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람 살랑 부는 한강 나루터에 맛집 골목들이 더위 사냥에 나섰다. 여주 이포나루의 천서리 막국수촌과 조포나루의 신륵사 매운탕집이 그 주인공이다. 한 골목은 시원한 막국수로, 또 다른 곳은 얼큰한 매운탕으로 여름 더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막국수는 본래 동해, 봉평, 홍천 등 강원도가 대세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여주의 막국수촌 한 곳이 단연 눈길을 끈다. 바로 여주 대신면 천서리 이포나루 앞의 막국수촌이다. 세월을 거슬러 오르면 천서리 일대는 사실 주막거리로 알려진 곳이었다. 천서리 앞 남한강 자락은 한강의 4대 나루터 중 하나인 이포나루가 있었고, 천서리 마을은 포구를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 역할을 했다. 한여름 뱃사공들의 땀을 식혀주던 주막거리는 막걸리 대신 요즘은 시원한 막국수로 외지인들의 더운 가슴을 풀어주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막국수를 시작한 식당으로 알려진 곳은 '강계봉진막국수'집이다. 70년대 후반부터 막국수를 팔며 고집스런 맛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천서리 일대에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이 식당 외에 막걸리 직매장이 달랑 하나 있었을 뿐이었다. 버스도 잘 다니지 않아 하루 서너 차례 완행버스가 오가던 외진 땅이었다. 막국수 맛은 꿩 사냥 오던 사람들에게 처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강계가 고향이었던 할아버지는 대나무 통에 메밀 반죽을 넣고 구멍으로 국수 가락을 뽑아내 막 푼 김칫국물에 훌훌 말아 먹던 옛 맛을 재현했다. 할아버지가 전통을 이어온 동치미막국수와 할머니가 장맛으로 엮어낸 비빔막국수는 이제 대를 이어 이곳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주인장은 막국수는 메밀만큼이나 '장맛'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장맛 때문에 막국수집마다 맛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90년대 초 이포대교가 놓이고 자가용 나들이객이 늘면서 천서리 일대에 막국수촌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20여 개에 달했던 막국수집은 최근에는 10여 곳이 남아 여름 미식가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막국수촌에는 강계봉진막국수 외에도 '천서리막국수' '홍원막국수' 등이 손님들의 발길이 분주한 곳이다. 대를 이어 막국수집을 이어왔다고 간판으로 내건 곳도 있고, 짧은 연륜 대신 맛을 자신하는 후발주자도 있다. 이곳 식당들은 대부분 메밀만큼은 순 우리 메밀을 쓰고 국수에는 밀가루를 섞지 않는다. 반죽한 메밀을 면으로 뽑고 찬물에 식혀낸 후 동치미 국물과 함께 내놓는 데는 채 1분이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나온 막국수는 빠른 시간 안에 젓가락을 대야 한다. 찰기가 있으면서도 순한 면발, 은은한 메밀 향과 매운 장맛이 어우러지는 게 이곳 막국수의 특징 중 하나다. 이포나루에서 한강을 거슬러 조포나루에 이르면 신륵사가 자리 잡았다. 한강과 신륵사로 이어지는 산책로 중간쯤 남한강을 바라보고 '얼큰한' 매운탕 거리가 조성돼 있다. 매운탕 골목에는 매운탕집이 열 곳 정도 된다. 예전에는 도예점이 들어선 주차장 쪽에 흩어져 있었지만, 88년 올림픽을 치르면서 모두 한강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중 명성회관, 용궁식당 등 서너 곳이 20년 넘는 맛을 이어오고 있는 베테랑 식당들이다. 매운탕 거리의 사연을 더듬어 올라가면 더욱 구수한 향기가 묻어난다. 매운탕 골목 앞이 예전에는 조포나루였다. 조포나루는 한강의 4대 나루 중 한 곳으로 한양과 충주를 오가는 돛배들의 중간 기착지였다. 조포나루 일대 남한강은 기암절벽, 모래벌에 물 흐름이 아름다워 '여강'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사람들이 드나드는 길목에 풍광 좋고 물이 깊어 어종도 풍부하니 맛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던 셈이다. 매운탕집들은 초창기에는 매운탕이 아닌 '생선국'을 팔았다. 간판도 '생선국집'이었다. 비린내를 없애려고 찌개 형태로 하다 보니 매운탕집으로 자리를 굳히게 된 셈이다.
인근 남한강 일대는 쏘가리, 빠가사리, 장어, 메기, 누치, 피라미, 잉어 등 민물고기들의 세상이다. 그 민물고기들이 고스란히 식탁 위에 오른다. 예전에는 잉어, 붕어 등으로 탕을 끓였는데 요즘은 빠가사리, 쏘가리 등이 대세다. 오래된 이곳 식당들은 대부분 남한강에서 난 자연산 민물고기만 고집한다. 바로 잡은 생선을 곧바로 매운탕으로 요리하는 게 맛 좋고 진한 매운탕의 비결이다. 이곳 매운탕은 싱싱한 생선에 식당들만의 독특한 노하우가 더해져 입맛을 돋운다. 민물생선 요리는 비린내를 없애는 게 최고 관건이다. 명성회관 등에서는 태양초 고추를 사다가 말린 후 직접 빻아서 양념장으로 숙성시킨 뒤 쓴다. 여기에 쑥갓, 미나리 등 다양한 채소와 수제비를 넣는다. 매운탕은 센 불에 25~30분 정도 끓여서 내오는데 생선 맛을 우려낸다고 오래 끓이는 것은 오히려 생선살의 싱싱함을 반감시킨다. 매운탕을 먹을 때는 볼살을 놓쳐서는 곤란하다. 제일 맛있는 부위가 바로 머리에 몇 점 붙어 있는 볼살로 미식가들이 먼저 젓가락을 대는 곳이다.
매운탕 거리 주변 풍광은 입맛을 저절로 돋운다. 강 건너편 언덕에는 영월루가 서 있고, 신륵사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해질녘 신륵사 범종 소리를 들으며 남한강의 아득한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몸과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 고속도로 이용 시 : 영동고속도로 여주IC → 여주읍내 → 37번 국도 양평, 대신 방향 → 천서사거리 - 국도 이용 시 : 팔당대교 → 6번 국도 → 양평읍내 → 37번 국도 여주 방향 → 천서사거리 * 신륵사 매운탕 골목은 여주IC에서 여주군청 방면으로 향하다 여주대교를 건너면 우측에 있다.
* 대중교통
서울→여주 : 서울고속버스터미널(1688-4700)에서 여주행 고속버스 30분 간격으로 운행(06:30-22:00). 약 1시간 10분 소요. 여주터미널 옆 여주읍사무소에서 1번 버스를 타면 천서리 막국수촌까지 1시간 소요. 신륵사까지는 터미널에서 59-16, 56-9번 버스를 이용한다.
2.맛집
강계봉진막국수 : 대신면 천서리 / 막국수 / 031-882-8300 홍원막국수 : 대신면 천서리 / 막국수 / 031-882-8259 명성회관 : 여주읍 천송리 / 매운탕 / 031-885-3234 용궁회관 : 여주읍 천송리 / 매운탕 / 031-885-3130
3.숙소
남강호텔 : 여주읍 천송리 / 031-886-0132 드라마호텔 : 여주읍 상리 / 031-885-1171 일성콘도 여주남한강점 : 여주읍 천송리 / 031-883-1199
- 글, 사진 : 서영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조회수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창작된 은(는) 공공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 피사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 일반 정서에 반하는 용도의 사용 및 기업 CI,BI로의 이용을 금지하며, 상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제3자간 분쟁에 대해서 한국관광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