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색은 가슴으로 스미는 색이다. 가슴속으로 번지고 스며 누구에게라도 어우러지는 색이 바로 우리 색이다. 하늘과 땅, 그 터의 살맛까지 우려내어 우리 고유의 색을 빚어내는 천연염색꾼 황수환 씨를 만나러 전남 보성으로 간다. 황수환 씨는 천연염색 기술의 표준화를 통해 빛깔 고운 우리 색을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하는 신세대 천연염색 장인이다. 한국천연염색협회 회장 황수환(47)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높은 하늘의 기상이 어리고, 맑고 시원한 바람이 머물며, 흐르는 물결처럼 마음으로 물드는 색’이 바로 우리 색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녹차 산지인 보성의 빛깔은 온통 청록빛이다. 녹차밭이 지천이라 봄날에는 여린 연둣빛, 여름이면 발랄한 청록빛, 가을볕에는 남청록빛으로 물든다.“남해와 인접해 새벽이면 짙은 물안개가 둘레의 산을 감싸 안습니다. 녹차를 키우는 것은 따사로운 햇살과 충분한 수분입니다. 오시는 길에 율포해수욕장과 다향각 전망대를 잠시 둘러보시면 좋습니다.” 보성의 차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봇재 다향각에 오른다. 산굽이를 몇 차례 돌아 오르자 열린 광장에 전망대가 나타난다. 전남 완도가 고향인 황수환 씨가 보성에 뿌리를 내린 이유가 바로 녹차밭 때문이었다. “산과 숲이 좋고 물이 풍부하니 천연염색의 보고입니다. 녹차잎은 천연염색의 원재료로 효용가치가 높습니다. 상품가치가 떨어진 잎을 재활용하면 부가가치 창출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향각 전망대는 보성 제1경인 드넓은 보성차밭(봇재다원)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 포인트다. 봉산리 일대의 청록빛 차밭과 먼산의 능선이 한 폭의 그림처럼 신비롭게 펼쳐진다. 약 99ha(30여만 평)에 이르는 드넓은 차밭은 봄부터 가을까지 청록빛으로 싱그럽다. 겨울이면 인근 율포해변과 봇재다원 일원에서 보성녹차밭빛축제가 펼쳐진다. 여행객들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광대한 차밭의 절경에 감탄사를 던진다. 가을볕이 물든 18번 국도를 달려 복내면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지나자 주암호생태습지가 나타나고, 황수환 씨가 직접 운영하는 ‘한국천연염색협회’ 이정표가 보인다. “우리 색을 오색이라 하지 않고 오방색이라고 한 이유를 아시나요? 황·청·백·적·흑색에 ‘방’ 자를 넣은 이유는 각 색깔들이 방위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황은 중앙, 청은 동, 백은 서, 적은 남, 흑은 북쪽을 뜻합니다. 이것이 자연과 삶의 터를 하나의 우주로 보는 동양적 세계관이며 우리 색의 본질입니다. 자연과 어우러지며 삶의 기운을 북돋고 사람을 살리는 색이지요.” 그는 오방색이 우리의 기본 빛깔로 우리네 삶 곳곳에 생활풍습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말한다. 신부 얼굴의 연지곤지, 돌날의 색동저고리, 붉은 고추를 끼운 금줄, 잔치국수의 오색 고명, 붉은 황토집, 궁궐과 사찰의 단청 등이 모두 오방색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황색은 가장 고귀한 색입니다. 황제의 복색이지요. 청색은 만물이 생성하는 봄의 색이며, 복을 비는 색입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색인데, 이게 우리 천연염색 중 가장 아름답고도 작업이 어려운 쪽빛입니다. 진실, 삶을 뜻하는 백색은 우리 백성들이 즐겨 입었던 색이구요. 적색은 말 그대로 뜨거우며 적극적인 색입니다. 그 기운으로 액운을 물리치는 빛깔이지요. 흑색은 인간의 지혜를 관장하는 색입니다. 오방색의 근원으로 소멸이 아닌 순환의 의미를 지닙니다.” 잡풀들이 무성한 풀밭을 걷는 그의 푸른 도포 자락이 가을 하늘빛을 닮았다. 우두커니 선 그의 모습은 농사짓는 촌사람을 닮은 듯도 하고, 고집 센 장인의 풍모도 어려 있다. 그가 천연덕스럽게 웃는다. 낯빛은 고귀한 황색이요 복식은 청색이니 푸르른 청년의 기운이 서려 있다.“꽃마다, 풀마다 우러나는 색이 따로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공감이 천연염색의 기초가 되는 이유입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온 선인들은 색을 취함에도 늘 자연과 어울리는 색을 취했습니다. 천연덕스럽고 순하여 편안한 색, 도드라짐 없이 어우러지는 것이 우리 색의 기본 사상입니다.” 그가 우리 색에 흠뻑 빠진 지는 15년쯤 됐다고 한다. 현재 ‘푸르른 한국(BLUE KOREA)’이란 이름으로 천연염색의 대중화에 힘쓰며, 중국 등 해외에 우리 색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인 만큼 전통적인 천연염색 방식을 좀더 체계화하고 표준화, 기술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녹차잎 추출과 천연염색 중 가장 어려운 쪽빛의 염색기술 표준화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자연스러운 색을 재현하면서 일종의 천연염색 ‘레시피’를 구체화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 결과 그는 ‘녹차잎을 활용한 천연염료 추출 및 농축기 개발’, ‘쪽을 이용한 섬유의 천연염색방법’의 표준화 기술을 완성하고 국내외 특허까지 출원했다. 또 천연염색의 대중화와 상품화에도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2005년부터는 한국천연염색협회를 설립해 천연염색의 대중화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도자를 지속적으로 양성하였다. 또 일반인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상품전시장도 운영하고 있다. “천연염색 체험을 통해 보성의 자연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연에 기초한 천연염색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암호생태습지, 녹차밭, 한국차박물관, 제암산자연휴양림 코스 등을 프로그램과 연계하고요. 또 지속적으로 우리 천연염색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쪽염색을 시연하는 그의 손에 쪽물이 짙게 배어 있다. 가을 하늘만큼 푸르른 쪽빛이 마음으로 스미는 순간이다. 우리 색은 자연으로 마음에 물드는 색이다. 한국천연염색공예관 주소 : 전남 보성군 복내면 개기로 1529-45 문의 : 061-853-5456 천연염색 체험 : 손수건 7,000원, 반팔티 1만 2,000원, 실크스카프 2만 원
http://www.ggonmul.co.kr/main/index
다향각 전망대 주소 : 전남 보성군 회천면 녹차로 617 문의 : 061-850-5212
http://light.boseong.go.kr/index.boseong
율포해수풀장 주소 : 전남 보성군 회천면 우암길 5 문의 : 061-853-4243
http://korean.visitkorea.or.kr/kor/inut/where/where_main_search.jsp?cid=127868
1.주변 음식점
우남식당 : 녹돈삼겹살 / 보성군 보성읍 중앙로 82 / 061-852-0167 중앙식당 : 갈치조기백반 / 보성군 보성읍 신일길 2 / 061-852-2692 보성한우직판장 : 보성한우 / 보성군 회천면 우암1길 10 / 061-853-5266
2.숙소
보성녹차리조트 : 보성군 보성읍 녹차로 777 / 061-852-2600 보성다비치콘도 : 보성군 회천면 충의로 36 / 061-850-1100 제암산자연휴양림 : 보성군 웅치면 대산길 330 / 061-852-4434
글, 사진 : 이강(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5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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