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닉하기 딱 좋은 봄. 어디를 둘러봐도 초록빛이 완연하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베란다에 나뒹구는 돗자리를 챙겨 들었다. 문제는 음식이다. 요리하자고 판을 벌이자니 부담감이 엄습한다. 식재료를 사고 다듬고 요리까지 하면 나가기도 전에 지칠 게 뻔하다. 그렇다고 피크닉에 음식이 빠질 순 없다. 맛있는 것도 먹고, SNS에 인증 사진도 남겨야 하는데…. 답은 간단하다. 공원 근처 맛집에서의 테이크아웃! 피크닉 음식은 맛있고 먹기 편하며 비주얼도 예뻐야 한다는 기준에 따라 테이크아웃용 음식을 골랐다. “테이크아웃 할게요.” 피크닉 가기 전, 이 한마디면 몸도 마음도 가벼운 봄날의 피크닉이 완성된다. 피크닉 음식의 영원한 클래식, 도시락. 하지만 도시락 만들기가 어디 쉬운가. 밥과 반찬을 따로 준비해야 하고, 기온이 올라갈수록 잘 상하지 않는 메뉴를 골라야 하며, 국물이 많아도 안 된다. 손이 여간 많이 가는 게 아니건만 도시락을 선호하는 이들은 저마다 이유가 있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이 피크닉을 간다면? 밖에서도 자녀에게 제대로 된 밥을 먹이고픈 게 부모 마음이다. 데이트를 갓 시작한 연인이라면? 손수 만든 것 같은 도시락을 건네주고 싶을 것이다. 한식만을 고집하는 부모님과 나들이 나온 딸이라면? 정갈한 도시락으로 ‘밥을 먹어야 제대로 먹은 것 같다’는 부모님 속을 채워주고 싶을 것이다. 여의도에 자리한 꼬륵은 건강한 수제 도시락을 판다. 가공식품으로 채운 편의점 도시락과는 차원이 다르다. 화학조미료나 가공식품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샐러드드레싱 하나까지 가게에서 직접 만든단다. 배추나 고추 같은 농작물은 경기도 화성과 충남 천안에 있는 꼬륵 농장에서 직접 키운 것들이다. 8000원짜리 도시락은 매일 메뉴가 바뀐다. 돼지불고기, 꼬륵표 수제 탕수육, 깻잎닭갈비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 도는 식단은 일주일 단위로 블로그에 공개된다. 제철 식재료를 반영하고 셰프들의 회의를 거쳐 엄선한 메뉴다. 도시락은 메인 요리 하나, 서너 가지 밑반찬, 샐러드, 국으로 구성되는데 배치와 색깔이 얼마나 짜임새 있는지 한식집의 거한 한상 차림이 부럽지 않다. 외식 같지 않은 외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이곳의 장점. 엄마가 차려준 집밥처럼 담백한 맛, MSG에 익숙하다면 심심하다고 느낄 정도의 간이다. 식사는 2층에서 할 수 있지만 메뉴 특성상 테이크아웃이나 배달 손님이 대부분이다. ‘피크닉’ 하면 떠오르는 대표 공원, 여의도 한강공원이 도보 10분 거리다. 피크닉 음식은 맛있다고 능사가 아니다. 맛은 물론이요, 보기에도 예뻐야 한다. 피크닉을 즐기는 것만큼 사진을 남기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진발 잘 받는 음식을 논하자면 샐러드만 한 것이 없다. 알록달록 과일과 녹색 채소는 보기만 해도 입안이 싱그러워진다. 영양소는 꽉 차 있되 칼로리는 낮으니 피크닉을 나온 무리에 다이어트 중인 친구가 있어도 걱정 없다. 서울숲 근처, 한적한 골목길에 들어선 더피커는 식료품점이자 샐러드를 파는 음식점이다. 3년 전 문을 연 이곳은 그로서란트(grocerant)다. 그로서란트는 식품점(grocery)과 레스토랑(restaurant)의 합성어. 음식도 먹고 장도 볼 수 있는 복합식품매장을 말한다. 이곳에서 파는 곡류, 견과류, 과일, 채소의 70% 이상은 친환경·유기농 농법으로 재배했다. 더피커는 좋은 식재료로 최소한의 조리를 거친 건강한 샐러드를 낸다. 버섯렌틸, 아보그린, 과카몰리, 허머스볼, 총 4가지 샐러드 중 잘나가는 메뉴는 아보그린과 과카몰리다. 아보그린 샐러드는 아보카도를 주축으로 사과가 단맛을, 방울토마토가 상큼함을, 퀴노아와 치아시드가 고소함을 맡는다. 과카몰리 샐러드는 갖가지 채소, 병아리콩, 할라피뇨 등 색색의 재료를 토핑으로 얹고 화룡점정으로 과카몰리와 또띠아칩스를 올렸다. 화사한 샐러드를 눈으로 먼저 즐기고 소스를 조르륵 따른 뒤 고루 섞어 한 입. 재료 하나하나의 단맛과 상큼함이 어우러져 입안에 화사한 봄이 찾아든다. 더피커에는 비닐봉지나 일회용 그릇이 없다. ‘건강한 소비가 만드는 건강한 지구’를 지향하며 제로 플라스틱을 실천하기 때문. 담을 용기를 가져가면 메뉴에서 500원을 할인해준다. 용기를 준비하지 못했다 해도 문제없다. 가게에서 대나무 펄프나 옥수수 추출물로 만든 친환경 용기에 담아주니까. 이 용기는 땅속에서 3개월이면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간다. 넓은 창으로 햇볕이 들이치는 가게에서 먹어도 분위기 있지만 푸른 숲이 지척인데 밖으로 나가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서울숲은 면적이 넓어 입구가 16개다. 더피커에서 걸어서 2분이면 5번 입구에 닿는다. 마음에 드는 음식을 테이크아웃 했다면 근처 공원에서 자리를 잡기만 하면 된다.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앉은 이들의 얼굴은 5월의 햇살을 닮았다. 까르르거리며 아빠를 뒤쫓는 아이, 자기들이 꽃보다 예쁜 줄도 모르고 예쁜 척하며 사진 찍기에 여념 없는 소녀들, 기타 치며 한낮의 풍류를 즐기는 젊은이들까지, 저마다 자신들의 봄날을 열심히도 난다. 자, 그럼 이제 우리도 밖으로 나가볼까? 찰나의 봄은 아차 하는 순간 시들어버릴 테니. 꼬륵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70 미원빌딩 105호 -문의 : 02-780-8600 -영업시간 : 평일 11:00~14:00, 17:30~20:00(단체도시락 및 예약 전화는 시간대에 상관없이 가능) -쉬는 날 : 일요일·명절 연휴 http://coreuk.kr/ 더피커 -주소 :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2길 13 -문의 : 070-4118-0710 -영업시간 : 화,금 11:00~20:30, 토 12:00~19:00(브레이크 타임 15:30~17:30) -쉬는 날 : 일요일·월요일 글 : 이수린(여행작가), 사진 : 지중근(사진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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