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효심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이야기는 장소에 남아 두고두고 전해진다. 조선의 제22대 왕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워하며 화성에 능을 옮기고, 절을 세워 명복을 빌었다. 정조의 효심이 곳곳에 밴 화성 여행지를 소개한다. ★화성 효심여행 코스★ - 박봉담: 옛 국순당 양조장을 되살린 복합 문화 공간 - 화성 융릉(장조·헌경황후)과 건릉(정조·효의황후) [유네스코 세계유산]: 솔숲에 잠든 정조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 - 용주사(화성): 정조가 아버지를 위해 세운 사찰 - 동탄복합문화센터반석아트홀: 도심 속 화려한 문화예술이 펼쳐지는 공간 박봉담은 1986년부터 2004년까지 국순당 화성양조장으로 운영되던 건물을 되살린 복합 문화 공간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백세주와 캔에 담은 막걸리를 선보인 곳이기도 하다. 양조장이 강원도 횡성으로 옮겨 간 뒤 오랜 기간 비어 있던 건물을 허물지 않고 새로 단장해 문을 열었다. 이름은 지역 명칭인 '봉담'에 공원(Park)을 뜻하는 단어를 더해 지었다. 사람이 모여 쉬어 가는 자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도슨트 투어에 참여하면 공간에 얽힌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다. 박봉담의 건축물은 대부분 옛것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살려 지어졌다. 창고로 쓰던 풍류정은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계단을 오르면 건물 사이에 작은 정원이 펼쳐진다. 옛 복도에는 식물을 심어 산책로를 조성했고, 짐을 나르던 승강기 자리는 천장을 터서 빛을 들였다. 옛 양조장의 흔적은 건축뿐 아니라 실내외 곳곳에 남아 있다. 술을 발효하던 탱크와 오래된 술통이 자투리 공간마다 자리를 지킨다. 새것을 더할 때도 옛 건물과 어우러지는 재료를 골랐다. 주로 사용한 금속재는 서서히 녹슬어 건물에 세월의 깊이를 더하는 코르텐강(Corten Steel)이다. 입구에 걸린 명판에도 이 소재를 썼다. 박봉담에서 내놓는 먹거리도 공간의 정체성을 닮았다. 막걸리를 활용한 음료와 전통주에 곁들이기 좋은 음식을 함께 낸다. 막걸리 발효종으로 구운 술빵은 담백하고, 막걸리 아이스크림은 산미가 더해져 상큼하다. 오랜 연구 끝에 선보인 맥주는 쌀과 홉, 맥아를 조화롭게 조합하여 쌀 특유의 부드러운 단맛과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스마트팜에서는 엽채류와 허브를 길러 신선함을 음식에 담아낸다. 박봉담은 갓 거둔 농산물을 매장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박봉담 - 주소: 경기도 화성특례시 효행구 봉담읍 매송고색로 452 - 운영 시간: 평일 10:30~21:00 (마지막 주문 19:30), 주말 10:30~21:00 (마지막 주문 20:00) - 문의: 031-302-6123 융릉에는 장조(사도세자)와 헌경황후(혜경궁 홍씨)가, 건릉에는 정조와 효의황후가 잠들어 있다. 사도세자는 영조의 아들로 세자에 책봉되었으나, 뒤주에 갇혀 스물여덟에 세상을 떠났다. 1776년 왕위에 오른 정조는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1789년에는 양주 배봉산에 있던 아버지의 묘를 명당으로 꼽히던 수원 화산으로 옮겨 현륭원이라 이름 붙였다. 훗날 사도세자가 장조로 추존되면서 융릉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정조도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 곁에 묻혔다. 융릉과 건릉을 포함한 조선왕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매표소를 지나면 길게 뻗은 솔숲이 먼저 반긴다. 키 큰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능 입구까지 그늘을 드리운다. 걷는 동안 새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흙길이라 발도 한결 편하다. 능을 보러 왔다가 숲에 더 오래 머무는 사람도 많다. 홍살문을 지나 정자각에 이르면 능침이 언덕 위로 올려다보인다. 정자각과 능침이 일직선을 이루지 않는 점도 여느 능과 다르다. 정자각으로 오르는 계단의 소맷돌 표면에는 6·25전쟁 때 생긴 총탄 자국이 남아 있다. 홍살문 옆 연못 ‘곤신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왕릉의 연못은 대개 네모난 못 안에 둥근 섬을 두는데, 곤신지는 못 자체를 둥글게 팠다. 여기에는 명당의 기운을 보존하려는 풍수적 목적과 아버지를 향한 정조의 절절한 효심이 아름답게 맞물려 있다. 정조는 능에서 물이 처음 내다보이는 방위에 연못을 조성해 땅의 좋은 기운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두었다. 이때 융릉의 지세가 도사린 용이 구슬을 가지고 노는 형국(반룡농주형)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연못을 원형의 '여의주' 모양으로 빚어냈다. 뒤주에 갇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가 저승에서만큼은 당당한 용이 되어 승천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풍수적 보완책 속에 담아낸 것으로 해석된다. 융릉과 건릉은 하나의 숲길로 이어져, 아버지의 능에서 아들의 능까지 걸어서 오갈 수 있다. 제사를 준비하고 능역을 관리하던 재실도 둘러볼 만하다. 