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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영화의 정서가 되는 작품이 있다. <라디오 스타>의 영월, <열혈남아>의 벌교 등이 그렇다. 그저 배경으로 머물지 않고 영화의 뿌리를 이룬다. 2001년에 개봉한 <친구>는 그 원조다. 그 두 번째 이야기 <친구2>는 거기에 공업도시 울산의 풍경을 더한다. <친구>는 말 그대로 부산의 구석구석을 누빈다. 삼일극장, 영도대교, 자갈치시장은 부산에서 자란 네 친구의 자취다. 특히 로버트 팔머의 <Bad case of loving you>가 흐르는 가운데 자갈치시장 건어물 골목과 범일교 구름다리 등을 달리는 장면은 영화 <친구>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들었다. 부산영화제와 더불어 부산을 영화의 도시로 만든 공신이다. <친구2>는 거기에 울산을 추가한다. 곽경택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겸해 울산을 찾았다가 촬영을 결정했다. 그는 “부산과 비교하면 도심이 몰려 있는데 조금만 벗어나면 전원마을이나 중소도시의 느낌이 나 이색적”이라고 말했다. 울산은 극중에서 17년 만에 출소한 준석(유오성 분)이 은기(정호빈 분)에 맞서 세력을 규합하는 근거지다. 또 동수의 아들 성훈(김우빈 분)이 엄마와 살며 자란 도시다. 성훈은 준석에게서 ‘아버지의 존재감’을 느낀다. 그러기에 성훈이 준석에게 건넨 고백은 부산에서 최후를 맞은 친구 동수와 준석의 상징적 해후다. <친구>의 부산과는 다른, <친구2>의 촬영지로서 울산이 갖는 의미다. “형님 감사합니다. 어른남자가 내 편 들어준 거 그때가 처음입니다.” <친구2> 역시 <친구>의 부산과 마찬가지로 울산의 다채로운 장소가 등장한다. 성훈이 친구들과 오토바이로 질주하던 길은 공업도시 울산의 상징과도 같은 온산공단 가는 길이다. 곽경택 감독이 한눈에 반했다는 울산의 야경이 일품이다. 준석과 성훈이 보스(기주봉)의 장례를 치르고 관을 운구하던 장면은 울산하늘공원이다. “결국 인생에서 후회할 선택만 하고 사는 게 그게 건달 아니겠나”라던 보스의 한 마디가 환청처럼 떠도는 장소다. 울산하늘공원은 장묘공원이지만 2013 우수디자인(Good Design)에 선정되어 우수상을 수상했을 만큼 인상적이다. 성훈이 놀던 콜라텍 신도 특별하다. 준석의 신복이던 고조택(피카추 문신을 한) 역의 장지건이 운영하는 라운지 펍이다. <친구2>는 그의 첫 연기 도전이다. 하지만 <친구>와 <친구2>의 접점은 울산 신화마을에서 찾을 수 있다. <친구2>는 영화 초반에 준석과 동수를 연상시키는 소년들이 등장한다. 실은 성훈과 그의 친구들이다. 어린 성훈이 새로운 친구를 처음 만나 우정을 나누는 과정이다. 성훈에게 동수의 이미지를 더하려는 장치다. 이 장면은 지붕 없는 미술관, 신화마을에서 촬영했다. 신화마을은 1960년대 석유화학공단이 들어서면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살던 울산의 대표적인 산동네다. 2010년 마을 미술 프로젝트를 거치며 탈바꿈했다. 고래 벽화가 유명해 '신화(神話)'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신화(新和)마을이다. 새로 정착한 사람들끼리 화목하게 살자는 의미다. 신화마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친구2>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고래를 찾는 자전거>에도 등장했다. 고래를 찾아 떠나는 두 남매의 가슴 찡한 이야기로 극중 두 남매가 살던 마을이다. 영화의 바람을 그려내듯 첫 번째 오른쪽 골목부터 고래 그림이 반긴다. 고개를 올라가며 길 좌우에 신화의 골목, 꽃의 골목, 고래의 골목 등 여러 가지 색깔의 그림과 조형물이 이어진다. 중간쯤에는 갤러리를 겸한 예술인촌 건물도 있다. <친구2>에서처럼 어른들의 시끌벅적한 다툼 없이 조용한 마을이다. 그 골목마다 불쑥 튀어나온 고래 그림이나 간판 또는 지붕을 헤엄치는 고래 조각이 눈길을 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라면 예술인촌에 상주하는 예술인에게 해설을 부탁해도 좋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대상으로 무료 해설(월요일 제외)을 한다. 고래에 관심이 있다면 가까운 장생포도 가볼 만하다. <고래를 찾는 자전거>에서는 장생포가 먼 도시처럼 나오지만 신화마을에서 버스로 어렵잖게 오가는 거리다. 장생포항이나 고래박물관 등을 둘러보면 울산의 고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장생포와 더불어 울산의 고래 항구를 대표하는 곳이 방어진항이다. <친구2>의 또 다른 촬영지 슬도가 있는 지역이다. 준석이 세력을 확장하자 위기를 느낀 은기는 ‘방파제에서 낚시나 하고 있겠노라’며 일대일 만남을 제안한다. 슬도와 성끝마을을 잇는 43m 길이의 방파제다. <친구2> 촬영지로 소문이 났지만 이전부터 적잖은 드라마에 등장했다. 지난 2011년 신은경과 조민기가 주연한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 2012년 말 한지혜와 김재원이 주연한 <메이퀸>에도 나왔다. 주차장에서 방파제를 따라 등대까지 이어지는 길이 주무대였다. <친구2>에서 준석과 은기가 만나는 자리도 방파제 위다. 뒤쪽으로 보이는 슬도등대와 조형물도 변함이 없다. 영화에서는 은기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다. 슬도는 실제로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겨울철에는 학꽁치를 잡아 즉석에서 회를 떠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은기의 낚시가 그러하듯, 은기가 앉아 있는 자리는 낚시와 상관이 없다. 