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강화도 마니산의 줄기가 동쪽으로 뻗으며 세 봉우리가 솟아 마치 다리 셋 달린 솥을 엎어놓은 형상이라는 정족산. 이 정족산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삼랑성 안에 전등사가 있다. 삼랑성은 일명 정족산성이라고도 하는데 단군이 세 아들에게 성을 쌓게 하고 이름을 삼랑성이라고 했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남아 있다. 전등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고구려 381년인 소수림왕 11년에 아도화상이 창건되었다. 고려왕조 때 수축하였다가 17세기 초 광해군 때 화재로 소실된 것을 다시 지었고 일제강점기 때 중수된 적이 있다. 창건 당시에는 이름이 진종사였으나 후에 전등사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 전등사로 들어가는 입구는 남문과 동문 두 곳이 있다. 원래는 동서남북 네 곳에 문이 있었으나 지금은 남문과 동문만 사용하고 있다. 어느 곳으로 들어가도 결국 통하지만 전등사의 가람배치도 살펴볼 계획이라면 남문을 추천한다. 성의 문루인 종해루가 남문에만 있어서다. 문루는 아래 문을 만들고 그 위에 루라고 하는 일종의 초소를 지은 건물이다. 종해루는 삼랑성의 문루이면서 전등사의 일주문이다. 보통 사찰에 들어가려면 일주문과 천왕문, 해탈문을 지나야 하는데 전등사는 성 안에 위치한 탓에 일주문도 천왕문도 없다. 전등사 남문 매표소 근처에는 언뜻 보기에도 수령이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 표를 끊고 종해루를 지나 대조루로 가는 길에는 커다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500년이 넘은 보호수들로 노승나무, 동승나무로 불리는데 암컷과 수컷 나무이다. 은행나무는 암컷과 수컷이 마주보고 있어야 열매를 맺는데 이 은행나무는 꽃은 피어도 열매가 맺지 않는다고 한다. 철종 임금 때의 일이다. 조정에서 전등사에 은행 스무 가마를 바치라고 요구했다. 기껏해야 열 가마 정도가 열리는 나무인데 횡포가 이만저만 심한 게 아니었다. 이 명을 들은 동승이 노스님에게 고했다. 노스님은 고민 끝에 도력이 높다고 소문 난 백련사 추송 스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추송 스님은 3일 기도를 시작했고 소문을 들은 사람들과 관리들이 몰려들었다. 마침내 기도가 끝나자 추송 스님은 느닷없이 이제 두 그루의 나무에서는 은행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먹구름이 전등사를 뒤덮고 비가 내렸다. 사람들이 놀라 엎드려 있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는 추송 스님과 노스님, 동자가 모두 보이지 않았다. 그때부터 전등사 은행나무는 은행이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열매가 열리지 않는지 궁금했으나 사실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은행나무를 뒤로 하고 걸어가면 기둥 둘레가 사람보다 두꺼운 나무들이 늘어선 계단이 나오고 그 위로 전등사라는 편액이 걸린 문루인 대조루가 보인다. 대조루는 동문과 남문에서 이어지는 길이 만나는 지점으로 전등사의 불이문이기도 하다. 대조루를 통과하면 전등사의 중심으로 들어서게 된다. 지금 대조루는 1932년에 중건한 것으로 정면이 5칸, 측면이 2칸인 옆으로 긴 건물이다. 계단을 오르면 대조루의 문을 통해 대웅전을 올려다볼 수 있게 설계되었다. 전등사에는 두 개의 종이 있는데 실제 예불에 쓰는 종이 있고 종각에 보관된 종이 있다. 종각에 있는 범종은 보물 중국 송나라 때 만들어진 무쇠종으로 우리나라의 종과는 형태가 판이하다. 일제강점기 금속류 수탈 과정에서 건너온 것으로 전한다. 종의 몸체에 제작시기와 장소가 새겨져 있다. 전등사는 1,700년을 넘게 자리를 지킨 역사를 가지고 있어 귀중한 문화재들도 많이 있다. 먼저 중심 건물인 대웅보전이 있는데 규모는 작지만 단정한 결구로 조선 중기 건축물 중 으뜸으로 꼽힌다. 대조루에서 바라보면 막돌로 쌓은 석축기단 위에 대웅전이 있는데 기단의 높이를 더 높여서 대웅전을 보려면 15도 이상의 각도로 올려다봐야 한다. 대웅전의 특징 중 하나는 네 모서리 기둥을 더 굵고 높게 처리해 처마가 위로 들리게 건축한 것이다. 처마의 곡선을 따라 시선이 올라가게 만든 건축적 재미가 있는 건물이다. 전등사의 대웅보전을 널리 알린 것은 네 모서리의 처마를 떠받치고 있는 나부상이다. 여기에는 전해오는 전설이 있다. 대웅보전을 지을 때 일이다. 우두머리 목수인 도편수가 주막의 여인과 사랑에 빠졌고 불사가 끝나면 결혼을 하기로 약속했다. 한데 건물이 완성되어 갈 즈음 주모가 도편수의 돈을 들고 사라졌다. 배신을 당한 도편수는 여인이 평생 건물을 떠받들고 지내라는 의미로 나부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네 모서리에 있는 나부상들의 모습이 같지 않은 것도 재미있는 요소이니 눈여겨보자. 