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수면 위의 삶은 해야 할 것과 해야 했으나 하지 않은 것, 두 가지로 나뉜다. 출근 도장을 찍어야 하는 회사, 지불해야 할 신용카드 대금, 자제했어야 할 배달 음식 같은 것 말이다. 존재는 해방될 곳을 찾는다. 프리다이빙을 하는 이들은 물속에서 답을 찾는다. 그들은 말한다. 수중에서는 온몸으로 명상을 하는 듯 고요하고, 엄마 뱃속으로 회귀한 듯 평온하고, 바다를 유영하는 인어처럼 자유로운 기분이라고. 깊은 고요의 순간, 굳어 있던 몸과 마음에 반짝, 푸른 물이 든다. 요즘 애들은 프리다이빙을 한다. 프리다이빙을 취미로 배우며 SNS에 사진을 올리는 20~30대가 늘고 있고,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는 배우 이규형이 프리다이빙을 즐기는 장면이 소개되기도 했다. 프리다이빙은 숨을 참고 잠수해 무호흡으로 하는 운동이다. 포인트는 ‘무호흡’이다. 공기통과 호흡기를 착용하고 수중에서 숨을 쉬는 스쿠버다이빙과 달리, 프리다이빙은 호흡 장치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 해녀의 물질과 비슷하다. 무호흡으로 물속을 떠다니기, 깊이 잠수하기, 물의 흐름을 느끼기가 모두 프리다이빙이다. 육상 경기가 단거리·장거리·이어달리기 등으로 나뉘듯 프리다이빙에도 개별 종목이 있다. 가령 수면에 코와 입을 담근 채 숨을 참는 STA(스태틱), 핀을 신고 누가 더 깊은 수심까지 내려가는지 겨루는 CWT(콘스턴트웨이트), 수면에 떠 있는 부이(부표)와 연결된 로프를 잡고 핀 없이 하강했다 상승하는 FIM(프리이멀전) 등이다. AIDA(아이다)·CMAS(시마스) 같은 국제잠수협회가 여는 프리다이빙 대회에는 세계적인 다이버들이 모여 기록을 겨룬다. 입이 아니라 아가미가 있는 게 분명하다. 박태현은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의 호스트(취미와 재능을 공유하는 사람)이자 프리다이빙 전문 강사다. 별 다섯 개 수강 평이 줄을 잇는 그가 프리다이빙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박태현 @FISHMAN_829 - AIDA 프리다이빙 강사 · NAUI 스킨스쿠버 강사 5살 때부터 수영을 했다. 프리다이빙을 하며 마주한 바닷속 풍경을 잊을 수 없었다. 그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강사가 됐다. 슬픈 사실도 실감했다. 바다는 눈부시게 경이롭지만 빠른 속도로 파괴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박태현 강사는 프리다이빙 교육뿐 아니라 다이빙을 활용한 해양환경 보호에 힘쓴다. 올해는 다이빙하며 쓰레기를 줍고 바다를 정화하는 ‘비치클린’을 할 계획이다. Q. 프리다이빙의 정의는? 자기의 숨으로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것을 프리다이빙이라고 해요. 핵심은 호흡 장치 없이 내 호흡만으로 유영한다는 거예요. Q. 수영을 못하거나 물을 무서워해도 배울 수 있나? 프리다이빙은 수영을 못해도 즐길 수 있어요. 물을 무서워하는 분들은 물과 친해지는 것, 물 공포증을 극복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수영을 하는 분들과 비교하면 배움의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적응하는 시간의 문제일 뿐 누구나 프리다이빙을 할 수 있어요. 저의 경우, 이론 수업 때 물 관련 Q&A를 하면서 수강생 각자의 수준을 파악하고, 1:1 맞춤형으로 알려드려요. Q. 물속에서 숨 참기, 어떻게 가능한가? 프리다이빙 호흡법이 따로 있어요. 준비호흡과 이완호흡, 최종호흡, 회복호흡, 이 네 단계의 호흡을 통해 숨 쉬고 싶은 욕구를 늦출 수 있어요. 준비호흡·이완호흡에서는 몸을 최대한 이완시켜요. 무호흡 상태에서 산소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요. 다이빙 전에는 최종호흡을 통해 최대한 많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수면 위로 올라와서는 회복호흡을 해요. 지상보다 물속에서 숨을 쉽게 참을 수 있는 이유가 생리학적으로도 있어요. ‘포유류잠수반응(포유류가 물에 들어갈 때 나타나는 반응)’ 중 ‘서맥 현상’이라고 하는데, 호흡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인식한 뇌가 심장 박동 수를 느리게 하고 에너지 소모를 줄여 숨 참기가 더 쉬워져요. Q. 프리다이빙에 필요한 장비는? 기초 장비는 마스크, 스노클, 핀. 이 세 개가 전부예요. 슈트는 수온에 따라 착용 여부가 다른데, 초보자는 체온 유지와 부력(물에 있는 물체를 위로 떠미는 힘)을 위해 슈트를 입는 경우가 많아요. 