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봄은 차밭에도 어김없이 찾아든다. 진초록 찻잎들을 뚫고 연둣빛으로 새로이 피어나는 여린 찻잎들은 유채꽃, 동백꽃, 매화, 수선화 등과 함께 따스한 봄기운을 아낌없이 전해준다. 한라산 남쪽 양지바른 중산간과 해안가에 분포한 도순다원, 한남다원, 서광다원, 서귀다원, 제주다원 등이 올 봄에 찾아가면 좋을 여행지들이다. 차밭 사이로 난 소로를 걸으며 남국의 훈풍을 온몸으로 맞이하다 보면 싱그러운 기운이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정화해준다. 차밭 여행 중에는 그곳에서 농사짓는 주민들과 다른 여행객들을 배려해 명상에 몰두하는 여행자의 자세로 산책을 즐기면 좋겠다. 도순다원(서귀포시 중산간서로 356번길 152-41)은 서광다원, 한남다원과 함께 (주)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인 (주)장원이 운영하는 차밭이다. 규모가 26만 4,400㎡에 이른다. 오설록티뮤지엄이 있는 서광다원은 늘 여행객들로 붐빈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그에 비해 도순다원은 차밭 기행을 좋아하거나 풍경사진 촬영에 관심이 많은 여행객 정도만 찾아와서 매우 한적하다. 서귀포시가지 북부 중산간도로와 제2산록도로 사이에 조용히 숨어 있어 입구를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제주 도순리 녹나무 자생지’ 안내판이 세워진 제2도순교가 도순다원 찾아가기의 포인트이다. 강정천 옆으로 난 마을길을 따라 북쪽으로 5분 정도 오르면 그곳에 차밭이 숨어 있음을 알려주는 간판 하나가 보인다. ‘(주)장원 설록다원 도순’. 동백나무와 소철나무가 뒤섞여 자라는 농로를 지나고 물이 바짝 마른 궁산천도 건너면 드디어 사진으로만 접했던 도순다원의 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차밭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1km 정도의 농로를 중심으로 산책하기 좋은 소로들이 얼기설기 나 있다. 고개를 들어 한라산을 바라보면 설문대할망이 바람결에 흰 머릿결을 날리고, 뒤로 돌아 서귀포 바다를 보면 태평양을 건너온 봄바람이 마지막 힘을 다해 물결을 튕긴다. 이곳 지형도 풍수에서 말하는 배산임수일까? 한반도 그 어느 곳보다 봄이 먼저 찾아오는 제주도이니 찻잎 수확 소식도 이곳 도순다원에서 가장 빠르게 들려온다. 제주도 처녀총각들은 저마다 가슴에 봄바람이 들어 싱숭생숭해지면 ‘육지 것’들이 줄기차게 모여드는 유명 관광지 대신 이런 차밭을 찾아와 사랑의 밀어를 나눈다. 붉게 핀 동백꽃도 봄 햇살에 반짝이며 청춘을 예찬한다. 차밭 중간에 돌담을 두르고 누운 무덤조차 봄볕에 고단한 몸을 맡긴 채 어른어른 아지랑이를 솔솔 피워낸다. 도순다원은 입장료가 없다. 서귀포시 돈내코관광지를 가운데 놓고 봤을 때 서쪽에 도순다원이 있다면 동쪽에는 한남다원(서귀포시 서성로652번길 209)이 자리하고 있다. 제2산록도로 한남교차로와 제주감귤복합처리가공공장에서 가깝다. 다원 입구가 숲길 속에 숨어 있지 않고 아스팔트 대로변에 닿아 있어 도순다원보다는 찾기가 쉽다. 규모는 46만 2,800㎡ 정도로 도순다원보다는 크고 서광다원보다는 작다. 여기서도 당연히 제주의 차밭답게 한라산과 서귀포 바다가 골고루 시야에 들어온다. 도순다원보다는 평지형에 속하는 차밭이다. 한남다원은 차밭 고랑이 한라산 정상과 서귀포 푸른 바다를 향해서 기운차게 뻗어나간다. 반짝이는 잎사귀가 어찌 보면 초록빛 갑옷으로 무장한 용의 비늘 같기도 하다. 두모악과 이어도의 신령스런 기운이 전신을 가득 채운다. 답답한 대지를 뚫고 공중으로 솟구치려는 찻잎의 생명력이 말초신경까지 강렬하게 자극한다. 산책의 즐거움은 그저 덤이라는 느낌이다. 긴긴 차밭 고랑 옆으로는 전신주 사이사이에 세워진 방상팬이 제주의 봄바람을 타고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선풍기 날개처럼 생긴 방상팬은 차나무 여린 새순이 서리 등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설치한 인공시설이다. 농원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야간에 지표면의 공기가 섭씨 0도일지라도 지상 6~10m에는 섭씨 3~6도의 공기층이 있어요. 온도가 내려가는 날이면 방상팬을 틀어서 상층부의 따뜻한 공기를 차나무에 보냅니다. 그렇게 해서 새순을 보호하지요.”라고 말한다. ‘차(茶)’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사람과 가까운 풀과 나무’라는 뜻이다. 차나무를 가꾸는 그들로서는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울 수밖에 없다. 한남다원의 너른 차밭을 여기저기 걷다 보면 따끈한 차 한잔이 마냥 그리워진다. 그럴 때를 대비해 차밭을 찾아가기 전에 미리 텀블러에 녹차를 채워가는 것도 현명한 여행법이다. 이곳도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한적한 분위기보다 산책, 쇼핑,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차밭을 가고 싶다면 서광다원(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로 446)을 추천한다. 