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국가의 백년을 내다보고 행하는 큰 계획이라고 했다. 교육이 중요한 것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공자는 《논어》 <위정> 편에서 군자불기(君子不器)라 했다. 군자는 일정한 용도로만 쓰이는 그릇과 다르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군자는 한 가지 재능에만 얽매이지 않고 두루 살피고 원만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달리 생각하면 사람의 그릇은 한정된 것이 아니니 교육을 통해 자신의 그릇을 넓고 깊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스승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올바른 삶의 길을 제시해줄 지침서가 필요하다. 지침서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게 교과서이다. 우리는 교과서를 통해 언어를 배우고, 삶의 지혜를 깨우치고, 세상과 소통한다. 세상이 변함에 따라 교과서도 변하게 마련. 교과서박물관에는 선조들이 서당에서 보던 책에서부터 개화기, 광복 직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용된 다양한 교과서가 전시되어 있어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박물관에서 만나는 교과서는 어떤 느낌일까? 정답은 아이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재미난 존재이다. '학교 수업시간에서와 마찬가지로 재미없고 딱딱하기만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충남 연기군에 자리한 교과서박물관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교과서는 물론, 전 세계의 교과서와 책을 만드는 인쇄기계 등을 보관, 전시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교과서 전문 박물관이다.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창업해 한국 교육 발전과 궤적을 같이해온 (주)미래엔(구 대한교과서)이 과거와 현재의 교과서를 한자리에서 비교해볼 수 있도록 설립했다. 교과서박물관에 가려면 (주)미래엔의 정문을 통과해야 한다. 회사 안에 독립된 건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정문에서 박물관에 간다고 말하면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매주 월요일과 신정, 설날연휴, 추석연휴, 성탄절 등을 제외하고는 무료로 개방한다. 전시실은 교과서를 주제로 한 주전시장, 인쇄기계 전시관, 홍보관, 기획전시관, 기증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람은 입구 왼편의 교과서 주전시장부터 시작한다. 한글의 우수성을 알려주는 훈민정음과 훈민정음 창제 직후에 기록된 가장 뛰어난 한글 표기 자료인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등 자랑스러운 출판물이 관람객을 맞는다. 한글관을 지나면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을 거쳐 일제강점기, 미군정 그리고 7차 교육 과정까지의 교과서 변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어렵고 따분한 설명이 아닌 실제 사용했던 교과서를 보여줌으로써 과거에는 무엇을 공부했고, 옛날 책은 어떻게 생겼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시물 중간에 시대별 수업 모습을 인형으로 재현해 재미를 더했다. 교과서 중에는 나이 지긋한 중년 이상 어른들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내용도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이리 와, 이리 와, 바둑아 하는 <바둑이와 철수>다. 이 내용은 1948년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처음 실린 후 30여 년간 교과서 지면에 수록되었다. 신기한 과목도 눈에 띈다. 농사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설명한 《농사짓기》(1948년 경상남도 발행), 우리나라 역사를 서술한 최초의 교과명 교과서 《우리나라의 발달》(1951년 발행), 6‧25전쟁 중인 1952년에 사용한 전시생활 교과서 《국군과 유엔군은 어떻게 싸워왔나?》 《우리도 싸운다》 등은 교과서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교과서박물관이라고 해서 교과서만 모아놓은 것은 아니다. 교과서 외에 재미난 볼거리도 빼놓지 않았다. 전시실 한쪽에 마련된 '추억의 교실'이 대표적인 시설이다. 나무의자와 책상, 조개탄 난로, 난로 위에 수북이 올려놓은 도시락, 풍금과 낡은 교탁이 놓인 풍경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했던 1960~70년대 교실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에어컨이 있는 교실에서 컴퓨터로 수업하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그저 신기한 광경이다. 하지만 그 시절을 거친 어른들은 누구라도 '그땐 그랬지' 하며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책상 위에 금을 그어 짝꿍이 넘어오지 못하게 했던 일, 난로 위 도시락을 제때 뒤섞어주지 않아 밥이 까맣게 타버렸던 일, 새로 산 책가방을 메고 한없이 기뻐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이 밖에도 운동회 때 사용했던 콩주머니, 딱지, 나막신과 고무신 같은 옛 신발 등 다양한 볼거리가 전시되어 있다. 추억의 교실을 돌아서면 2000년에 발행한 북한 교과서도 보인다. 책의 질이 우리 것과 너무나 차이가 나서 마치 1950년대 우리가 사용했던 교과서를 보는 듯하다. 맞은편에는 세계의 교과서와 (주)미래엔에서 발행하는 교과서가 자리하고 있다.교과서 주전시장을 나오면 인쇄기계 전시관으로 이어진다. 아이들이 교과서박물관에서 가장 재미없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곳이다. 활자 자모를 조각하는 기계도 있고, 자모 조각기에서 만들어진 자모에 납을 녹여 부어서 만든 활자도 있고, 인쇄기․제본기도 있다. 실제 1980년대 말까지 교과서를 만들었던 기계들을 모아놓아 인쇄발달사를 알 수 있는 귀중한 공간이다. 아이들에게는 교과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무엇으로 책을 찍어내는지 궁금할 법도 하지만, 막상 인쇄기를 마주하고 나면 그냥 무슨 기계인지도 모르겠고 어렵기만 하다. 사정이 이러니 관람객들이 머무는 시간이 가장 짧은 공간이다. 재빨리 인쇄기계 전시관을 나와 2층 기획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지난 12월부터 1950년~1970년대의 초등학교 교과서 속의 놀이문화를 중심으로 놀이와 동요를 테마로 하는 <동무들아, 이리와. 나하고 놀자!>를 개최하고 있다. 교과서박물관 -주소 : 세종특별자치시 연동면 청연로 492-14 -문의 : 044-861-3141~5 -이용시간 : 09:30~17: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명절 연휴, 성탄절 주변 음식점 -새서울돌쌈밥가든 : 보쌈정식 /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 세종로 2685-35 / 044-867-2398 -도랫말옛보리밥 : 보리밥정식 /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동교리 / 041-866-2050 숙소 -세종굿모닝모텔 :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 으뜸길 180 / 044-868-6060 -궁전모텔 :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 안터길 14 / 044-866-1321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7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조회수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창작된 은(는) 공공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 피사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 일반 정서에 반하는 용도의 사용 및 기업 CI,BI로의 이용을 금지하며, 상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제3자간 분쟁에 대해서 한국관광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