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제주의 풍경에는 삶과 역사가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삼양동 유적에서는 탐라국 형성기 사람들의 일상을 만나고, 이호테우해변에서는 자연에 순응한 전통 어로 문화를 살펴봅니다. 항파두리의 토성에 닿으면 섬을 마지막 거점으로 삼았던 삼별초의 치열한 시간이 이어집니다. 🏺 제주의 오랜 시간을 따라가는 여정 🏺 - 제주 삼양동 유적: 2,100년 전 제주 최대 규모의 마을 유적 - 이호테우해변: 말등대와 전통 원담이 어우러진 바다 - 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 삼별초의 마지막 항쟁을 품은 토성 제주시 동쪽의 주택가를 지나 제주 삼양동 유적에 들어서면 약 2,100년 전 사람들이 일군 마을의 흔적과 마주합니다. 삼양동 일대의 토지 구획 정리 과정에서 발견된 이곳은 청동기 시대 후기부터 초기 철기 시대에 걸쳐 형성된 대규모 마을 유적입니다. 한반도 남부의 송국리형 주거 문화가 제주에 전해진 과정과 탐라국이 태동하던 무렵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관람의 출발점인 실내 전시관에서는 유적의 구조와 발굴 성과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마을 전체를 축소한 모형과 움집 단면 등이 당시의 풍경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점토띠토기와 삼양동식 적갈색 토기, 돌도끼, 돌화살촉, 갈돌과 갈판을 비롯해 동검과 옥팔찌, 철기, 유리구슬 등 출토 유물도 다양합니다. 쌀과 보리, 콩 등의 탄화 곡물은 농경을 바탕으로 정착 생활을 이어 간 주민들의 생업을 구체적으로 전합니다. 야외로 나서면 억새와 짚으로 지붕을 덮은 복원 움집이 잔디밭과 황톳빛 길을 따라 이어집니다. 크고 작은 움집이 서로 가까이 모여 있는 풍경에서는 여러 세대가 함께 살아간 마을의 규모가 실감 납니다. 삼양동 유적에서는 집자리뿐 아니라 창고와 저장 구덩이, 토기 가마, 공동 화덕, 경계 돌담, 배수로, 폐기장과 패총도 확인됐습니다. 주거와 생산, 저장과 폐기가 한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이루어진 정착 마을이었던 셈입니다. 낮은 아치형 지붕을 얹은 외부전시관에서는 발굴된 집자리 유구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흙바닥에 남은 기둥 구멍과 화덕자리, 토기가 출토된 상태를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복원 모형으로 보았던 집의 구조가 실제 흔적과 맞물립니다. 땅에 남은 작은 구멍과 흙빛의 차이가 오래전 건물의 규모와 생활 공간을 읽어 내는 단서입니다. 야외 공간의 현무암 고인돌도 눈길을 끕니다. 거칠고 묵직한 덮개돌은 삼양동 마을에 주거 공간뿐 아니라 죽음을 기리고 기억하는 장소도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검은 현무암으로 집과 경계를 만들고 무덤을 마련했던 모습에는 제주 자연을 삶의 재료로 삼은 주민들의 생활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제주 삼양동 유적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선사로2길 13 - 운영 시간: 09:00~18:00 - 문의: 064-710-6806 이호테우해변은 제주국제공항과 도심에서 가까운 해변으로, 짙은 빛의 모래사장과 검은 현무암이 완만한 해안선을 이룹니다. 맑은 날에는 제주국제공항을 오가는 비행기가 낮은 상공을 가로질러, 바다와 항공기가 한 화면에 담기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모래사장 앞바다는 수심이 비교적 얕고 해안 경사가 완만해 여름이면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활기를 띱니다. 잔잔한 물결 위에서는 서핑과 패들보드를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 소리, 주황색 파라솔이 늘어선 모래사장이 제주시 가까이에서 만나는 여름 바다의 정취를 전합니다. 해변과 맞닿은 이호항에는 어선과 낚싯배, 요트가 나란히 머뭅니다. 잔물결에 맞춰 선박이 천천히 흔들리고, 포구 양쪽 방파제 끝에는 붉은색과 흰색 말등대가 마주 서 있습니다. 제주마를 본뜬 두 등대는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돕는 항로표지이자 이호테우해변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입니다. 푸른 바다 위로 솟은 말등대의 윤곽은 멀리서도 또렷하게 들어옵니다. 