서광다원은 한 기업인의 숭고한 꿈이 담긴 곳이다. (주)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고 서성환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추사 김정희와 초의선사 등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차문화가 소멸해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서 회장은 제주도가 차나무 재배에 적합한 곳임을 밝혀냈고, 황무지 79만 3,000㎡를 차밭으로 일궈냈다. 차문화의 부흥을 위해 조성한 다원이 제주도 최고의 경관농업 명소 중 하나로 부상했으니 탁월한 선견지명이 아닐 수 없다. 서광다원은 규모도 크거니와 한라산, 크고 작은 오름들, 지평선, 외로운 한 그루 나무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드라마와 영화, CF 등의 배경지로 곧잘 등장한다. 차밭 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면 누구나 드라마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 꽤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입장 무료. 서광다원에서는 오설록티뮤지엄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차문화실’로 들어가보자. 차의 역사,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의 다구들을 통해 선조들의 차문화를 보여준다. ‘세계의 찻잔실’은 일본, 중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찻잔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공간이다. ‘브랜드 스토리’는 기업의 상품을 홍보하기 이전에 제주녹차의 우수성, 차를 재배하기에 좋은 토양과 기후 등을 설명한다. 덖음차 공간에서는 전문가가 즉석에서 차를 덖는 과정을 시연한다. 티하우스에서는 신선한 녹차, 차를 이용한 아이스크림과 베이커리 제품 등을 맛볼 수 있다. 야외 테라스에서는 살랑거리는 봄바람 속에 차의 향기를 느끼기에 좋다. 티뮤지엄에서 제주의 자연 숲을 연상케 하는 산책로를 지나면 오설록 티스톤이 격조 높은 모습을 드러낸다. 사전 예약을 한다면 이곳에서 차문화 체험이 가능하다. 개인이 운영하는 자그마한 다원으로는 서귀다원(서귀포시 516로 717)이 가볼 만하다. 돈내코관광지와 가까운 이곳은 6만 6,000㎡ 규모이다. 삼나무 가로수길, 잎이 무성한 동백나무, 현무암 조각, 차밭이 어우러져 제주 차밭의 원초적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곳은 30년 넘게 감귤농원으로 운영되었으나 허상종, 안행자 부부가 단순한 농사가 아닌, ‘차의 세상’에서 자연의 맛과 향에 취해 살고 싶어 딸 허선영 씨와 함께 2005년 차밭으로 탈바꿈시켰다. 주인 내외가 다원에 머물 때는 녹차 시음이 가능하다. 입장 무료. 한편 제주다원(서귀포시 산록남로 1258)에서 운영하는 녹차테마파크(일명 녹차미로공원)도 제주 차밭 기행에서 빠지면 섭섭하다. 제2산록도로변 레이크힐스골프장 인근에 자리한 제주다원은 녹차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독특하다. 테마파크에는 올레길 코스(30분 소요), 사잇길 코스(1시간 소요), 둘레길 코스(1시간 30분 소요) 등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미로 같은 차밭에 들어가면 출구까지 나가는데 제법 고생을 한다. 해발 500m에 세워진 녹차밭 전망대는 서귀포 앞바다 문섬과 범섬, 마라도와 가파도, 단산과 산방산 등이 그려내는 장쾌한 풍경화를 감상하기에 최적지이다. 녹차 시음을 포함한 입장료는 어른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차시음장에서는 녹차아이스크림과 와플 등도 판매한다. 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 064-760-2651 www.jejutour.go.kr 서광다원 오설록티뮤지엄 : 064-794-5312 www.osulloc.com 서귀다원 : 064-733-0632 www.sgdawon.com 제주다원 : 064-738-4433 www.jejugreentea.co.kr 1. 주변 음식점 대유랜드 : 꿩샤부샤부 / 서귀포시 상예로 381 / 064-738-0500 http://www.daeyooland.net/asp/sub4_01.asp 중문신라원 : 말고기, 흑돼지 / 서귀포시 천제연로 107 / 064-739-7920 http://www.jejushinlawon.com/ 가산토방 : 흑돼지 / 서귀포시 인정오름로86번길 3 / 064-732-2095 http://www.kasantobang.com/ 2.숙소 제주신라호텔 : 서귀포시 중문관광로72번길 75 / 064-735-5114 http://www.shilla.net/jeju/index.do 롯데호텔 제주 : 서귀포시 중문관광로72번길 35 / 064-731-1000 http://www.lottehoteljeju.com/kr/ 베니키아제주크리스탈호텔 : 서귀포시 중정로 16 / 064-732-8311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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