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론성지는 가톨릭 신자들의 성지이지만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찾아가서 골짜기를 산책하고 명상을 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몸이 아프거나 신의 손길이 다급할 때만 성지를 찾는 것은 아니다. 성지 내의 십자가와 동상, 심지어는 수목들과 건축물마저도 방문객들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사랑과 진실의 삶을 가르치는 것만 같다. 반나절 정도 시간을 내서 배론성지 구석구석을 걷다 보면 여행자는 깨달은 자가 되고 선한 이웃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교회라는 곳이 구원의 배라면 배론 골짜기에 성지가 들어선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배론, 외국어처럼 들리는 단어이지만 ‘배의 밑바닥’이라는 의미를 지닌 지명이다. 배론성지가 들어앉은 골짜기 서쪽에 주론산(903m)이 솟아 있다. 이 산의 정상에서 정동쪽으로 조백석골과 배론성지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데, 그 지형이 배의 밑바닥과 흡사하다. 배론성지 한가운데로는 제천천의 상류인 구학천이 흘러간다. 조백석골 입구에 자리한 배론성지는 200여 년 전 우리나라 초기 가톨릭 신자들이 종교박해를 피해 숨어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던 신앙촌이다. 이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화전을 일구고 옹기를 구우며 때로는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신앙을 지켜냈다. 천주교에서는 배론성지의 역사적 의의를 크게 3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 영조 51년에 태어나 순조 원년에 순교한 천주교 신자 황사영(1775∼1801)의 백서가 쓰인 토굴이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다산 정약용의 셋째 형 정약종에게서 천주교 교리를 배운 황사영은 1801년 신유박해가 시작되자 이곳 배론으로 피신, 토굴에서 조선 천주교회의 비극을 중국의 북경 주교에게 호소하는 긴 편지를 썼다. 이것이 ‘황사영 백서’다. 이 편지는 발각되고 말았으며, 그는 대역부도죄로 몰려 능지처참을 당했다.배론의 토굴은 황사영이 내려왔을 당시 옹기 저장고로 위장됐는데, 그는 8개월간을 이 굴에서 숨어 지냈다. 황사영의 백서는 현재 교황청 민속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현재 우리가 보는 토굴은 1987년 이원순 교수가 고증을 통해 복원한 것이다. 배론성지가 안고 있는 두 번째 중요한 의미는 우리나라의 천주교 성직자 양성을 위해 설립된 최초의 신학교인 성요셉신학교가 있던 곳이라는 점이다. 1855년 메스트로 신부는 성인 장주기 요셉의 집에 성요셉신학교(일명 배론신학교)를 세웠다. 푸르티에, 프티니콜라 등 프랑스인 신부들의 지도 아래 10여 명의 신학생들이 교육을 받았다. 조선에서 최초로 서양 학문을 배운 이들이 사제의 길에 들어설 무렵 병인박해(1866년)가 발생했다. 두 신부와 장주기 요셉은 각각 서울 새남터와 충남 보령 갈매못에서 순교했고, 신학교는 문을 닫고 말았다. 옛 신학교 건물은 한국전쟁 때 불타버리고 지금의 건물은 2003년에 복원한 것이다. 초가 형태로 지어진 성요셉신학교를 2명의 신부 동상이 밖에서 늘 지켜보고 있다. 방안에는 무릎을 꿇거나 혹은 꼿꼿이 서서 천주학을 공부하던 당시 신학생들을 모형으로 재현해놓았다. 바로 옆으로 눈길을 옮기면 황사영순교현양탑과 그의 동상을 볼 수 있다. 배론성지가 품고 있는 세 번째 의미는 김대건 신부에 이어 한국인으로 두 번째 사제가 된 최양업(1821∼1861) 신부의 묘와 그를 기리는 조각공원, 기념성당 등이 모여 있다는 점이다.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난 최양업은 1836년 모방 신부에 의해 최방제, 김대건과 함께 조선인 성직자 양성을 위한 신학생으로 선발됐다. 마카오에서 유학한 후 1849년 중국 상해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러나 몸을 돌보지 않고 전교활동에만 몰두한 나머지 1861년 식중독과 과로로 인한 장티푸스로 세상을 떠났다. 최양업 신부는 성요셉신학교 산기슭에 묻혔다. 배론성지에는 최양업 신부를 추모하는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동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최양업 신부의 출생에서부터 안장에 이르기까지 짧지만 위대했던 일생이 벽화로 남아 방문객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벽화는 30장을 헤아린다. 벽화를 통해 전해진 감동은 여행객들을 대성당 안으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조용한 성당 안에서 무릎을 꿇고 지나온 시간들을 반성하고, 죄를 고백하고, 신의 용서를 구한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성모상이 있는 너른 잔디밭을 가로질러 ‘미로의 기도’ 장소에 오른다. 우리의 삶처럼 출구를 찾기 어려운 미로가 바닥에 그려져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면서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위안을 얻는다. 인생 여정을 압축한 기도문을 가슴 깊이 새기며 배론성지를 떠난다. ‘인생 여정에는 생로병사가 있습니다. 인생 여정에는 지름길이 없습니다. 참고 견디면서 묵묵히 걸으면 반드시 약속은 이루어집니다.’ 배론성지 주소 :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배론성지길 296 문의 : 043-651-4527 www.baeron.or.kr 1.주변 음식점 풀향기 : 곤드레밥/ 충북 제천시 봉양읍 제원로 485/ 043-653-5491 사또가든 : 오색두부/ 충북 제천시 봉양읍 제원로 394/ 043-653-4960 2.숙소 마이하우스펜션 : 충북 제천시 봉양읍 배론성지길 49-40/ 010-6223-0203 솔뫼너머펜션 : 충북 제천시 봉양읍 배론성지길 62/ 043-653-6510 3.기타 여행정보 제천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tour.okjc.net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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