. 탱글탱글한 도토리묵에 시원한 김치를 송송 썰어 올리고 구수한 육수를 부어주는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 사철 언제 먹어도 맛있다. 조양방직은 일본 강점기에 설립되어 1950년대 말까지 운영되던 국내 최초의 방직 공장을 개조한 카페다. 반세기 동안 방치되었다가 부활한 조양방직 건물은 건축 재활용을 통한 독특한 인테리어로 뜨거운 관심을 받는 중이다. 직물과 각종 집기를 보관했던 창고를 지나 카페로 들어서면 어마어마한 실내 규모에 놀라게 되고 상상력을 넘나드는 디스플레이에 호기심이 폭발한다. 인조 직물 방직 기계 지지대로 양측 대칭을 이루는 기다란 콘크리트 구조물은 이제 커피를 마시는 빈티지한 테이블로 변신했다. 옛 모습을 기억하는 목재 구조물 천장과 카페 곳곳에 남아있는 철제 재봉틀은 방직공장의 레트로 감성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카페를 나와 조양방직 마당을 지키는 오래된 건축물과 아이디어 톡톡 튀는 정크아트를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window.ytPlayerList.push({ Id: '737e13b0-60db-4e88-9348-b986e291c1a0', DivId: '9d36b74a-387e-432f-bcf5-425f3b3cd77a', VideoId: 'u8XkO4_zVeE', playerVars: {rel:0, playsinline:1,}});
교동제비집 주소 : 강화군 교동면 교동남로 20-1 문의 : 032-934-1000 망향대 주소 : 강화군 교동면 지석리 산129 교동대룡리시장 주소 : 강화군 교동면 교동남로 35 강화도 파머스마켓 주소 : 강화군 교동면 교동남로 22 문의 : 010-3555-3485 조양방직 주소 : 강화군 강화읍 향나무길5번길 12 문의 : 032-933-2192 식당 왕자정 : 젓국갈비, 인천 강화군 강화읍 북문길 55, 032-933-7807 대청마루한상 : 한상 돼지숯불구이정식, 인천 강화군 선원면 시리미로42번길 62-20, 032-932-8831 용궁횟집 : 활어모듬회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2805, 032-937-9797 숙소 라르고빌리조트 :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2845번길 27, 032-032-555-8868 109하우스 : 강화군 양도면 해안서로 540, 0503-5058-2484 강화캠핑파크 : 강화군 길상면 신촌로146번길 14-11, 070-4147-1021 글·사진 민혜경(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0년 6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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