마스크는 수영의 물안경과 비슷한데 눈과 콧속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장비이고, 스노클은 수면에서 호흡을 하도록 도와줘요. 핀은 ‘오리발’이라고도 하고, 프리다이빙에서는 한 번의 호흡으로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약 90cm 길이의 롱핀을 써요. Q. 프리다이빙을 하려면 자격증(라이센스)이 필수인가? 강사가 동행하면 자격증이 없어도 괜찮지만, 강사 없이 잠수풀에 들어가려면 AIDA(아이다)·PADI(패디)·SSI(에스에스아이) 같은 프리다이빙 교육 기관에서 발급한 자격증이 필수예요. 기관마다 레벨 명칭이나 이수 조건이 조금씩 다르지만, 자격증은 4단계로 나뉘어요. AIDA 기준 레벨1은 잠수풀 입수만 가능, 레벨2부터는 바다 입수가 가능해요. 또 자격증이 있더라도 혼자서는 프리다이빙을 할 수 없어요. 안전을 위해 자격증 소지자 2명이 버디(다이빙 짝)를 이루어 2인 1조로만 입수할 수 있어요. Q. 프리다이빙하기 좋은 국내 잠수풀이나 바다를 추천한다면? 서울 올림픽수영장의 다이빙풀, 경기도 성남의 아쿠아라인 다목적풀, 인천 송도의 스포츠파크 잠수풀을 많이 이용해요. 그런데 수도권 풀장들은 최대 수심이 5m여서 더 깊이 내려가야 할 땐 경기도 가평의 K-26에 가고요. 바다는 울릉도나 제주도 쪽을 좋아하고, 스노클링하면서 가볍게 놀기에는 강원도 삼척의 장호항과 갈남항도 괜찮아요. Q. 프리다이빙의 매력은? 첫째, 내 호흡만으로 물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 장비가 많고 잠수병도 생기는 스쿠버다이빙에 비해 프리다이빙은 내 숨에만 의지하면 되니까 훨씬 자유로워요. 둘째, 해양생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 스쿠버다이버는 해양생물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는 정도에 그치지만, 프리다이버는 옆에서 유영하면서 함께 어울릴 수 있거든요. 셋째,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요. 이전에 가 본 적 없는 새로운 바다에서 제 숨에만 집중할 때 행복해요. 매력 1. 물 공포증을 극복하고 싶어 시작했는데 지금은 물과 많이 친해졌어요. 물속에 있는 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자유로움이에요. - 장원경(프리다이빙 3개월 차) 매력 2. 생각 정리요. 물에 들어가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말끔히 정리되는 느낌이에요. - 이연주(프리다이빙 8개월 차) STEP 1. 이론 교육 프리다이빙의 정의, 호흡법, 이퀄라이징(압력평형기술), 안전 수칙을 배운다. 이퀄라이징 ┃ 프리다이버라면 반드시 익혀야 하는 요소. 귀의 고막과 달팽이관 사이의 ‘중이’가 수압에 눌려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막아주는 기술이다. ‘이퀄’이 안 되면 귀가 찢어질 듯 아프고 고막이 다칠 수 있다. 초보 다이버들이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기 힘든 이유도 숨 참기보다 ‘이퀄’이 안 돼서다. 프리다이버는 이퀄라이징 방식 중 주로 ‘발살바’와 ‘프렌젤’을 쓴다. 박태현 강사가 설명한다. “풍선을 분다고 생각한 다음 손으로 콧구멍 한쪽을 막고 ‘흥’해보세요. 배에 힘이 들어가죠? 입은 닫고 코를 막은 상태로 배에 힘이 들어가면서 고막 안쪽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이 ‘발살바’예요. ‘프렌젤’은 목젖 혹은 혀뿌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입 안의 공기를 쓰는 방식이에요.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려면 프렌젤을 배워야 해요.” STEP 2. 준비 운동과 폐 스트레칭 폐 스트레칭 ┃ 수심 약 18m(60피트)만 내려가도 폐는 원래 크기의 3분의 1로 쪼그라든다. 폐 스트레칭의 목적은 수압으로 폐가 쪼그라들 때 폐의 상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가슴을 크게 부풀리며 숨을 가득 들이마셨다가 내쉬기, 숨을 들이마신 상태에서 몸을 좌우로 뒤틀기 등의 동작으로 폐를 감싼 근육을 유연하게 한다. STEP 3. 장비 착용 수영복(래시가드)과 슈트를 입고 마스크·스노클·핀을 착용하면 준비 완료. 대부분의 잠수풀에서 슈트, 핀, 웨이트 벨트 등의 장비를 빌릴 수 있다. STEP 4. 