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에 도성을 쌓으니 사람들이 즐겨 놀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성곽을 따라 걸으며 산과 계곡의 풍경을 즐기고 철마다 피어나는 꽃에 마음도 밝아졌다. 600여 년 전부터 조선 사람들이 걸었던 그 길을 따라 예술의 향기에 취해본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약 18km의 성곽을 쌓았다. 성이 완공된 후 사람들 사이에서 성곽을 따라 하루 종일 걷는 ‘순성놀이’가 유행했다. 도읍지 한양의 경치를 만끽하는 이 놀이는 꽃 피는 봄부터 여름철에 성행했다. 순성놀이는 조선 후기에 더 인기였다. 사람들은 성곽을 따라 걸으며 소원도 빌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도 순성놀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당시 외국인들도 순성놀이를 즐겼다. 순성놀이를 즐기려면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 아침 먹고 출발해서 숭례문, 돈의문, 숙정문, 흥인지문을 거쳐 다시 숭례문에 도착하면 저녁이 다 돼간다. 성곽은 인왕산과 북악산, 낙산, 남산 등으로 이어지는데 산과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걷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삼삼오오 모여 경치를 즐기고 웃으며 걷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옛사람들이 걸었던 성곽길을 요즘 사람들도 걷는다. 서울시는 순성놀이에 예술 공연을 더해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한양도성 스토리텔링 투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10월 한 달 매주 토요일마다 선보인다. 10월 5일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한양도성 스토리텔링 투어’의 첫 번째 일정이 진행됐다. 청와대 사랑채에 모인 참가자들은 청와대 앞에서 문화관광해설사가 들려주는 ‘인왕제색’ 이야기를 들었다.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의 그림 <인왕제색>은 한여름 소나기가 지나간 직후 도성 서쪽을 감싸고 있는 인왕산의 풍경을 그린 작품인데, 그림 속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풍경을 가리고 있는 건물이 옥에 티지만 멀리 인왕산의 거대한 바위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 하나만으로도 볼 만하다. 무궁화동산을 지나면 표지석이 나타난다. 1968년 1월 21일 22시 10분경 북한 124군 부대 소속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를 기습 공격하기 위해 침투했을 때 그들과 총격전을 벌이던 종로경찰서장 최규식 경무관과 정종수 경사가 총탄에 맞아 순국한 곳을 알리는 표지석이다. 표지석 앞을 지나 한양도성 서북간 소문인 창의문에 도착한 일행은 광해군을 왕위에서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인조반정’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예술 공연이 펼쳐질 윤동주 시인의 언덕으로 자리를 옮긴다. 시인의 언덕에 오르면 시원하게 펼쳐진 서울 도심을 볼 수 있다. 웅장하고 수려한 북한산 능선도 한눈에 들어온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올라 판소리와 시창, 극단 하땅세의 이야기극을 관람한다. 북악산의 푸른 숲과 인왕산의 수려한 기암절벽이 감싸고 있어 포근하고 아늑한 시인의 언덕에 피리 소리와 가야금 선율이 흐른다. 가을날 오전의 순수한 바람을 타고 흐르는 음률과 판소리의 울림이 공명하니 모두가 금세 공연에 빠져든다. 무대 앞 관람석은 물론이고 소나무 옆 성곽, 코스모스 피어난 목책, 푸른 풀밭 여기저기 편안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 자체가 또 하나의 풍경이 된다. 순성놀이의 즐거움에 예술의 향기가 더해지니 참여한 사람들의 얼굴이 가을 하늘처럼 맑고 투명해지는 것 같다. 10월 12일에는 오후 2시에 혜화문을 출발해서 성북동 쉼터, 북정마을에 도착한 다음 오후 3시부터 예술 공연을 관람한다. 북정마을은 성곽 아래 마을로 70~80년대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극단 서울괴담, 친구네 옥상 등과 북정마을 사람들이 북정마을 이야기를 연극으로 보여준다. 10월 19일에는 오후 3시에 마로니에공원에 모여서 낙산공원을 지나 혜화문에 도착한다. 예술 공연은 낙산공원에서 오후 4시부터 펼쳐진다. 씨에이치수박, 시민예술가, 극단 하땅세 등이 성곽을 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공연으로 재조명한다. 낙산공원에서 혜화문으로 내려가는 길도 풍광이 좋다. 10월 26일은 오후 5시에 낙산공원 놀이광장에 모여 흥인지문을 지나 이간수문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까지 걷는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오후 7시부터 펼쳐지는 예술 공연에는 하림과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 백현주, 이우준, 극단 하땅세 등이 참여한다. 모든 공연은 무료다. 문의 02-2133-2816(서울시 관광정책과), 02-3673-4594(한양도성 스토리텔링 사업 운영팀)
seoulstory.org 1.찾아가는길
- 10월 12일 오후 3시 성북동 북정마을(성북동쉼터) :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가 1111번, 2112번 버스를 타고 성북초교에서 하차. 버스 정류장에서 도보 3분 거리 - 10월 19일 오후 4시 낙산공원 : 1, 4호선 동대문역 5번 출구 또는 6호선 동묘앞역 10번 출구로 나가 종로03번 마을버스를 타고 낙산 종점에서 하차 - 10월 26일 오후 7시 동대문역사문화공원 : 2, 4,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 2번 출구로 나가 도보 7분 거리
2.주변 음식점
성북동 돼지갈비집 : 돼지갈비 / 성북구 성북로 115 / 02-764-2420
혜화칼국수(혜화본점) : 칼국수 / 종로구 창경궁로35길 13 / 02-743-8212
www.혜화칼국수.kr
뚱뚱이할머니족발집 : 족발 / 중구 장충단로 174-1 / 02-2273-5320
3.숙소
홀리데이인 성북 : 성북구 종암로 123 / 02-929-2000
http://www.holiday.co.kr/holiday/
아미가 인 서울 : 종로구 종로31길 46-8 / 02-3672-7970
http://amiga.inodea.co.kr
라마다호텔 동대문 : 중구 동호로 354 / 02-2276-3500
http://www.ramadadm.com/main/main.php
글, 사진 : 장태동(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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