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을 장악하기 위한 치열한 다툼, 무협지에서 흔히 쓰는 상투적 표현이다. 충북 충주는 삼국시대에 백제-고구려-신라 순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말 그대로'중원'을 차지하기 위한 각축이 치열했던 곳이다. 중원은 충주의 옛 지명이다. 파란만장한 역사 못지않게 경치도 아름다워 볼거리가 풍부하다. 충주시는 2014년 이곳이 국토의 중앙부임을 강조하기 위해 가금면의 명칭을 중앙탑면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중앙탑의 정식 명칭은 '탑평리 7층 석탑'이다. 8세기 후반~9세기 초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탑의 높이는 12.95m, 남아 있는 신라석탑으로는 가장 높은 탑으로 국보 제6호로 지정돼 있다. 높이에 비해 폭은 상대적으로 좁아 하늘로 치솟는 듯한 상승감이 두드러진다. 중앙탑 바로 앞은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이다. 일대를 조각공원 겸 수변공원으로 꾸며 가족끼리 연인끼리 한가롭게 강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중앙탑 뒤편은 충주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1986년 유물관으로 시작해 1990년 박물관으로 승격한 종합박물관으로 충주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전시실을 갖췄다. 박물관 옆 뜰엔 폐사지의 불상과 입상 등을 전시하고 있다. 중앙탑에서 3km 떨어진 입석마을(중앙탑명 감노로 2319번지)에는 국내에 유일한, 국보 제205호 충주 고구려비가 있다. 마을이름이 선돌(立石)이지만 돌의 정체가 밝혀진 것은 1979년이다. 숙종이 이 마을을 지나면서도 실체를 몰랐고, 마을주민들은 새마을운동 초기 고구려비 옆에 '칠전팔기의 마을'이라는 새마을 기념비를 세웠을 정도다. 해독할 수 있는 문자로 보건대 5세기 후반 고구려 장수왕 또는 문자명왕 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구려의 영향력이 이곳까지 미쳤음을 증명하는 귀중한 사료다. 2012년 문을 연 충주고구려비 전시관에는 중국 지안(集安)의 광개토대왕비, 북한 황해남도의 안악3호분 등 고구려와 관련한 자료를 함께 전시하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전시관 개방시간은 09:00~18:00, 입장료는 무료다. 충주시내를 벗어나 3번 국도를 이용해 수안보로 이동하다 노루목교를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달천과 나란한 작은 도로를 거슬러 오른다. 넓지 않은 달천의 물빛이 한없이 푸르다. 달천은 옛날 수달이 많이 살았다고 해 달강이라 부르기도 하고 달래강으로 부르기도 한다. 물이 맑을 뿐만 아니라 맛도 좋아 조선 성종 때 학자 허백당 성현은 '용재총화'에서 '우리나라 물맛은 충주 달천수가 으뜸'이라고 칭찬했을 정도다. 충주시 단월동과 단호사 등의 지명도 달천의 물맛이 그만큼 달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수주팔봉은 바로 달천이 한 굽이 휘어져 돌면서 빚은 자연의 예술품이다. 높지도 않고, 규모도 크지 않지만 8개의 바위봉우리가 빚은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를 보듯 평온하면서도 웅장한 힘이 느껴진다. 물길이 휘어지면서 빚어낸 아담한 백사장도 여행길에 쉬어가기 안성맞춤이다. 수주팔봉의 8개 봉우리가 달천으로 치닫는 중간 부분이 뚝 잘린 것은 일제 강점기에 농지를 개간하기 위해 허리를 끊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연은 안타깝지만 지금은 끊어진 봉우리 사이로 폭포수가 흘러 나름의 운치를 더한다. 수주팔봉 전망대에서 반대편으로 돌면 산정으로 팔각정으로 오르는 길이 나 있다. 이곳에서는 반대로 잘려진 허리 사이로 보이는 강변과 마을 풍경이 푸근하다. 강변에는 팔봉글램핑장 ( http://palbongglamping.com/ )이 조성돼 있다. 수주팔봉에서 수안보로 이어지는 길은 차량이 많지 않아 드라이브 길로도 그만이다. 수안보에서 제천 한수면으로 이어지는 579번 지방도를 따라 이동하다 지릅재 고개를 넘으면 처음 만나는 마을이 미륵리다. 마을 입구의 넓은 주차장을 지나 조금 더 들어가면 미륵세계사라는 사찰이 나오고, 사찰 바로 옆에 미륵불이 자리잡고 있다. 작은 불상 하나 있겠거니 생각하면 오산, 높이 10.6m의 거대한 석불입상이다(보물). 5개의 화강암을 연결해 만든 불상의 몸체는 원통형으로 자연석에 가깝다. 