물속에 들어가기 ① 물과 친해지기 마스크 쓰는 법, 마스크 쓴 채 입으로 숨쉬기, 물에 얼굴을 담그고 물속 바라보기, 수중에서 양옆으로 얼굴을 천천히 움직이며 마스크에 물이 들어가진 않는지 확인하기, 스노클을 입에 물고 호흡하기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물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진다. ② 프리다이빙 기초 기술 배우기 입으로 ‘투’하고 숨을 세게 내뱉으며 스노클 물 빼기, 수면에서 숨을 참는 STA(스태틱), 오리발 발차기인 피닝, 얕은 수면을 오가는 스노클링, 핀 없이 로프를 잡고 내려갔다 올라오는 프리이멀전(FIM), 입수 용법인 덕다이빙 등 기초 기술을 배운다. ③ 목표 수심까지 내려가기 프리이멀전(FIM)을 하며 이퀄라이징이 되는지 안 되는지 자가 진단한다. 숨을 참은 채 로프를 잡고 내려가는데, 이때 이퀄라이징을 계속하며 귀를 뚫는 것이 중요하다. ④ 덕다이빙 입수 덕다이빙은 머리를 하체보다 먼저 집어넣으면서 입수하는 기술이다. 오리가 잠수하는 모습과 비슷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퀄라이징이 안 된 상태에서 덕다이빙을 하면 귀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⑤ 강사 또는 버디와 물속 유영하기 드디어 물에 온몸을 맡길 시간이다. 고요함, 평화로움, 적막감, 약간의 두려움, 뭐라 불러도 좋다. 몸이 가는 대로 물속을 유영하고, 물길이 몸을 가로지르도록 허락하며 수중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만끽하자. 프리다이빙은 숨을 오래 참는 것이 목적인 운동이 아니다. 물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 내 호흡만으로 투명하리만치 푸른 세상을 마주하는 것에 진짜 목적이 있다. ⑥ 사진 찍기 남는 것은 사진뿐. 대부분의 교육 과정에 사진 촬영이 들어 있다. ‘금손’ 강사가 고프로(야외 활동에 쓰이는 액션캠) 또는 수중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준다. 프리다이빙 교육이 열린 곳은 경기도 가평군의 K-26, 사시사철 프리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실내 잠수풀이다. 풀 깊이는 26m. 아파트 10층 높이의 풀은 아시아에서 가장 깊다. 수심 10m 이하의 개방수역(해양 또는 해양에 준하는 잠수풀)을 갖춰 다이빙 좀 한다는 이들이 모일뿐더러 교육장으로도 인기다. 연중 28℃를 유지하는 물은 가평 지하수를 끌어온 것이고, 곳곳에 있는 수중 CCTV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다. ① 5m 수심의 창문 ┃ 프리다이버들에게는 ‘창문 샷’으로 통한다. 인어 지느러미 같은 롱핀을 늘어뜨린 채 창밖의 청평호를 응시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오전에는 잠수풀 천장에서 빛줄기가 들이쳐 더욱 아름답다. ② 26m 깊이의 수직 동굴 ┃ 10m 수심에 수직 동굴 입구가 있다. 동굴 입구에 걸터앉거나 로프를 잡고 동굴에 들어가는 모습이 포인트. 어두컴컴한 동굴로 향하는 다이버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탐험가를 닮았다. ③ 1층 휴게 공간의 관람 창 ┃ 창을 통해 물에 안긴 다이버와 땅에 발붙인 사람이 눈을 맞춘다. 3층 잠수풀에서 입수한 다이버가 수심 약 5m까지 내려오면 1층 관람 창에 담긴다. 프립은 ‘사람들이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도록 격려한다’는 슬로건 아래 취미 활동을 제공하는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이다. 현재 약 110만 명이 가입했다. 호스트가 액티비티·원데이 클래스·소셜 모임 같은 프로그램을 등록하면, 참여자가 비용을 내고 참여하는 방식이다. 프립에 등록된 프리다이빙 액티비티는 70여 개. 그중 박태현 호스트의 <[FISHMAN] AIDA 1 프리다이빙 자격증 코스>를 비롯해 프랭크 호스트의 <야, 너도 할 수 있어 프리다이빙!>, 아빠곰 호스트의 <즐겁고 안전한 프리다이빙 AIDA 1 과정>은 수강생 후기가 검증하는 클래스다. 프랭크 호스트의 프로그램은 가벼운 체험 다이빙과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한 교육을 아우른다. 아빠곰 호스트는 AIDA(아이다) 주최 프리다이빙 경기에서 국제심판까지 했던 잔뼈 굵은 선생님이다. 수업의 질을 위해 수강생 수를 소규모로 제한해 더욱 믿음직스럽다. 1 글 : 이수린(여행작가) 사진 : 정철훈(사진작가), 박태현(AIDA 프리다이빙 강사) ※ 위 정보는 2021년 3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mo{display:none;} @media screen and (max-width: 1023px){ .mo{display:block;} .pc{display: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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