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과 북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빼어난 조망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운길산. 그 운길산 자락 진중천 계곡 끝자락에 아주 특별한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아라크노피아 거미박물관이다. 아라크노피아는 거미류를 뜻하는 '아라크니다(Arachnida)'와 '유토피아(utopia)'가 합쳐진 말로 '거미들의 천국'을 뜻한다. 거미박물관 앞에는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세계 유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국내 1호 거미박사'인 동국대 김주필 교수가 전 세계를 누비며 채집한 거미와 연구 자료를 모아 설립한 것으로, 말 그대로 거미에 관한 모든 걸 모아놓았다. 박물관에서는 4,000여 종의 거미 표본을 비롯해 살아 움직이는 200여 종의 거미를 만날 수 있다. 박물관 전시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유리병 속 알코올에 담긴 거미 표본이다. 이런 표본이 5,000여 종 20만 마리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어린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자이언트 바븐'이다. 자라면 30cm 정도가 된다고 한다. 거미와 파충류 사육장에서는 타란튤라 거미 등 각종 거미들이 사육되고 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거미에게 직접 먹이를 주거나 거미를 손으로 잡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마침 박물관에 들어서니 체험학습을 나온 초등학생들이 거미해설사 주위에 모여 있다. 해설사의 손바닥 위에는 커다란 타란튤라 거미가 기다란 발을 움직이며 걸어 다니고 있다. 부모들은 거미를 보며 기겁을 하지만 아이들은 무섭지도 않은지 서로 만져보겠다고 아우성이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손가락으로 찌르지만 않는다면 물릴 염려가 없다는 게 해설사의 설명이다. 거미 엉덩이를 살짝 건드려보세요. 그러면 앞으로 움직일 겁니다. 하지만 머리는 절대 만지면 안 돼요.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줄 알고 공격할 수도 있어요.
아이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있던 거미가 엉덩이를 툭 치자 팔을 따라 기어간다. 팔꿈치를 지나고 어깨에 다다르자 아이가 잠시 겁먹은 듯 눈이 휘둥그레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거미가 머리 위로 기어 올라가자 아이는 다시 마냥 즐거운 듯 함박웃음을 짓는다. 영화 <해리포터> 에서 보던 거미를 실제로 보니 매우 신기하단다. 거미 해설사가 다른 거미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건 '등 붉은 꼬마거미'예요. 지구상에서 제일 센 독을 가지고 있답니다. 이 거미한테 물리면 사람도 두 시간 만에 죽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쪽은 '농발거미'랍니다. 낮에는 냉장고나 가구 밑에 숨어 있다가 사람이 잠에 빠진 깊은 밤이면 슬금슬금 기어 나와 바퀴벌레를 잡아먹어요. 그래서 바퀴벌레 청소부로 불려요. 거미줄을 치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먹이를 사냥한답니다. 사람을 물지도 않고, 나쁜 걸 남기지도 않는 아주 착한 거미랍니다. 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아이들의 탄성이 끊이지 않는다. 거미를 직접 만져본 아이들 중에는 키우고 싶다며 사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들도 간혹 있다. 한국 거미 중에는 독거미가 없답니다. 수줍음이 많아서 사람이 나타나면 도망가기 바빠요. 간혹 무는 녀석들도 있는데, 살짝 따갑기만 할 뿐 사람에게는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아요. 아마도 착한 한국 사람을 닮아서 그런가 봐요. 집에서 거미를 두세 마리만 키워도 바퀴벌레나 모기 같은 해충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거미는 해충을 먹어치우는 착한 곤충이고 신약이나 첨단 신소재로도 쓰인다는 해설사의 설명에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박물관을 나오면 현미경- 관찰실이다. 거미의 턱과 생식기, 알집, 다리 등을 각각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게 꾸며놓은 학습실이다. '늑대거미'의 알집, '흰눈썹깡충거미'의 다리, '갈거미'의 턱 등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는 거미의 몸은 징그러우면서도 신기하기만 하다. 거미는 얼마나 오래 살까? 거미는 거미줄에 걸리지 않을까? 거미에 관한 이런 재미난 이야기도 자세하게 들을 수 있다. 거미박물관이라고 거미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6만 6,000여 ㎡의 아라크노피아에는 박물관 외에도 생태학교, 희귀식물원, 야생화단지, 미술관 등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다. 각종 화석과 광물질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도 흥미롭다. 아라크노피아에는 1일, 1박 2일, 2박 3일 일정의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있다. 1일 코스는 거미 강의와 박물관 관람, 거미 채집 등으로 이루어지며, 1박 2일 코스는 거미 강의와 박물관 관람, 야간 거미 생태학습 등으로 구성된다. 2박 3일 코스는 캠프파이어와 거미 표본 만들기 등을 해볼 수 있다. 참여를 원하면 미리 예약해야 한다. 남양주에는 거미박물관 외에도 아이들과 함께 가볼 만한 곳이 많다. 거미박물관에서 남양주시 조안면 마현마을이 가깝다. 이 일대가 다산 유적지로,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생가와 묘가 있다. 생가의 이름은 '여유당(與猶堂)'. 1800년, 다산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서 살 때 지은 당호다. '여유당'이란 이름에는 '살얼음을 건너듯 조심하고 경계하며 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선생이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고, 오랜 유배생활을 겪은 후 돌아와 말년을 보낸 곳이다. 사랑채와 안채, 뒤뜰에 이르기까지 소박하지만 전형적인 중부지방 양반가의 가옥 형태를 따르고 있다. 여유당 뒤 언덕으로 나 있는 계단을 오르면 다산 선생의 묘가 나온다. 여유당 맞은편에는 실학박물관이 있다. 남양주종합촬영소도 아이들이 좋아한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취화선> 등의 배경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영상체험교육센터와 영상지원관, 야외촬영장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운이 좋으면 영화 촬영 현장도 직접 볼 수 있다. 걷기 좋은 길도 있다. 남양주 팔당역에서 운길산역에 이르는 옛 경춘선 구간은 이제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철로가 됐다. 하지만 다행히도 철로를 걷어내지 않고 걷기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남겨두었다. 남양주시는 이 길에 둘레길을 조성하고 '다산길'로 명명했다.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은 팔당역에서 능내역까지. 철길을 따라가는 이 길은 드넓은 팔당호의 푸른 물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철길 옆에 팔당호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 데크가 있다. 최근 불어 닥친 걷기 열풍 덕에 주말이면 등산복을 입고 배낭을 멘 도보여행자들이 제법 찾아든다. 아라크노피아 주소 :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운길산로 316 전화번호 : 031-576-7908 홈페이지 : www.arachnopia.com 입장료 : 어른 7,000원 / 청소년 6,000원 / 소인(4세 이상~초등학교) 5,000원
남양주 종합촬영소 주소 :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 855번길 138 전화번호 : 031-579-0605 홈페이지 : http://studio.kofic.or.kr 입장료 : 대인 3,000원 / 중고생 2,500원 / 어린이 2,000원
다산유적지 주소 :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747번길 11 전화번호 : 031-590-2481 입장료 : 무료 홈페이지 : www.nyj.go.kr/dasan
글, 사진 : 최갑수(여행 칼럼니스트)
※ 위 정보는 2018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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