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흙을 빚어 완성한 분청도자에서 김해의 오랜 손기술을 살펴보고 분성산에 남은 산성을 따라 도시의 시간을 되짚습니다. 해은사에서는 수로왕과 허왕후의 이야기를 만나며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공예와 역사, 설화가 한데 이어지는 김해 여행입니다. 🏺 흙과 돌에 새겨진 김해의 시간을 만나는 여행 🏺 -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흙과 불로 빚은 김해 도자문화의 중심 - 김해 분산성: 김해평야를 굽어보는 분성산의 석성 - 해은사(김해): 수로왕과 허왕후의 이야기를 품은 산사 김해 진례면의 푸른 산자락 아래, 형형색색의 도자 타일을 두른 둥근 건물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도자와 건축의 융합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입니다. 흙을 뜻하는 ‘클레이(Clay)’와 건축을 뜻하는 ‘아키텍처(Architecture)’를 합성한 이름처럼, 가야 토기와 조선 분청사기의 맥을 이어온 김해에서 흙이 지닌 현대적·건축적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공간입니다. 미술관의 랜드마크인 주 전시관 ‘돔하우스’는 둥글게 휘어진 외벽을 수천 장의 도자 타일로 빼곡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이 어우러진 타일은 햇살과 시선이 닿는 각도에 따라 다채로운 표정을 만들어냅니다. 건물 중앙의 유리 지붕으로 자연광이 부드럽게 스며들고 거대한 곡면과 촘촘한 타일이 어우러져 건축물 자체마저 거대한 하나의 도자 작품으로 다가옵니다. 야외 산책로를 빼놓고는 김해미술관을 제대로 즐겼다고 할 수 없습니다. 잔디 언덕과 푸른 나무 사이로 벽돌과 도자, 금속, 돌 등 다채로운 재료를 활용한 야외 조각들이 이어집니다. 산업용 도자 부품과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아치형 구조물부터 기하학적 형태가 돋보이는 강렬한 조형물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작품 사이를 한가로이 걷다 보면 그릇의 재료로 익숙하던 흙이 건축의 벽과 탑, 대형 조각으로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됩니다. 개관 20주년 특별기획전 《주름과 덧댐》은 오래된 건축물에 새겨진 균열과 수선의 흔적을 결함이 아닌 시간의 고귀한 축적으로 바라봅니다. 직물, 건축 모형, 사진, 공간 설치를 따라가다 보면 완공된 건축물 역시 사람의 쓰임과 자연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변형되고 새로워진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이 전시는 벽과 창, 빛과 동선까지 전시의 요소로 적극 활용하여 건축을 살아 숨 쉬는 유기체로 바라보게 합니다. 큐빅하우스 갤러리 4에서 열리는 미디어 아트전 《카본 클럭(Carbon Clock)》은 탄소 배출과 기후 위기라는 무거운 주제를 몰입감 넘치는 실감형 영상으로 풀어냅니다. 현실의 50년 세월을 약 5분으로 압축한 가상 환경이 벽면과 바닥을 가득 채우며 인간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지구의 미래를 조명합니다. 숲과 물, 변형되는 지형이 관람객의 온몸을 둘러싸며 기후 위기를 관념이 아닌 생생한 감각으로 마주하게 만듭니다. 《주름과 덧댐》과 《카본 클럭》 두 전시 모두 2026년 11월 29일까지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단순히 전통 도자기를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흙이라는 오래된 재료가 건축과 설치 미술, 나아가 디지털 미디어로 무한히 확장되는 현장을 보여줍니다. 빛나는 도자 타일의 돔하우스에서 시작해 야외 조각 공원의 숲길을 거쳐 큐빅하우스의 현대적 전시까지 둘러보고 나면 우리 곁의 흙을 한층 깊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 주소: 경상남도 김해시 진례면 분청로 25 - 운영 시간: 10:00~18:00 (매표 시간 09:30~17:00) ※ 매주 월요일 (법정 공휴일일 경우, 그다음 날), 1월 1일, 설·추석 연휴 휴관 - 이용 요금 [돔하우스] 5,000원 [큐빅하우스] 1,000원 - 문의: 055-340-7000 울창한 숲길을 따라 오르면 나무 사이로 김해 분산성의 돌 성벽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자연 지형을 따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성벽과 그 옆으로 이어지는 흙길이 오래된 산성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계단과 오르막 구간이 있지만 성벽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숲과 돌이 어우러진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해 분산성은 해발 약 330m의 분산 정상부를 둘러싼 석축 산성입니다. 