이호테우해변의 이야기는 말등대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바닷물이 빠지는 간조에는 넓어진 모래밭과 함께 돌을 둥글게 쌓은 원담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원담은 밀물 때 돌담 안으로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조수의 흐름을 이용한 제주의 전통 어로 시설입니다. 이호테우해변에는 모래밭에 쌓은 원담을 되살린 ‘이호 모살원’이 있어 바다의 시간을 읽으며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지혜를 보여줍니다. 해변 이름에 쓰인 ‘테우’는 통나무를 엮어 만든 제주의 전통 떼배를 가리킵니다. 이호테우축제에서는 원담 고기잡이와 테우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 고유의 해양 문화를 이어갑니다. 말등대가 오늘날 이호항의 바닷길을 밝힌다면, 테우와 원담은 오래전부터 바다에 기대어 살아온 주민들의 생활을 전하는 흔적입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 이호테우해변의 분위기도 한층 차분해집니다. 황금빛 햇살이 모래사장과 파라솔 위로 길게 번지고, 붉은색과 흰색 말등대는 짙어진 바다를 배경으로 또렷한 실루엣을 드러냅니다. 모래사장과 해안 데크에서는 노을을 바라보며 산책하거나 소규모 버스킹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호테우해변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리로 - 문의: 064-728-3994 이호테우해변에서 애월 방면으로 이동하면 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에 닿습니다. 고려 정부가 몽골과 강화를 맺고 개경 환도를 추진하자 삼별초는 해산 명령에 반발해 항쟁을 시작했습니다. 강화도와 진도를 거쳐 제주로 들어온 삼별초는 김통정을 중심으로 항파두리성을 쌓고 저항을 이어갔으나, 1273년 여몽연합군의 공격으로 성이 무너지면서 항쟁의 막을 내렸습니다. 현무암 돌담 사이에 자리한 순의문을 지나면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항몽순의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넓은 화강암 비석 앞에 향로를 두어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성역화 사업 과정에서 세운 항몽순의비는 몽골군에 맞서 싸우다 최후를 맞은 삼별초 장졸을 기리는 추모비입니다. 화려한 장식보다 단정한 공간 구성이 앞서간 이들의 시간을 묵묵히 돌아보게 합니다. 현무암 외벽을 두른 전시관에서는 삼별초의 이동 경로와 제주 입도 과정, 항파두리성 축성과 함락까지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벽면의 기록화와 토성 평면도, 축조 구조를 설명한 자료가 복잡한 항쟁사를 차례로 풀어냅니다. 상감청자와 중국 도자기, 막새와 평기와, 동전, 청동 생활용품과 철제 솥·괭이 등 발굴 유물도 전시합니다. 전시관 밖으로 나서면 내성 건물지 유구가 넓은 잔디밭 위에 펼쳐집니다. 낮게 남은 기단과 초석의 배열을 따라가면 건물이 들어섰던 자리와 공간의 규모가 서서히 드러납니다. 발굴 조사에서는 건물터와 함께 청자와 기와, 금속 제품 등 여러 유물을 확인했습니다. 지금은 낮은 돌과 흙의 흔적만 남았지만, 삼별초의 지휘와 생활이 함께 이루어진 거점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항파두리성은 내성과 외성을 갖춘 이중 방어 체계입니다. 특히 외성은 자연 지형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토성으로, 판축 공법으로 쌓았습니다. 판축은 틀 안에 흙을 넣고 여러 차례 단단히 다져 성벽을 올리는 방식입니다. 푸른 풀로 덮인 성벽은 완만한 언덕처럼 보이지만, 단면과 발굴 흔적에는 짧은 기간에 견고한 방어선을 마련하려 했던 축성 기술이 남아 있습니다. 토성 곁에 홀로 선 소나무는 낮게 이어지는 성벽의 윤곽과 어우러져 항파두리를 상징하는 풍경을 이룹니다. 항파두리는 애월 해안과 들판이 넓게 내려다보여 해상 접근을 감시하고 방어하기에 유리한 천혜의 요충지입니다. 액자형 전망 공간에 서면 항파두리의 지리적 입지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 공간에 다채로운 계절 풍경이 더해져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여름에는 만개한 해바라기 너머로 푸른 들판과 바다가 어우러지며, 봄에는 유채꽃과 청보리가, 가을에는 메밀꽃과 코스모스가 수놓아져 제주의 다채로운 풍경을 차례로 선보입니다. 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항파두리로 50 - 운영 시간: 09:00~18:00 (입장 마감 17:30) - 문의: 064-710-6726 ※ 위 정보는 2026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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