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 언제 먹어도 맛있는 국수. 특히 여름이 뜨거운 대구 사람들의 국수사랑은 대단하다. 그들이 즐겨 먹는 국수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한국 사람들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오죽하면 만나서 하는 인사가 “밥 먹었니?”, “식사하셨어요?”일까. 그런데 밥 대신 한 끼 식사로 허용되는 음식이 바로 국수다. 떡볶이나 빵 등은 간식거리로 취급되지만 국수만큼은 밥 대용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심지어 기다란 면발 때문에 무병장수나 백년가약 등 좋은 의미까지 곁들여 뜻 깊은 자리에서 나눠 먹기도 한다. 입맛 없는 여름이면 밥보다 사랑받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덥기로 소문난 대구는 전국에서 국수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수의 본고장이다. 분지에 자리한 대구는 매우 덥고 습기가 적어 국수 생산에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갖췄다. 제분․제면 기계도 가장 먼저 도입했다. 풍국면, 별표국수, 곰표국수, 소표국수 등 국내 대표 국수회사들이 대구 지역에 자리를 잡으면서 전국 국수생산량의 절반을 넘기도 했다. 자연건조 방식에서 탈피한 국수공장들이 차츰 대구를 떠났지만, 73년의 역사를 지닌 풍국면은 여전히 대구가 국수 지존임을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지역마다 특색 있는 국수들이 있다. 제주의 고기국수를 비롯해 전남의 팥칼국수, 부산의 밀면, 정선의 콧등치기국수, 의령의 메밀국수, 창녕의 수구레국수 등등 저마다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국수의 본고장 대구의 국수는 ‘누른국수’다. 대구10미에 속하는 누른국수는 경상도식 칼국수의 애칭이다. 밀가루에 콩가루를 아주 조금 섞어서 반죽한 뒤 얇게 밀어 가늘게 채 썬다. 멸치에 다시마, 양파, 무, 대파 등을 넣어 우려낸 시원한 국물에 애호박과 여린 배추를 넣어 끓인 다음 김가루나 지단 등을 고명으로 올린다. 시원하고 담백한 맛에 영양까지 보탰으니 훌륭한 한 끼가 완성된다. 서문시장 국수골목에 가면 대구 사람들의 국수사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300여 개의 국수가게가 빽빽하게 늘어선 골목이 누른국수를 먹으려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대구에는 유명한 누른국수집이 많다. 그중에서도 원조동곡할매손칼국수(053-582-0278)는 대구를 대표하는 국수 종가다. 달성군 하빈면 동곡리에 있는 할매손칼국수는 대구 도심에서 40분 이상을 달려야 도착하는 외진 곳이다. 국수 한 그릇 먹으러 가기에는 제법 먼 길이지만 사람들은 점심시간마다 그곳으로 달려간다. 1950년대 초 동곡시장 안에서 국숫집을 시작한 이후 60여 년 동안 4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오일장도 사라지고 골목도 넓어졌지만 국수 맛은 변함없다. 식당 마당으로 들어서면 아궁이에 이글이글 장작불이 타고 있는 커다란 솥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그 옛날 할머니가 끓여내던 방식 그대로 국수를 삶아내고 있다. 식당 안에는 2평 남짓 되는 작은 공간이 숨어 있다. 고개를 숙여야만 겨우 들어설 방안에는 시계며 선풍기며 전등 할 것 없이 뽀얀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있다. 그 방이 바로 누른국수가 탄생하는 공간이다. 이분학 할머니와 딸 강신조 씨가 그 방에서 국수를 밀었고, 이제는 아들 김권도 씨와 손자 김동형 씨가 국수를 밀고 있다. 국수 써는 도마가 2년을 못 버티고 납작해져버릴 만큼 많은 국수가 그곳에서 만들어졌다. 이 집 국수는 수수한 맛이 자랑이다. 시골 외할머니가 끓여주시는 그 국수 맛. 새벽부터 반죽하고 밀고 썰어 숙성시켜서 끓여내는 국수지만 먹을 때는 눈 깜짝할 새에 한 그릇 뚝딱이다. 대구에는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 중에 국숫집이 유난히 많다. 식사시간을 피해서 가지 않으면 줄서기는 기본이다. 줄 서는 국숫집들의 면모를 살펴보자. 중동에 있는 지산골가마솥국밥집(053-765-4001)은 육국수가 맛있는 집이다. 