명당은 슬도등대에서 다시 오른쪽 붉은 등대로 이어지는 방파제 좌우다. 낚시에 관심이 없는 여행자들은 ‘바다를 향한 염원’조형물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방파제에서 준석과 은기가 대화를 나눌 때, 준석과 동행한 성훈이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듣게 되는 것도 그 주변이다. 조형물은 하늘을 향해 서 있는 고래 모양이다.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가운데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새끼 업은 고래’를 형상화했다. 이 조형물은 높이가 11m에 달한다. 조형물을 지나 슬도교를 건너면 1958년에 설치한 10.8m 높이의 슬도등대에 이른다. 등대 몸통에 바다에서 노니는 고래의 모습을 그려놓았다. 드라마 <메이퀸>에서는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장소로 나온다. 바닷가에는 구멍 뚫린 바위가 많다. 거문고 섬을 뜻하는 슬도라는 이름의 유래다. 파도가 바위구멍을 울리는 소리가 마치 거문고 소리 같다 하여 ‘슬도명파(瑟島鳴波)’라 한다. 벤치에 앉아 그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인다. 등대에서 돌아 나오는 길에는 공업도시 울산의 위용을 실감한다. 방어진 포구와 울산 동구 그리고 현대중공업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슬도가 속한 방어동(방어진)은 부산이나 대구, 서울 등지까지 시외버스가 오간다. 방어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방어진항을 따라 슬도까지 걸어서 이동하면 좋다. 방어진은 역사가 깊다. 고려시대부터 왜적의 침입이 잦아 일찌감치 봉수대를 설치했다. 조선시대 말 30여 가구가 살던 작은 어촌이었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변화했다. 1921년에 울산 최초로 전기가 공급됐고, 1923년에는 동해안 최초의 방파제가 들어섰다. 1929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조선소라 할 수 있는 철공조선주식회사가 들어서며 대규모 항으로 변모했다. 일제강점기 적산가옥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그럼에도 항구 쪽으로는 여전한 어촌 풍경이다. 매년 9월부터 4월까지는 멸치, 방어, 상어, 대구, 갈치, 청어 등이 모여들어 꽤나 북적댄다. 포구의 빈틈마다 생선을 말리는 모습이 볼거리다. 바다 반대편으로는 고층 아파트들이 대도시의 면모를 숨기지 않는다. 슬도를 지나 해안의 성끝마을과 대왕암공원도 돌아볼 만하다. 성끝마을은 성의 끝이라기보다 섬목끝, 즉 섬의 끝이라는 말이 변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소박한 어촌 골목을 따라 벽화들이 곱다. 굉장한 볼거리라기보다 소소한 재미다. 마을에서는 대왕암공원 쪽으로 대왕암둘레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보길 권한다. 해안누리길로 선정되었던 코스로, 멀리 대왕암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바다에 우뚝한 배미돌이나 가운데 고개인 중점의 노애개안 등이 볼거리다. 물질하는 해녀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하지만 백미는 고동섬전망대다. 나선의 과개안 해변을 끼고 해맞이광장과 용추암까지 이어지는 대왕암의 전경이 한눈에 찬다. 고동섬전망대에서 대왕암으로 향하는 길에는 송림이 펼쳐진다. 1만여 그루가 넘는 해송이 명장면을 연출한다. 푸른 터널 끝의 대왕암도 그 못지않다. 신라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어 호국룡으로 나라를 지킨다는 전설이 깃든 바위섬이다. 해맞이광장에서 구름다리를 건너 용추암까지 이어지는 짧은 이동로가 그 말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다채로운 모양으로 들고나는 바위가 살아 움직이는 조각인 양하다. 그 끝에서 바라보는 동해가 새롭다. 대왕암은 간절곶과 더불어 울산의 해돋이 명소다. 새해맞이로 찾는 이가 많다. 새해 첫날 해가 먼저 뜨는 곳은 간절곶이지만 연중 평균을 보면 대왕암 일출이 조금 더 빠르다. 하지만 그 몇 초 상관의 다툼이 무에 중요할까. “조오련이하고 바다거북이하고 수영 시합하모 누가 이기겠노?” 아마도 <친구>를 울산에서 찍었다면 네 친구가 대화를 나누는 곳은 대왕암 어디쯤이지 않았을까? 그럼 ‘친구’의 운명도 달라졌으려나. <친구2>의 마지막 장면은 부산인지 울산인지 알 수 없는 밤거리의 차 안이다. 준석은 내보고 어디 오라는 데가 있나?라는 자조 섞인 한탄을 뱉고는 그제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먹인다. 신화마을 -주소 : 울산광역시 남구 여천로66번길 7 http://www.ulsannamgu.go.kr/sinhwa/mainPage.do 슬도 -주소 : 울산광역시 동구 방어동 슬도 주변 음식점 -그라파 : 피자, 파스타 / 동구 남진길 50 / 052-256-2112 -고래고기원조할매집 : 고래고기 / 남구 장생포고래로 135 / 052-261-7313 -함양집 : 비빔밥(골동반) / 남구 중앙로 208번길 12 / 052-275-6947 숙소 -하이호텔 : 동구 바드래5길 11-6 / 052-944-1010 -경원BIZ모텔 : 동구 녹수7길 58 / 052-233-2000 http://www.e-hotel.co.kr/ 글, 사진 : 박상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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