석등을 사이에 두고 5층 석탑과 일직선으로 선 모습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뒷산 풍경과 어우러져 아늑하다. 미륵불을 3면으로 감싸고 있는 석축도 예사롭지 않다. 경주의 석굴암처럼 석실을 만들고, 나무로 지붕을 얹은 형태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거대한 바윗돌을 자연석에 가깝게 쌓은 모습이 투박하면서도 섬세하다. 고려초기 양식으로 북측을 향하고 있는 미륵불로는 유일하다. 안타깝게도 2018년 3월까지 미륵불과 석실 해체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현장에서도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 그러나 미륵리 오층석탑(보물), 미륵대원지 석등(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9호), 미륵대원지 석조귀부(충청북도 유형문화재) 등이 나름의 운치로 아쉬움을 달랜다. 거북모양 석조귀부는 길이 605, 높이 180센티미터로 국내 최대 규모의 거북모양 비석받침이다. 미륵불의 정식명칭은 '충주 미륵리 석조여래입상'인데, 지도에는 '미륵대원지'로 표기하고 있어 다소 헷갈린다. 불상 아래쪽 폐사지가 바로 경북 문경에서 충주로 넘어 온 관리와 말이 쉬어가던 원(院)터였기 때문이다. 발굴된 유물로 보아 사찰인 대원사와 관리들의 숙소인 미륵대원이 함께 있던 공간으로 추정된다. 영남에서 충청도를 연결하는 옛길 하면 문경새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계립령(鷄立嶺)으로 불리는 하늘재는 그보다 훨씬 오래된 길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하늘재길은 신라가 기호지방에 진출하기 위해 아달라왕 3년(156년)에 개척한 길이다. 경북 영주와 충북 단양을 잇는 죽령보다 2년 빠르고, 문경에서 괴산을 연결하는 조령(문경새재)보다는 1300년이나 앞선다. 당시로서는 야심 차게 추진한 대로(大路)였지만 조령에 자리를 내준 이후 지금은 오붓한 산책로 수준이다. 길은 미륵대원 왼편 포암산과 탄항산 사이 낮은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경사가 완만해 무리가 없다. 소나무와 낮은 관목이 뒤덮인 숲은 시작부터 원시림이다. 간간이 낙엽송 인공조림까지 잘 어우러져 사계절 아늑하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한 굽이 돌아가는 지점에 '연아 닮은 소나무'가 미소를 짓게 한다. 휘어 갈라진 3개의 가지가 김연아가 한 쪽 스케이트를 머리위로 올리고 마지막 회전을 하는 모양이다. 하늘재(해발 530m)에서 우측 계단을 오르면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이름처럼 하늘을 품은 듯 전망이 시원하고, 포암산(해발 963m)의 거대한 바위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소나무가 한 폭의 동양화다. 하늘재에서 문경으로 내려가는 길은 아스팔트 포장을 해버려 계립령은 반쪽만 남은 셈이다. 하늘재길의 매력은 힘들이지 않고도 깊은 산의 정취를 흠씬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미륵리 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약 2.5km, 왕복 3시간 정도 걸린다. 산행보다는 산책으로 부르는 게 어울릴 만큼 순탄해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지로도 무리가 없다. 충주중앙탑 -주소 : 충청북도 충주시 중앙탑면 탑평리 11 수주팔봉 -주소 : 충청북도 충주시 대소원면 문주리 산 1-1 미륵대원지 -주소 :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58 하늘재(계립령) -주소 :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58 주변 음식점 -청솔식당 : 산채정식 /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장터2길 20 / 043-846-6373 -영화식당 : 산채정식 /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물탕1길 11 / 043-846-2530, 4500 숙소 -켄싱턴리조트 충주 : 충청북도 충주시 앙성면 산전장수1길 103 (앙성면)/ 043-840-2700 http://www.kensingtonresort.co.kr/ 글, 사진 : 최흥수(한국일보 여행기자) ※ 위 정보는 2016년 1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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