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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이면 마음부터 설렌다. 인정 넘치는 광주 말바우시장을 누비고 나면 양손에는 검정 비닐봉지가 주렁주렁 들려 있다. 장도 봤으니 시장에서 소문난 반반이 팥죽을 먹으러 가볼까. 새알심 동동 뜬 동지팥죽을 먹을까, 쫀득한 팥칼국수를 먹을까. 말바우시장의 반반이는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팥죽 맛을 선물한다. 광주 말바우시장은 장날이 2, 4, 7, 9일로 한 달에 12번 열리는 장이다. 담양, 곡성, 장성, 화순, 순창 등 인근 지역 농민들이 직접 키운 농산물을 가져와 파는 전통 직거래 장터다. 농민들이 직접 소규모로 정성스레 키운 것들이다 보니 특별한 농산물이 많다. 다른 시장에서 구하기 힘든 약초와 토종 생강, 울금, 함초 등 신선한 약재도 구할 수 있다. 1960년대에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해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번창했다는 말바우시장은 지금도 옛 시골장의 모습을 간직한 전통시장이다. 할머니들이 직접 키운 농작물을 조금씩 내다 팔고 있어서 ‘할머니길’이라 불리는 골목길 장터도 있다. 고단한 농사에 거칠어진 손으로 깔끔하게 손질해놓은 채소가 안 사고 못 배길 만큼 싱싱하고 얌전하다. 덤으로 받는 풋고추 몇 개에 미소가 오가는 것도 시골 장터의 미덕이다. 말바우시장이라는 정겨운 이름은 옛 장터에 있던 바위에서 유래한다. 김덕령 장군의 천리마가 바위에 발굽을 힘차게 내디뎠는데, 발굽 모양으로 발자국이 찍혀서 그 바위를 ‘말바우’라 불렀단다. 또 다른 이야기도 전해온다. 옛날 장터에 말처럼 큰 바위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그 위에 걸터앉아 말 타는 시늉을 하며 놀았다고 해서 ‘말바우’라 불렀다는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바위는 지금 남아 있지 않다. 말바우시장 입구는 여러 곳인데, 길목마다 특이하게 팥죽집이 눈에 띈다. 점심때 맞춰 할머니들 장터 골목을 지난다면 아마 눈치를 챌 것이다.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새알심이 동동 뜬 동지팥죽을 맛있게 드시고 있다는 걸. 김이 폴폴 나는 먹음직스러운 팥죽을 보고 나면 절로 팥죽집을 찾느라 두리번거리게 된다. 시장 안쪽 초원팥죽은 말바우5길에 있다. 제1주차장 골목으로 들어가서 농협을 지나고 순대집과 씨앗집과 닭집을 지나서야 나타난다. 말바우시장에 제일 먼저 생겼다는 ‘매일팥죽’은 초원팥죽으로 가는 길, 말바우2길에서 만난다. 매일팥죽도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똑같은 팥죽이어도 각자 자기 입에 맞는 팥죽이 있다. 어느 순간 매혹적인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팥죽에도 남다른 인연이 있는 것이다. 초원팥죽은 노부부가 10여 년째 운영하고 있는 33m²(10평) 남짓한 작은 가게다. 여름철 메뉴인 콩물국수 말고 팥죽, 반반이, 동지죽, 바지락칼국수가 메뉴의 전부다. 말랑한 새알심이 들어간 동지죽도 먹고 싶고, 쫄깃한 칼국수가 들어간 팥죽도 먹고 싶은 손님들을 위해 주인장은 ‘반반이’라는 메뉴를 만들었다. 메뉴판에 떡하니 자리잡은 반반이의 의미를 눈치채지 못하고 묻는 손님에겐 ‘얼굴이 반반한 사람들만 먹는 메뉴’라는 주인장의 재치 있는 농담이 돌아온다. 대부분 단골 손님이라 멀리서 찾아와 안부부터 묻는 게 일상이다. 팥은 비타민 B1이 특히 많고 식이섬유와 칼륨을 많이 함유해 부기를 빼는 데 좋다고 알려져 있다. 먹고 나면 사람에 따라 속쓰림이 있는데, 초원팥죽에서는 삶은 녹두를 고명으로 뿌려준다. 팥죽을 먹고 속쓰림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배려다. 