육개장에 국수를 말아내는 육국수는 구수하고 얼큰한 맛이 일품이다. 소고기를 뭉텅뭉텅 썰어 넣어 칼칼하게 끓여낸 육개장에 부드럽고 담백한 소면이 어우러진 육국수는 대구 사람들이 쉬쉬하며 먹는 별미다. 지산골가마솥국밥집 외에도 온천골과 진골목식당의 육국수 맛도 소문이 자자하다. 북구청 건너 국수마을(053-355-4724)은 벌써 40년째 잔치국수만을 팔아온 집이다. 양은그릇에 가득 담겨 나오는 이 집 국수는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고 맛도 좋아 단골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시원한 멸치국물에 치자물 들인 노오란 소면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양이 많은 줄도 모르고 먹다가 부른 배를 안고 식당을 나서게 된다. 봉무할매묵집(053-981-9497)의 묵국수도 인기 만점이다. 이 집만의 맛의 비결은 도토리를 직접 갈고 면도 직접 뽑는다는 것. 도토리가루를 사다 쓰는 집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선 그릇 크기부터가 남다르다. 푸짐한 양에 고소한 묵맛과 시원한 국물맛이 찰떡궁합이다. 묵국수는 국수요리 중 칼로리가 가장 적어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최고다. 봉무공원 앞에 자리해서 식사 후에 공원 안의 단산지를 한 바퀴 도는 가벼운 산책을 할 수 있어 금상첨화다. 칠성동할매콩국수(053-422-8101)는 국수 좋아하는 대구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어느덧 40년 넘는 세월을 콩국수만 팔아왔다. 고소한 콩맛이 그대로 살아 있어 국물이 끝내준다. 굵지도 가늘지도 않은 면발이 콩국을 적당히 입안에 가져다주어 콩국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콩맛을 방해하는 김치는 없다. 그 대신 매운 청양고추와 맵지 않은 풋고추가 나온다. 곱빼기와 보통의 가격이 같으니 콩국수를 좋아한다면 자신 있게 곱빼기를 외쳐보자. 전통 국수는 아니지만 대구 국수사랑의 새로운 맥을 이어가는 이색 레스토랑이 있다. 바로 미즈컨테이너(053-428-4484). 1997년에 시작해 2010년에는 서울 강남에 매장을 열 만큼 인기 있는 집이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샐러드와 스파게티를 함께 먹을 수 있는 퓨전 국수요리 샐러드스파게티다. 커다란 볼에 특제 소스를 뿌린 스파게티를 담고 치커리, 상추 등 채소를 푸짐하게 올려 낸다. 새콤달콤한 소스와 신선한 채소가 탱글탱글하고 시원한 면과 멋지게 어우러진다. 맨 처음 대구대학교 학생회관 1층에 문을 열었던 미즈컨테이너는 샐러드스파게티를 먹으려고 몰려드는 학생들 덕분에 대구 동성로로 진출하게 됐다. 이후 서울 강남까지 진출해 영업시간 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제는 유행처럼 번져 다른 곳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대구에서 온 진짜를 맛보기 위해 긴 줄도 마다치 않는다. 대구의 힘! 더위도 이겨낸 지독한 국수사랑이 아닐까. 1.주변 음식점 원조동곡할매손국수 : 누른국수 / 달성군 달구벌대로55길 97-5 / 053-582-0278 지산골가마솥국밥 : 육국수 / 수성구 수성로 232 / 053-765-4001 국수마을 : 잔치국수 / 북구 원대로19길 16 / 053-355-4724 봉무할매묵집 : 묵국수 / 동구 단산길 9-3 / 053-981-9497 칠성동할매콩국수 : 콩국수 / 북구 중앙대로 614-9 / 053-422-8101 http://www.beannoodle.net/ 미즈컨테이너 : 샐러드스파게티 / 중구 동성로3길 58-14 / 053-428-4484 2.숙소 히로텔 : 중구 국채보상로 657-12 / 053-421-8988 http://www.herotel.net/ 뉴그랜드호텔 : 북구 칠성남로38길 46 / 053-424-4114 크리스탈관광호텔 : 달서구 달구벌대로 1910 / 053-655-7799 http://www.crystalhotel.co.kr/ 엘디스리젠트호텔 : 중구 달구벌대로 2033 / 053-253-7711 http://www.eldishotel.com/html/main.asp 유니온관광호텔 : 중구 태평로 117 / 053-252-2221 글, 사진 : 유은영(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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