마당 한편에는 중부지방에서 자라기 힘든 개비자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현륭원에서 융릉이 되기까지의 역사를 살펴보고 싶다면 역사문화관에 들르면 좋다. 정조의 효심은 사도세자의 묘를 옮기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버지의 명복을 비는 절도 세웠다. 융릉과 건릉에서 약 2km 떨어진 용주사로 발걸음을 옮길 차례다. 화성 융릉(장조·헌경황후)과 건릉(정조·효의황후) [유네스코 세계유산] - 주소: 경기도 화성특례시 병점구 효행로481번길 21 - 운영 시간 [6월~8월] 09:00~18:30 (입장 마감 17:30) [9월~10월] 09:00~18:00 (입장 마감 17:00) [11월~1월] 09:00~17:30 (입장 마감 16:30) [2월~5월] 09:00~18:00 (입장 마감 17:00) ※ 매주 월요일 휴무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개방하며, 그 다음 첫 번째 평일에 휴무) - 이용 요금: 대인(만 25세~만 64세) 1,000원, 단체(10인 이상) 800원 - 문의: 031-222-0142 용주사의 뿌리는 신라 시대까지 거슬러 오른다. 854년 갈양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되었으나 고려 초 병란으로 불타 오랜 기간 폐사지로 남았다. 정조는 이 폐사지에 절을 세워 아버지 사도세자의 명복을 비는 능사로 삼았다. 불사를 마칠 무렵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꿈을 꾸어 용주사라 이름 지었다고 전한다. 사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융릉과 건릉에서 보았던 홍살문이 서 있다. 홍살문은 본래 왕릉 앞에 세워 신성한 장소임을 알린다. 사찰 중 홍살문을 세운 곳은 용주사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이 바로 사도세자의 위패를 모신 왕실 원찰이기 때문이다. 삼문을 지나면 궁궐 누각을 닮은 천보루와 오층석탑이 있고, 안쪽으로 대웅보전이 자리한다. 경내에는 국보로 지정된 용주사 동종이 있으며, 효행박물관에는 정조의 효심이 담긴 《불설대보부모은중경판》을 보관하고 있다. 온전한 쉼을 얻고 싶다면 템플스테이가 제격이다. 숙박 없이 반나절 머무는 당일형, 하룻밤 자며 새벽 예불과 108배까지 함께하는 체험형, 정해진 일정 없이 자유롭게 쉬어 가는 휴식형으로 나뉜다. 머무는 시간과 방식을 취향껏 고를 수 있어, 부담 없이 하루를 맡길 수 있다. 하룻밤 묵는 체험형을 선택하면 사찰의 일과를 그대로 따라간다. 발우공양으로 밥 한 그릇을 남김없이 비우고, 예불에도 참여한다. 해가 지고 인적이 뜸해진 사찰에 범종 소리가 나직이 울려 퍼지면, 하루 동안 분주했던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는다. 스님과 차담을 나누고, 염주를 꿰는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능과 절이 아버지를 향한 효심을 보여준다면, 어머니를 향한 마음은 화성행궁의 회갑 잔치로 피어났다. 그 잔치에도 올랐던 궁중무를 무대 위에서 다시 만난다. 용주사(화성) - 주소: 경기도 화성특례시 병점구 용주로 136 - 문의: 031-234-0040 반석아트홀은 동탄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500여 석 규모의 전문 공연장이다. 수영장과 헬스장, 도서관을 함께 갖춘 동탄복합문화센터 안에 있어, 일상의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2026년 6월 '문화가 있는 날' 무대에 오른 공연이 바로 '궁중무, 아름다운 태평성대의 춤'이다. 궁중무는 '정재'라고도 부르는데, 나라의 평안과 임금의 만수무강을 비는 춤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갈래로 전해 내려왔다. 무대가 열리면 색색의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꽃을 든 채 원을 그린다. 이날 특히 눈길을 끈 춤은 '처용무'와 '포구락', '춘앵전'이었다. '처용무'는 오방색 옷을 입은 다섯 무용수가 탈을 쓰고 한삼을 뿌리며 액운을 물리치는 춤으로, 신라 시대부터 전해 내려와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어지는 '포구락'은 무대 가운데 놓인 포구문 앞에서 무용수들이 편을 갈라 공을 던지는 놀이형 춤이다. 풍류안이라는 작은 구멍에 공을 넣으면 상으로 꽃을 받고, 넣지 못하면 벌로 얼굴에 먹점을 찍는다. 고려 문종 때 들어와 900년 넘게 이어져 온 춤으로, 승부가 갈릴 때마다 객석에서는 잔잔한 웃음이 인다. '춘앵전'도 효심으로 탄생한 궁중무다. 정조의 손자 효명세자가 어머니 순원왕후의 마흔 번째 생신을 축하하는 의미로, 봄날 아침 버드나무에 깃든 꾀꼬리 소리를 무용으로 옮긴 것이다. 좁은 화문석 한 장 위에서 홀로 추는 춤이라 몸짓 하나하나가 절제되어 있다. 공연 내내 해설을 곁들여 춤의 유래와 몸짓에 담긴 뜻을 친절히 짚어 주어, 공연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조의 효심이 담긴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평온해진다. 화성은 가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전하기 좋은 여행지다. 동탄복합문화센터반석아트홀 - 주소: 경기도 화성특례시 동탄구 노작로 134 - 운영 시간 및 이용 요금: 공연별 상이하므로 홈페이지 참조 - 문의: 1588-5234 | 글, 사진: 김덕식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6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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