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인파로 북적이는 홍대 거리에서 건널목 하나를 건너면 낡고 오래된 골목으로 이어지는 연남동을 만난다. 좁다란 골목, 구석구석 아날로그 감성과 빈티지한 매력이 소소하게 배어 있는 연남동 골목길에는 낯설고도 신선한 맛과 향기가 기다리고 있다. 더도 말고 50여 m 남짓한 골목길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태국식당 ‘툭툭누들타이’와 ‘커피상점 이심’, ‘커피리브레’, 멕시코 식당 ‘베무초 칸티나’, 카레집 ‘히메지’에서 만나는 이국적인 하루는 소박하고 편안하며 향기롭고 담백하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나만 아는 골목, 나만 가는 맛집.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공간을 지키고 싶은 작은 소망은 이기적이고 소심한 듯 보이지만, 그 공간을 아끼는 속마음은 누구보다 애틋하고 열렬하다. 연남동 골목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그렇다. 지하철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삼거리에서 번화한 대로를 벗어나 왼쪽 길로 타박타박 10분쯤 걷다 보면 김밥집 옆으로 돌아서 내리막길인 작은 골목이 보인다. 연희동 남쪽에 위치한 동네, 연남동의 옛 주소 227번지로 통하는 작은 골목길이다. 한눈에 동네가 다 내려다보이는 그 골목길에 연남동을 대표하는 갤러리와 책방, 커피숍, 식당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차이나타운과 기사식당으로 알려졌던 연남동 골목에 문화와 예술의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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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2010년에 문을 열어 연남동 주민들의 추억이 담긴 의자를 모아 전시하는 등 옛 동네의 오래된 골목길을 재조명했다. 30㎡ 남짓한 이곳은 연남동 주민들의 예술적인 쉼터로 출발해 설치, 조각, 가구, 그림 등 젊은 작가들의 참신하고 실험적인 전시가 자유롭게 이어지는 비영리 공간이다. 갤러리 앞의 작은 나무평상처럼 누구나 돌아보고 쉴 수 있는 동네 사랑방 같은 갤러리라니, 감동이 밀려온다. 연남동 골목을 걷다 보면 카페와 술집에 밀려 희미한 기억 속으로 사라졌던 책방이 나타난다. 1년 전 문을 연 국내 최초의 그래픽 노블 전문점으로 그림책을 파는 ‘책방 피노키오’(070-4025-9186)다. 20㎡ 남짓한 공간에서 아름다운 그림이 가득한 에세이와 일러스트북, 핸드메이드 동화책을 뒤적이다 보면 메말랐던 마음마저 촉촉해진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는 그림책이 빼곡하게 꽂힌 서가에는 해외에서 수입해온 귀한 원서도 있다. 연남동의 핫 플레이스를 찾아 골목길에 들어섰다면 골목길 어귀의 평범한 분위기에, ‘툭툭누들타이’로 내려가는 소박한 입구에 실망할 수도 있다. 수수하게 이어지는 작은 골목은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툭툭누들타이의 음식도 한번 맛보면 빠져드는 맛이다. 태국 북동쪽 이싼 지역의 요리사들은 음식 솜씨가 유난히 뛰어나다고 한다. 툭툭누들타이의 음식이 맛있는 이유다. 이싼에서 온 현지인 요리사가 만들어내는 태국 음식은 다른 곳에 비해 푸짐하고 로컬 스타일이라 특히 현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족하는 곳이다. 식당에 들어서면 해먹이 걸린 천장과 코끼리 문양이 그려진 벽, 이국적인 나무테이블이 독특한 허브 향과 함께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커리 파우더와 향신료에 재워 풍미를 더 한 치킨과 파파야샐러드가 한 접시에 나오는 쏨땀카이양은 툭툭누들타이의 시그니처 메뉴다. 바삭하게 튀겨낸 치킨에 새콤달콤하고 짭조름한 쏨땀 샐러드는 어느 요리에나 잘 어울릴 만큼 상큼하다. 진한 육수가 일품인 똠양꿍은 토마토와 라임, 레몬글라스의 새콤한 맛과 코코넛밀크의 달콤한 맛, 왕새우의 쫀득한 식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맛이다. 그 외에도 팟타이와 뿌님팟퐁커리, 텃만꿍 등 50여 가지의 태국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단골집으로도 유명해 예약은 필수. 일주일 전에 예약이 끝나는 경우도 있다. 연남동의 밥집은 대부분 정오가 넘어야 문을 연다.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들이라 준비할 것도 많다. 테이블 5개가 놓인 ‘베무초 칸티나’는 주인장의 고향인 멕시코에서 가져온 장식품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 멕시코 시내의 선술집을 찾은 느낌이다. ‘베사메 무쵸 선술집’을 줄여 만든 베무초 칸티나는 인테리어부터 요리까지 솜씨 좋은 멕시코 남자와 연남동 주민이었던 한국 여자가 만나 멕시코 가정식 요리를 내는 곳이다. 