대웅보전 안의 삼존불인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도 보물로 지정된 불상이다. 목조 조각 중에서는 솜씨도 좋고 보존 상태도 좋다. 상호와 균형감, 옷주름 등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대웅보전 왼쪽으로 약사전과 명부전이 있다. 사찰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다면 어떤 전각이 어느 부처님을 모시는지만 알아도 사찰의 구조를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저승과 명계를 관리하는 지장보살을 모시는 명부전에는 목조지장보살삼존상과 시왕상이 있다. 조선 인조 14년에 조성되어 채색했다고 하는데 그 모습과 표정이 아름다우며 색깔이 화사해서 문외한이 봐도 보물임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같이 있는 동자들의 모습과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어느새 따라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건물은 정면 3칸에 측면 2칸으로 다른 건물에 비해 한 칸의 크기가 커서 내부가 넓은 편이다. 명부전 옆의 약사전은 약사여래불을 모시는 곳으로 건물 크기에 비해 지붕이 유독 크다. 기록이 없어 알 수 없지만 대웅보전과 닮은 모습이라 비슷한 시기에 건축됐다고 추측한다. 특이한 점은 사찰의 중심 전각인 대웅전보다 약사전이 한 단 위에 조성된 것이다. 산이라는 지형도 영향을 줬지만 강화도 지역에서 약사 신앙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약사여래좌상은 개금을 해서 금동불처럼 보이지만 원래 석불이다. 대웅보전과 함께 건물 자체가 보물로 지정됐다. 전등사의 불상은 전반적으로 온화하고 부드러운 표정이 굉장히 인상 깊다. 명부전 왼쪽의 오르막길을 오르면 정족산 사고가 있다. 사고는 나라의 중요한 기록을 보존하는 곳으로 조선왕조실록이나 의궤 같은 것을 보관한다. 전란으로 사고에 불이 나면 이런 중요한 문서가 소실될 가능성이 크다. 임진왜란 때 전주의 사고를 제외하고 춘추관과 청주, 성주 사고가 불탔다. 그 뒤로 전주 사고의 기록을 복각하여 마니산, 오대산, 묘산, 적상산에 사고를 마련했다. 한데 이번엔 병자호란으로 북쪽에서 침입이 일어났고 마니산의 사고를 정족산으로 옮긴 것이 정족산 사고이다. 이곳에 보관됐던 기록물 중에 의궤는 약탈당했지만 조선왕조실록은 그대로 살아남아 조선왕조를 기록한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동문에는 전등사가 호국불교의 진원지임을 증명하는 양헌수승전비가 있다. 전략적 요충지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수많은 전란을 겪어야 했던 강화도와 전등사. 양헌수승전비는 병인양요 때 전등사에 쳐들어온 프랑스군을 물리치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양헌수 장군의 공적을 기념하기 위해 고종 10년인 1873년에 건립한 것이다. 전등사에서는 직접 만든 순무김치와 장아찌, 각종 장류를 판매한다. 순무는 강화도 특산물로 단단하지만 김치를 담그면 부드러워지고 맛이 달며 시원하다. 무인판매로 돈 통에 돈을 넣고 원하는 상품을 꺼내 가면 된다. 한 통에 1만 원씩이다. 전등사 경내에는 전등사의 풍경과 어우러진 근사한 전통찻집이 하나 있다. 대조루 근처의 죽림다원으로 찻집 마당에는 아담한 연못 주위로 야외 탁자가 놓여 있다. 솔바람이라는 이름의 솔잎차와 모과차 등 다양한 전통차와 간단한 다과를 판매한다. 전등사를 둘러보기 전이나 후 아무 때나 들러도 좋을 차향이 가득한 공간이다. 인천 전등사 - 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전등사로 37-41 - 문의: 대표번호 032-937-0125 / 템플스테이 사무국 032-937-0152 - 홈페이지: http://www.jeondeungsa.org - 이용시간: 없음 하절기 08:00~18:30 동절기 08:30~18:00 - 휴무일: 없음 - 이용요금: 어른 4,000원 / 청소년 3,000원 / 어린이 1,500원 - 주차비: 대형 4,000원 / 소형 2,000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로 보호수인 은행나무를 비롯해 소나무, 느티나무 등 자연림을 형성하는 생태 숲이기도 하다. 사찰 주변에 울창한 자연림이 형성되어 있어 수목원 산책이 부럽지 않고 자연과 어우러진 산사의 경치, 부드러운 차향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서울에서 1시간 남짓 거리에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글: 김지영 여행작가 사진: 김지영 사진작가 ※위 정보는 2022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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