그뿐 아니라 국산 팥을 삶아 체에 밭쳐서 껍질을 걸러낸 뒤 부드러운 앙금으로 속이 편안한 팥죽을 만든다. 반반이 한 그릇이 4,500원이다. 팥 수확철에 담양 창평이나 나주 남평으로 직접 가서 1년 치 팥을 구매하여 원가를 낮추고 주인장 부부가 요리와 서빙을 맡아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안주인은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직접 만든 팥앙금을 덜어 끓인다. 뜨거운 불에서 쉬지 않고 국자를 저어 부드러운 팥죽을 만든다. 반반이를 원하는 손님에겐 일찌감치 칼국수를 넣고 끓이다 새알심을 넣어주고, 동지팥죽을 원하는 손님에겐 새알심만 넣어 쫄깃하게 끓여낸다. 한창 바쁠 때는 귀찮을 법도 한데 손님이 만족해하니 반반이라는 메뉴에 자부심을 느낀다. 식탁에는 소금과 설탕이 담긴 그릇이 보인다. 소금 약간에 설탕을 듬뿍 넣으면 달콤한 팥죽의 매력에 수저를 놓을 수 없다. 팥죽의 소화를 돕는 데 무가 좋다고 해서 새콤하게 익은 무김치를 함께 낸다. 새콤한 미역초무침도 자꾸만 젓가락이 갈 만큼 상큼하다. 주전부리처럼 느껴졌던 팥죽 한 그릇을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 장날이 아니어도 문을 연다니 맛있는 팥죽을 언제든 먹을 수 있어 다행이다. 영업시간 10:00~18:00(하절기 10:00~19:00), 매월 15일/30일 휴무(전화 확인 요망). 팥죽으로 속을 든든히 채웠어도 시장에는 우리를 유혹하는 맛있는 먹거리가 너무 많다. 금방 쪄낸 뽀얀 찐빵은 한번 보면 쉽게 지나치기 힘들다. 한 손에 주렁주렁 봉지를 모아 들고 따끈하고 달콤한 찐빵을 한입 베어 물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속이 알차 보이는 만두와 큼직한 도넛, 바삭한 꽈배기를 보면 ‘20년 전통의 손만두와 찐빵’이라는 광고가 믿음직하다. 장날에는 역시 뜨끈한 국밥이다. 말바우시장에는 국밥집이 꽤 많은데 ‘자라봉국밥’도 유명하다. 국밥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족발에 눈길이 간다. 직접 손질해서 씨간장에 조려낸 족발은 뜨거운 냄비에서 건져내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 간장과 생강, 계피 등 들어가는 재료에 비해 깊은 맛이 나는 이유는 20년 넘도록 끓이고 있는 씨간장 덕분이다. 10,000원짜리 미니족발을 시키면 국밥 국물이 따라 나온다. 공깃밥을 추가해서 먹으면 한끼가 거뜬하게 해결된다. 껍질 부위가 많은 미니족발은 쫀득한 식감을 좋아하는 콜라겐 마니아들이 열광할 만큼 맛있다. 새콤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개운하고 깔끔하다. 영업시간 07:00~23:00, 매달 30일 휴무, 미니족발 10,000원, 모둠국밥 6,000원. 말바우시장 -주소 : 광주 북구 서방로81번길 27 -문의 : 062-262-4082 초원팥죽 -주소 : 광주 북구 서방로73번길 21 -문의 : 062-261-4125 자라봉국밥 -주소 : 광주 북구 동문대로97번길 8 -문의 : 062-268-3302 주변 여행지 -국립광주박물관 : 북구 하서로 110 / 062-570-7000 http://gwangju.museum.go.kr/index.do -국립광주과학관 : 북구 첨단과기로 235 / 062-960-6210 https://www.sciencecenter.or.kr -오웬기념각 : 남구 백서로70번길 6 / 062-650-7647 숙소 -노블레스호텔 : 서구 시청로50번길 5 / 062-385-1100 -무등파크호텔 : 동구 지호로164번길 14-10 / 062-226-0011 -체리모텔 : 서구 상무연하로 45 / 062-385-8888 글, 사진 : 민혜경(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0년 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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