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 산속으로 숨어든 백성들은 다행스럽게도 짙은 안개가 드리워지며 왜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그 후 ‘덕이 있는 산’이라 하여 덕유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덕유산은 전북 무주와 장수, 경남 거창과 함양 등 4개 시군이 경계를 이루고 있다. 산자락이 넓고 평평해 넉넉한 기품이 그대로 느껴지지만, 구한말 일본에 항거해 분연히 일어난 의병들의 은신처이자 안식처가 되기도 했다. 덕유산 의병길은 덕유산에 의지해 의병들이 왕성하게 활동한 곳이자, 한을 품고 쓰러져간 안타까운 곳이다. 칠연의총과 칠연폭포를 지나 동엽령까지 이어지는 왕복 9km 길로, 덕유산국립공원 안성탐방지원센터가 출발점이다. 안성탐방지원센터를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계곡을 하나 건너면 넓은 터에 칠연의총이 남아 있다. “의병은 민군이다. 나라가 위급할 때 즉시 의로써 일어나 조정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종군하여 싸우는 사람이다. 의병은 우리 민족의 국수(國粹)다.”
상하이임시정부 2대 대통령을 지낸 박은식이 《한국통사》에 남긴 말처럼 의병 활동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장점으로 일본에 항거하기 위해 일어선 순수하고 자발적인 군대다. 칠연의총에 잠든 의병들 역시 나라를 위해 스스로 일어선 백성이다. 칠연의총에서 의병장 신명선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신명선은 대한제국의 핵심 부대였던 시위대 출신이다. 1907년 한일신협약(정미7조약)이 체결된 후 군대가 해산되자, 덕유산을 중심으로 동지들을 규합해 의병장이 되었다. 덕유산을 중심으로 활동한 의병들은 전북 진안과 장수, 경남 거창과 함양, 충북 옥천을 오가며 광범위한 활동을 펼쳤다. 신명선의 의병대는 진안과 임실, 순창에서 일본군과 교전했으며, 문태서 의병대와 함께 진안, 거창, 함양에서 숱한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1908년 4월 장수의 주재소를 습격하고 돌아오다가 칠연계곡에서 전열을 가다듬던 중, 일본군 토벌대의 기습을 받아 신명선과 휘하 의병 150여 명이 전사하고 말았다. 그 후 살아남은 의병 중 한 명이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유해를 수습, 송정골에 안치한 것이 지금의 칠연의총이다. 칠연의총에서 나와 20여 분 오르면 칠연폭포와 동엽령으로 가는 삼거리에 이른다. 동엽령으로 가기 전 칠연폭포는 꼭 들러볼 일이다.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르면 10분도 안돼 칠연폭포를 만난다. 칠연폭포는 암반 사이로 계곡 물줄기가 흐르면 7개 폭포와 그 아래로 7개 연못을 이룬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울창한 숲과 계곡의 폭포, 연못이 어우러지며 비경을 뽐낸다. 인적이 드물고 폭포의 맨 윗부분에서 길이 끝나기 때문에 고요하고 적막한 가운데 물소리만 요란하다. 동엽령에 가려면 칠연폭포 삼거리로 다시 나와야 한다. 동엽령은 예부터 전라도와 경상도의 물산이 넘나들던 고개로, 동엽령 혹은 동업이재라고도 부른다. 안성면은 우시장이 유명했는데, 소를 몰고 동엽령을 넘어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의병들도 일본군의 눈을 피해 서로 소식을 전하느라 이 고개를 넘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오붓한 숲길이 이어진다. 울창한 숲을 따라 좁은 길을 구불구불 지나기도 하고, 둥글게 휜 소나무 두 그루가 만든 문을 지나기도 한다. 계곡을 따라가기도 하고,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기도 하며 두 시간쯤 지나면 동엽령 정상에 이른다. 덕유산에서 발원한 계곡은 흔히 구천동이라 불린다. 1경 나제통문에서 33경 덕유산 향적봉까지 구절양장처럼 흐르는 물줄기가 빚어낸 수많은 절경을 품고 있다. 덕유산에는 칠연의총 외에도 백련사 탐방로와 나제통문에 의병들의 흔적이 있어 녹음이 짙어지고 더위가 살짝 느껴지는 요즘 덕유산을 즐기며 함께 음미해보면 좋다.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에 오르는 백련사 탐방로는 가파른 구간이 거의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다녀올 수 있다. 게다가 시원한 계곡 물줄기를 옆에 두고 구천동의 비경까지 덤으로 눈에 담을 수 있다. 탐방지원센터 우측으로 구천동 자연 탐방로와 인월담, 사자담, 청류동, 비파담에 이어 금포탄까지 이어진 덕유산 옛길을 걸어보자. 흙길 사이로 울창한 숲과 구천동계곡이 이어져 종전 탐방로와 사뭇 다르다. 