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전국 3대 장터로 자주 거론되는 시장이 있었다. 평양장, 강경장, 그리고 대구의 서문시장이다. 시간이 흘러 다른 시장은 쇠퇴했지만, 서문시장만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활기가 넘친다. 특색 있는 음식이 즐비한 미식의 성지, 서문시장으로 여행을 떠나 보자. KTX를 이용하면 두어 시간 만에 서문시장까지 접근할 수 있다.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는 뜻이다. 추천 장소 대구 서문시장, 계산성당, 청라언덕, 한방의료체험타운, 동성로 스파크랜드 서문시장은 점포수가 4,000개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이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마다 시장 특유의 활기가 넘치고 원단, 한복, 그릇 등 다양한 수공예 볼거리가 가득해 눈과 귀가 쉴 틈 없이 즐겁다. 무엇보다도 ‘먹는 재미’가 압도적이다. 음식 맛은 재료가 좌우하는데, 주변에 신선한 식재료가 가득하니 맛 또한 보장된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메뉴는 납작만두다. 얇은 만두피에 당면과 부추를 소량 넣고, 기름을 두른 철판에 구워서 먹는 대구의 로컬 푸드다. 속은 단출해도 바삭하게 구워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납작만두는 양념장을 곁들여 먹는 것이 기본이지만, 떡볶이를 함께 주문해 국물에 찍어 먹기도 한다. 매콤달콤한 떡볶이는 담백한 만두와 특히 잘 어울린다. 납작만두로 입맛을 돋웠다면 본격적으로 배를 채울 차례다. 시장 곳곳에는 국수를 파는 곳이 아주 많은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들통에서 진한 육수 냄새를 맡고 나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즐겨 먹는 메뉴는 칼제비다. 칼제비는 수제비와 칼국수를 반반 섞어 놓은 음식으로, 따끈하고 담백한 멸치 육수와 쫀득한 밀가루 반죽의 식감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테이블에 오이고추 한 사발을 올려놓는 것은 서문시장 국수골목의 특징이다. 아삭하고 상큼해서 반찬으로 더할 나위 없다. 학교 앞에서나 볼 법한 분식 골목이 대구를 대표하는 시장 안에 형성된 것을 두고 대구의 역사나 문화에 뿌리를 둔 다양한 추측이 오간다. 검증된 내용은 없지만, 시장 규모가 큰 만큼 분주한 상인들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분식이 필연적으로 발달해야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구의 화끈한 매운 맛이 당길 때는 찜갈비를 먹으러 가자. 대구식 찜갈비는 간장 대신 고춧가루와 마늘을 아낌없이 넣고 오랜 시간 졸여, 부드러운 육질과 칼칼한 맛을 자랑한다. 그 맛이 어찌나 좋은지, 시장 골목이 아닌 대구 시내에도 찜갈비 골목이 따로 형성될 정도다. 소고기, 돼지고기 중 하나를 골라 주문하면 빨간 양념을 듬뿍 올린 찜갈비가 양은냄비에 담겨 나온다. 보기엔 불닭볶음면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매워 보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취향에 맞게 맵기를 조절해 주니 말이다. 남은 양념에 밥까지 볶아 먹어야 정석으로 친다. 배가 불러도 여기서 멈출 순 없다. 서문시장에 아직 맛보지 못한 주전부리가 많기 때문이다. 씹는 맛이 일품인 씨앗호떡과 신선한 생과일주스가 인기다. 호두과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만드는 땅콩빵도 눈에 띈다. 한입 크기라 먹기도 좋고, 땅콩이 통째로 들어가 고소한 맛을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매주 금·토·일요일은 서문시장 야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해가 저물면 시장 중심부가 야시장으 로 탈바꿈한다. 차량 통행이 통제되고, 큐브 스테이크부터 쌀국수, 글로벌 퓨전 메뉴까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매대가 들어선다. 이때부턴 일행과 함께 먹고 싶은 메뉴를 정하고 빠르게 줄을 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무리 먹거리가 유명한 시장이라도, 밥만 먹고 떠난다면 서문시장의 다채로운 매력을 놓칠지도 모른다. 서문시장은 대구 섬유산업의 심장답게 원단부터 완제품 의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라면 한복감이나 혼수 소품을, 이제 막 아웃도어에 흥미가 생긴 캠핑러라면 주방·잡화 쪽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흥정이 비교적 활발한 시장이라 웃으며 한두 마디만 얹어도 기대 이상의 득템이 따라온다. 