멕시코에서 요리를 배운 경력에 감각이 뛰어난 주인장은 현지에 가까운 재료를 골라 신선하고 푸짐한 멕시코 요리를 선보인다. 싱싱한 양상추와 토마토를 쓰는 것은 기본. 고향의 맛을 살려 이국적이면서 맛깔스러운 멕시코 음식을 만들어낸다. 인기 메뉴인 치킨 브리또는 양상추와 옥수수, 양파, 파프리카에 사워크림, 토마토 살사소스까지 현지 레시피를 충실히 따른다.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프라이 치킨 타코는 치킨이 들어간 타코를 돌돌 말아 바삭하게 튀겨내서 토마토살사샐러드와 먹는 맛이 일품이다. 요리는 남편이 도맡아 하고 부인은 멕시코 전통 음료에 정성을 들인다. 쌀가루를 갈아서 서너 번씩 걸러 설탕과 시나몬으로 맛을 내는 전통 쌀 음료인 오르차타는 달콤하고 고소한 맛에 일찌감치 동이 나곤 한다. 주말에는 손님이 많고 테이블이 적다 보니 30분 전에 예약하면 테이블을 비워놓는다. 점심시간이면 달큼한 카레 냄새를 따라 식당 앞에 길게 줄이 이어진다. ‘히메지’의 대표 메뉴는 카레라이스다. 낡은 자전거가 놓인 가게는 일본 주택가 골목의 아담한 가정집을 떠올리게 한다. 실내도 구수한 카레라이스가 잘 어울리는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다. 감자와 당근, 브로컬리 등 채소만 넣어 일본식으로 끓이는 카레라이스는 우리에게 익숙한 맛이다. 카레에 비벼 먹는 쫀득한 카레우동도 인기 메뉴다. 생강을 듬뿍 넣은 간장국수는 일본식 소바가 아니라 주인장이 해장으로 끓여 먹곤 했던 소면이다. 속이 확 풀리는 국물 맛에 부드러운 소면이 그럴듯하게 어울린다. 카레라이스는 강황을 넣어 노랗고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뭉근하게 끓인 카레 소스를 넉넉히 얹어낸다. 장식처럼 뿌린 피망 조각이 아삭하게 씹히며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후추 향이 썩 잘 어울려 꽤 많은 양의 밥을 싹싹 긁어가며 먹게 된다. 따로 요리를 배운 적 없고 식당 경험도 없고 비법도 없다지만, 어머니의 손맛처럼 재료를 아끼지 않고 오래 끓여낸 히메지의 카레에는 슬로푸드의 정성이 느껴진다. 연남동을 찾는 이들에게 친숙한 골목길은 히메지에서 책방 피노키오까지, 동진시장 뒷골목과 그 옆 큰 도로와 연남동주민센터로 이어지는 길공원길이다. 흔적만 남아 있는 동진시장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들어서고 한 달에 서너 곳씩 카페가 생긴다 해도 변하지 않고 연남동에 오래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커피집이 있다. 연남동에 커피 마니아들을 불러모으는 커피집 두 곳, ‘커피상점 이심’과 ‘커피리브레’다. 터키식 커피로 유명한 ‘이심’은 이브릭이라는 도구에 커피를 곱게 갈아 전통식으로 달여주는데, 주인장의 정성이 담겨 향이 남다르다. 원두를 사러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단골들을 위해 수북이 쌓아놓은 원두 자루와 듬직한 로스팅 머신이 좋은 커피의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착한 커피’로 방송을 타면서 연남동을 복닥거리게 했던 커피리브레의 커피 메뉴는 생각보다 단출하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에어로프레스 또는 프렌치프레스로 내린 브루잉 커피 네 가지다. 원두를 사면 커피 한 잔이 무료. 하루 종일 생두를 로스팅하고 커피를 내리는 손길이 바쁘다. 해마다 수확한 원두 중에 최고를 가리는 ‘컵 오브 엑설런스’에서 뽑힌 최상의 생두를 들여와 판매한다. 1.찾아가는길 -지하철 홍대 입구 3번 출구 삼거리에서 왼쪽 언덕길로 200m 쯤 올라가다 김밥세상에서 좌회전해서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연남동 골목길이 나온다. 2.주변 음식점 툭툭누들타이 : 태국 음식 / 마포구 연희로 37 http://blog.naver.com/tuktuknoodle 베무초 칸티나 : 멕시코 음식 / 마포구 동교로46길 40 https://www.facebook.com/bmuchocantina 히메지 : 일본 가정식 / 마포구 연남동 성미산로 198 커피상점 이심 : 터키식 커피 / 마포구 동교로46길 42 커피리브레 : 드립 커피 / 마포구 연남동 성미산로 198 http://www.coffeelibre.kr/ 3.숙소 저스트스테이 : 중구 을지로40길 3 / 02-2271-2287 호텔마누 : 중구 퇴계로 19 / 02-777-0100 http://www.hotelmanu.com/ 아드리게호텔 : 강남구 테헤란로28길 3-6 / 02-552-9711 글, 사진 : 민혜경(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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