성벽 둘레는 약 900m로, 산 정상부를 띠처럼 감싸는 ‘테뫼식 산성’ 형태를 띱니다. 대부분의 성벽은 돌로 쌓았으나 지세가 험한 서남쪽은 가파른 자연 암반을 성벽처럼 활용했습니다. 산세를 거스르지 않고 방어에 유리한 지형을 적극 활용한 옛 산성의 지혜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분산성을 처음 쌓은 정확한 시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축성 방식과 출토 유물을 통해 삼국시대에 처음 축조한 뒤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 시대를 거치며 여러 차례 고쳐 쌓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임진왜란 때 성벽이 무너졌으나, 1871년(고종 8년) 다시 고쳐 쌓으면서 현재와 비슷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성 내부에는 북문터, 남문터, 암문, 봉수대, 네 곳의 건물터 등이 남아 있습니다. 암문은 적의 눈을 피해 사람이나 물자가 드나들도록 만든 작은 통로입니다. 평탄한 풀밭에 남은 초석과 석축 흔적은 과거 이곳에 여러 건물이 존재했음을 보여줍니다. 조선 후기 지도에는 군사 지휘 시설과 무기고, 창고 등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각 건물터의 정확한 용도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정상부의 봉수대는 분산성이 방어 시설이자 군사 통신의 거점이었음을 증명합니다. 낮에는 연기, 밤에는 불빛으로 긴급한 소식을 알리던 봉수대는 김해평야와 낙동강 하류 방면을 살피며 중요 군사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성 안쪽에서는 여러 비석을 보호하는 비각인 충의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숲길을 따라가면 분산성과 해은사, ‘왕후의 노을길’로 이어지는 이정표가 길을 안내합니다. 넝쿨과 나무가 성벽을 포근히 감싸는 오솔길을 거닐다 보면 단단했던 성곽의 풍경이 한결 아늑하게 다가옵니다. 역사적 방어 시설을 탐방하는 배움의 길이자 숲과 사찰을 거니는 편안한 산책로로서 고유한 매력을 전하는 여정입니다. 김해 분산성 - 주소: 경상남도 김해시 가야로405번안길 210-162 - 문의: 055-330-3921 분산성 성곽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돌담 위에 자리한 불이문과 ‘가락고찰 해은사’라고 새겨진 표지석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불이문은 분별과 대립을 넘어 하나의 진리로 들어선다는 뜻을 담은 문입니다. 높이 쌓아 올린 석축과 붉은 기둥, 단정한 기와지붕이 어우러진 입구는 산성과 사찰이 한 공간에 겹쳐진 해은사만의 고유한 풍경을 보여줍니다. 해은사(海恩寺)라는 이름에는 ‘바다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인도 아유타국에서 가락국으로 건너온 허왕후와 장유화상이 험한 바닷길을 무사히 건넌 뒤, 풍랑을 막아준 용왕의 은혜에 감사하며 절을 세웠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창건 설화는 가야 건국 이야기와 결합하여 오늘날까지 신비로운 정취를 더해줍니다. 불이문을 지나면 자갈이 깔린 아담한 마당을 중심으로 영산전과 대왕전이 나란히 자리합니다. 중심 법당인 영산전은 화려한 단청과 정갈한 문살, 기둥의 주련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전각입니다. 처마 아래와 외벽에 다채로운 불교 이야기 벽화가 그려져 있어 전각을 거닐며 둘러보는 즐거움을 더합니다. 경내 한편에는 소박하면서도 단정한 자태를 지닌 석탑이 고요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험한 바다를 무사히 건너온 허왕후의 옛 전설과 오랜 세월이 겹쳐지며, 가야의 숨결을 품은 산사의 운치를 한층 그윽하게 완성합니다. 해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매력은 탁 트인 조망입니다. 기와지붕 너머로 김해 시가지와 드넓은 김해평야가 한눈에 펼쳐지고 남쪽으로는 낙동강 하류까지 시원하게 시야가 이어집니다. 마치 수로왕과 허왕후가 옛 가락국 땅을 아늑히 굽어보는 듯한 풍경입니다. 성곽의 견고한 돌길을 지나 만나는 해은사는 가야 설화와 불교 신앙, 산사의 호젓한 정취 속에서 여정을 차분히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해은사(김해) - 주소: 경상남도 김해시 사충단길 190 - 문의: 055-333-0705 ※ 위 정보는 2026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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