대구시티투어버스 ‘대야호(大夜好)’ 탑승 시 제공되는 전통시장 바우처(5천원)를 활용하면, 신나는 여행과 저렴한 쇼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대야호’는 대구의 아름다운 야경을 만끽할 수 있는 투어 패키지로, 오는 11월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 운행된다. 최소 출발 인원이 10명이므로, 대구시티투어 홈페이지나 전화(053-627-8900)를 통해 예약하는 것이 좋다. 이제는 소화도 시킬 겸, 서문시장 밖으로 나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자. 서문시장에서 동쪽으로 큰길 하나만 건너면 대구의 근대사가 겹겹이 쌓인 청라언덕에 닿는다. 개화기인 19세기 말 서양에서 들어온 선교사들이 빈 땅을 정리하고 교회와 병원, 주택을 지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선교사의 가옥들은 선교박물관, 의료박물관, 교육·역사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풍경이 사뭇 이국적이라, 주택 입구 또는 주변에서 인증샷을 남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금명’이 결혼식을 올렸던 곳이 대구에 있다. 청라언덕 동쪽으로 난 대구3·1운동길을 지나면 나타나는 주교좌계산대성당이다. 결혼식이 열리는 성당 외관으로는 경북 칠곡의 가실성당이 등장했지만, 내부는 주교좌계산대성당 본당에서 촬영했다. 이곳은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을 도입한 영남 최초의 성당으로, 1903년 처음 지어졌다. 지금도 꾸준히 미사가 열리기 때문에, 그 시간만 피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당일치기 대구 여행의 여독을 풀고 싶다면, 대구 약령시에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약재 전문 시장이다. 이름만 듣고 따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해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한방의료체험타운이 이곳에 있다. 한방의료체험타운은 대구 약령시의 활성화와 한의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설립됐다. 이곳에서는 인바디 및 피부 나이 측정, 한방 화장품 체험, 경혈지압침대 등 다양한 체험을 유료로 경험해 볼 수 있다. 따뜻한 물에 한방 재료를 넣고 족욕을 하면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린다. 이곳에 상주하는 한의사에게 간단한 건강 상담도 받아 보자. 대구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동성로도 가까이에 있다. 수많은 식당과 카페, 상가가 밀집해 도시의 활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도심 한복판 빌딩 8층 야외공간에는 도파민을 채워 줄 테마파크, 스파크랜드도 있다. 규모는 작아도 스핀 범퍼카, 디스크 오, 트위스트 타워, 미니바이킹 등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가 많다. 하늘 높이 올라 대구 시내를 한눈에 담고 싶다면 관람차에 탑승하는 것을 추천한다. 놀이기구 자체는 큰 편이 아니지만, 빌딩 높이로 인해 아찔한 순간이 찾아온다. 캐빈 안에는 노래방에서 볼 법한 반주기도 설치되어 있다.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다 보면, 시간이 두 배로 빨리 흐르는 듯하다. 이번 주말엔 대구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서문시장에서 납작만두와 칼제비로 허기를 달래고, 청라언덕과 계산성당에서 역사의 향기를 느껴보자. 한방의료체험타운에서 여독을 풀고, 동성로 스파크랜드에서 짜릿한 스릴까지 경험하면 완벽한 하루가 완성된다. KTX를 타면 당일치기 여행도 부담이 없다. 서문시장 - 위치: 대구 중구 달성로 50 - 문의: 053-256-6341 - 운영시간: 09:00~18:00 (점포별 상이), 매달 1, 3주 일요일 정기 휴무 / 야시장 운영시간: 금·토요일 19:00~23:30, 일요일 19:00~22:00 청라언덕 - 위치: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2029 - Tip: 선교사 가옥 내 박물관 공사로 인해 임시 휴무, 외관은 자유롭게 관람 가능 계산성당 - 위치: 대구 중구 서성로 10 - 문의: 053-254-2300 한방의료체험타운 - 위치: 대구 중구 중앙대로77길 45 - 문의: 053-422-1075 - 이용요금: 한방의료뷰티체험 5,000원, 한방족욕체험 5,000원 스파크랜드 - 위치: 대구 중구 동성로6길 61 동성로 스파크 7, 8, 9 층- 문의: 053-230-2010 - 운영시간: 13:00~21:00 (토·일요일 11:30~22:00), 평일 관람차는 22시까지 운행 - 이용요금: 스파크랜드 자유이용권 27,000원, 관람차 9,000원 글, 사진: 김정흠 여행작가 ※위 정보는 2025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