삼공탐방지원센터에서 약 1.3km 떨어진 지점에는 ‘덕유산 호랑이’로 군림한 구한말 문태서 의병장 순국비가 있으니 잊지 말고 찾아보자. 삼공탐방지원센터를 나오면 수경대부터 나제통문까지 구천동 33경 중 14경의 풍광이 37번 국도와 나란히 이어진다. 1경 나제통문과 계곡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덕유정 주변에는 무주 출신 구한말 의병장 강무경 동상과 홍일점 의병 양방매 부부 사적비가 있다. 부부 의병의 일대기를 만나는 것도 흥미롭다. 6월은 반딧불이의 계절이다. 반딧불이는 짝짓기를 위해 불을 밝히는데, 그 아름다운 빛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무주 일원 반딧불이와 그 먹이 서식지가 천연기념물 322호로 지정되었고, 해마다 6월이면 무주반딧불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반딧불이를 테마로 한 반디랜드는 곤충박물관과 천문과학관, 환경테마공원으로 구성되었고, 청소년수련원이나 통나무집, 캠핑장 시설을 갖추어 청정 자연에서 반딧불이의 불빛과 별빛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당일 여행 코스> 덕유산 의병길→무주머루와인동굴→적상산사고지, 안국사→트리스쿨 목공 체험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덕유산 의병길→무주머루와인동굴→적상산사고지, 안국사→덕유산 곤돌라(설천봉~향적봉) 둘째 날 / 백련사 트레킹→무주구천동→반디랜드→지전마을 옛 담장길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무주군청 문화관광 http://tour.muju.go.kr - 덕유산국립공원 http://deogyu.knps.or.kr , 063-323-0577 - 무주머루와인동굴 http://cave.mj1614.com , 063-322-4720 - 무주덕유산리조트 www.mdysresort.com - 반디랜드 www.bandiland.com , 063-320-5670 ○ 문의 전화 - 무주군청 문화체육관광과 관광육성계 063-320-2547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무주,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5회(07:40~14:35)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대전-무주, 대전복합터미널에서 하루 18회(07:20∼21:00) 운행, 약 50분 소요. 부산-무주, 부산종합터미널에서 전주고속버스터미널까지 하루 12회(07:00∼22:20) 운행, 3시간 20분 소요, 전주시외버스터미널-무주시외터미널 하루 14회(06:45~20:35) 운행, 1시간 50분 소요.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www.nambuterminal.co.kr 대전복합터미널 1577-2259, www.djbusterminal.co.kr 부산종합버스터미널 1577-9956, www.bxt.co.kr 전주시외버스터미널 063-272-0109 전북고속 063-270-1700, www.jbexpress.co.kr ○ 자가운전 정보 - 대전통영고속도로 덕유산 IC→죽천교차로에서 우회전→죽천삼거리에서 덕유산로를 따라 덕산 방면 좌회전→용추사거리에서 칠연계곡 방면 우회전→덕유산국립공원 안성탐방지원센터 ○ 숙박 정보 - 무주네버랜드 : 무풍면 구천동로, 063-322-8338, www.mujuneverland.com - 무주이리스모텔 : 무주읍 한풍루로, 063-324-3400 - 무주덕유산리조트 : 설천면 만선로, 063-322-9000, www.mdysresort.com - 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 무풍면 구천동로, 063-322-1097, http://www.foresttrip.go.kr/ ○ 식당 정보 - 천지가든 : 산채비빔밥, 무주읍 괴목로, 063-322-3456 - 별미가든 : 산채정식, 구천동로, 063-322-3123 - 천마루 : 해물갈비짬뽕·머루탕수육, 무주읍 무주로, 063-322-0433 - 자연채밥상 : 청국장, 무주읍 무주로, 063-324-9233 ○ 축제와 행사 정보 - 무주반딧불축제 : 2013년 6월 1∼9일, 무주군 일원, 063-324-2440(반딧불축제제전위원회), www.firefly.or.kr ○ 주변 볼거리 반디랜드, 적상산, 무주머루와인동굴, 안국사, 적상산사고지, 적상산 전망대, 무주덕유산리조트, 백련사, 덕유산 옛길, 무주구천동, 지전마을 옛 담장길 - 글, 사진 : 문일식(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6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의 모든 콘텐츠(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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