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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나만의 시간을 위해 여행을 나선다. 나를 위한 여행길. 그러나 사람들에 치어 돌아온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기억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남해의 섬 한 곳을 소개한다. 여수 적금도다. 소문난 맛집도, 관광 명소도 없다. 뭍에서 차를 달려 건널 수 있는 연륙교가 놓였지만 적금도의 시간은 여전히 느리게 흐른다. 적금도는 여수시와 고흥군이 품은 여자만(汝自灣) 어귀에 자리한다. 행정구역상 여수시에 속하지만 위치로만 보면 고흥군에 더 가깝다. 2016년 말 고흥군과 적금도를 연결한 팔영대교가 완공된 덕분에 두 곳의 이동이 편리해졌다. 조선 초기 적금도의 이름은 적호(赤湖)였다.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다. 해안가에 작(자갈)밭이 많다고 해서 ‘작기미섬’이라고도 했다. ‘기미’란 바다 쪽 구석진 장소를 뜻한다. 실제 해안가에는 바닷물에 쓸려 둥글고 반질해진 까만 자갈들이 널렸다. 일제강점기 무렵에는 적금도에 금광이 있다는 소문이 돌아 금을 캐려는 이들이 들어왔지만 모두 실패하고 떠났다. 지금의 이름 적금도(積金島)는 작기미섬이라는 발음에 금이 있다는 설이 합쳐져 만들어졌다.현재 여수시에서 출발해 조발도와 낭도, 둔병도, 적금도를 거쳐 고흥군을 잇는 연륙교 건설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팔영대교를 건너 섬에 도착하면 공사 현장을 발견한다. 자동차 진입이 어렵다는 안내판도 보인다. 섬 입구쯤에 차를 세워놓고 걷기 시작하자. 적금도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느릿하게 걸으면서 둘러봐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 해안선 길이가 약 9km로 트레킹을 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마을 중심으로만 돌아도 2~3시간이면 충분하다. 현재 적금도에는 여행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팔영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경사진 길 아래 적금리휴게소가 있다. 이곳에서 미리 식사를 해결하거나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게 좋겠다. 적금리휴게소 주차장에서는 팔영대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적금농협 창고 뒤에 있는 건물에도 가게 한 곳이 운영 중이다. 적금도는 남북으로 길고 동쪽으로 구부러진 형태다. 섬 중앙의 야트막한 언덕을 기준으로 동쪽 해안에 집들이 모여 있다. 적금도 산책의 시작은 팔영대교를 건너 섬 서쪽으로 이어지는 적금뒷등길부터다. 연륙교 공사 현장을 지나 마을로 들어서기 전 왼쪽 숲속으로 계단이 보인다. 계단 끝에 효열문이 있다. 효행과 열행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세운 비 2기를 보관하는 장소다. 효행은 부모에 효도를, 열행은 여성의 정절을 의미한다. 문을 잠가놓지 않으면 들어가서 볼 수 있다. 담장이 낮아 밖에서도 비석이 잘 보인다. 적금뒷등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다 적금농협 창고를 끼고 골목으로 올라간다. 적금분교로 가기 위해서다. 오래전 폐교가 된 터라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장소다. 폐교라고는 하지만 을씨년스럽지는 않다. 하늘색으로 칠한 지붕과 여전히 무성한 나무가 정겹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넓게만 보였을 운동장이 지금은 작고 아담하게 느껴진다. 낮고 녹슨 쪽문만이 이곳이 폐교란 사실을 알려준다. 초등학교에는 으레 하나씩 있던 독서하는 소녀상과 태극기나 학교 깃발을 꽂아두던 흔적을 찾는 것도 적금분교에서 즐길 수 있는 소박한 재미다. 독서하는 소녀상 앞에는 이젠 물고기가 살지 않는 작은 인공 연못도 있다. 적금분교 정문으로 나가 오던 길을 계속 걸어 올라간다. 적금교회와 적금리사무소, 치안센터가 연이어 나온다. 적금도 중심에 해당하는 곳이다. 바깥을 하얀색으로 칠한 적금교회 모습은 섬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적금리사무소 마당에는 나이가 400년을 훌쩍 넘긴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둘레만 370cm, 높이가 25m인 보호수다. 마을 가장 높은 위치에서 적금도와 바다를 내려다보듯 서 있다. 교회에서 치안센터까지는 사람 두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골목이다. 이름난 여행지처럼 시끌벅적한 길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코스다. 창문틀을 노란색으로 꾸민 치안센터는 친근하고 푸근해 보인다. 이제 마을로 내려갈 차례다. 어느 골목으로 갈지 몰라도 상관없다. 바다 쪽을 향해 경사진 길을 따라 내려가면 그만이다. 느릿한 속도로 골목을 빠져나오니 고깃배들을 묶은 선착장 앞이다. 때마침 적금도를 방문한 만물트럭이 연신 주민들을 불러 모으며 영업 중이다. 오랜만에 만난 만물트럭이 반가워 이방인도 기웃거려 본다. 첨단의 시대에도 여전히 성업하는 이동식 홈쇼핑이다. 한눈에도 여행객으로 보였는지 물건 사러 나온 어르신이 궁금한 표정을 짓는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꾸벅 인사하면 자판기에서 따스한 차 한 잔 나오듯 미소로 답을 해준다. 섬을 걷다가 어르신들을 마주칠 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보자. 살갑게 인사를 받아주며 인터넷에서도 찾을 수 없는 섬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적금도에는 우물항아리가 있다. 섬은 대개 물이 부족하다지만 적금도는 예외다. 땅에 박힌 항아리에 물이 차 주민들이 식수로 이용한다. 항아리로 물을 받는 우물이라니. 적금도에 온 이상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선착장에서 독섬대평길을 따라 북쪽으로 걸어가다 뚜껑으로 덮은 항아리 하나를 발견한다. 정말로 항아리가 땅에 박힌 채다. 뚜껑을 조심스레 열어보니 물을 떠가라는 듯 작은 바가지도 하나 둥둥 떠 있다. 항아리 안쪽은 구멍을 내 물이 넘치지 않도록 했다. 신기한 듯 항아리 안을 쳐다보고 있는데 마침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주민이 무심한 듯 한마디 던진다. “그 물, 마셔도 돼!” 늦겨울 맛본 차가운 우물물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짧은 여행을 마감한다. 바삐 움직이는 일상으로 진짜 긴 여행을 하기 위해서다. 단지 몇 시간을 머물렀을 뿐이지만 적금도에서의 평온했던 여행은 또 한동안 삶을 지탱할 기운으로 작용할 터. 적금도에 들어온 이후 불쑥불쑥 고개 내밀며 길동무해 주던 길고양이 한 마리가 조심히 가라며 인사를 전한다. 적금도 -주소 :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적금리 -문의 : 061-665-0625(적금어촌체험마을) 주변 음식점 -명품장어 : 장어구이, 통장어탕 / 전라남도 여수시 어항단지로 205 / 061-643-0006 http://goodeel.co.kr/ -마띠유 : 마띠유 정식, 안심스테이크 / 전라남도 여수시 소라면 서부로 791 / 061-685-7667 -티롤978 : 양식 / 전라남도 여수시 소라면 서부로 952 / 061-692-0977 숙소 -여수해비치호텔 : 전라남도 여수시 시청서6길 5 / 061-684-6000 http://www.haebeachhotel.com/ -코모도모텔 : 전라남도 여수시 여문문화길 69 / 061-655-0011 -디오션리조트 : 전라남도 여수시 소호로 295 / 1588-0377, 061-689-0800 http://theoceanresort.co.kr/ 글, 사진 : 이시우(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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