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는 큰 도시는 아니지만 다채로운 문화관광 자원을 갖춘 매력적인 여행지다. 무량수전을 비롯한 국보 5점과 보물 6점 등 귀한 문화재를 보유한 부석사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비로봉(1,439m)을 주봉으로 하는 소백산, 경북 3대 물돌이 마을로 유명한 무섬마을 등 명소가 가득하다. 또 풍기인삼과 영주사과를 활용한 체험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하다. 영주고구마빵, 순흥기지떡, 정도너츠 같은 인기 간식도 입맛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중소도시 여행지들이 취약한 부분인 편안하고 특별한 숙소까지 갖췄으니, 이만하면 백점 만점에 백점짜리 여행지다.
글 김수진 , 사진 한은희, 민혜경 영주 여행을 알차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숙소는 선비촌이다. 소수서원과 바로 인접한 선비촌은 조선시대 전통 가옥을 복원하고 생활상을 재현해 당대의 전통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꾸민 일종의 테마파크 혹은 민속마을이라 할 수 있다. 영주 일대의 고택을 본래 모습으로 재현해 옛 정취가 그대로 살아난다. 유교문화 발상지인 소수서원과 연계해 선비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각 고택도 수신제가(修身齊家), 입신양명(立身揚名), 거무구안(居無求安), 우도불우빈(憂道不憂貧) 등의 정신에 따라 구분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하지 않았던가? 각 구역에 담긴 뜻과 고택들의 역사를 알고 선비촌을 돌아보면 남다른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매표소를 지나 다리를 건너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고택은 중류층 선비의 생활상을 느껴볼 수 있는 김상진 가옥이다. 그 옆으로는 고종 16년 의금부도사를 지낸 해우당 김낙풍이 건립한 해우당 고택이 위치한다. 선비들이 학문에 매진했던 강학당까지 포함해서 ‘자신을 수양하고 집안을 올바르게 가꾼다’는 뜻을 가진 수신제가 구역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이름을 드높인다’는 뜻을 가진 입신양명 구역에는 중앙 정계에 진출한 영주 선비들의 자취를 담은 고택들이 들어서 있다. 선비촌의 중심이 되는 두암고택과 인동 장씨 종가가 이에 해당된다. 조선시대 학자로 영월군수, 해미현감 등을 지낸 두암 김우익의 두암고택과 한성참군, 사헌부 감찰, 함길도 평사 등을 지낸 장말손의 종가인 인동 장씨 종가는 선비촌에서 규모가 가장 큰 가옥이다. 선비의 굳은 기개와 지조를 나타내는 거무구안 구역에는 선비들이 휴식을 취하던 공간인 정사와 반남 박씨 판관공파의 종가이자 무섬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인 만죽재를 비롯해, 뒤늦게 사육신에 현창된 김문기의 가옥이 자리한다. 마지막으로 우도불우빈 구역에서는 ‘가난함 속에서도 바른 삶을 중히 여긴다’는 뜻에 어울리는 소박한 가옥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장휘덕 가옥, 김뢰진 가옥, 김세기 가옥, 두암고택 가람집, 김구영 가옥이 있다.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 이 집 저 집 드나들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명 고택들을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 더욱 좋다. 구경하는 재미에 그치지 않고 하룻밤 머물며 실제로 생활해볼 수 있으니 더더욱 좋다. 관람시간이 종료되어 여행객들이 떠난 선비촌은 더욱 신비롭다. 마감시간 전까지는 모두의 선비촌이었다면, 이제는 나만의 선비촌이 된다. 고요해진 선비촌에서 진짜 선비 노릇하며 지내볼 기회다. 느긋하게 동네 마실도 다녀보고, 불빛 없이 깜깜한 밤하늘의 별도 헤아려본다. 겨울이면 뜨끈한 아랫목에 누워 몸을 지지고, 여름이면 대청마루에서 시원한 바람을 느껴볼 수 있다. 방안에는 TV나 전자제품이 없다. 그래서 동행한 가족, 친구들과 더 오붓해지고 자연의 소리에 더 귀기울이게 된다. 윷놀이, 바둑, 장기 등 민속놀이 도구를 빌려 또 다른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어두운 밤에는 청사초롱을 빌려 들고 산책에 나설 수도 있다. 화장실과 샤워장이 본채와 떨어져 있어 들락거려야 하지만, 이런 불편함 역시 한옥 체험의 재미로 받아들이자. 선비촌에서 한옥 숙박 체험이 가능한 곳은 해우당 고택, 인동 장씨 종택, 만죽재, 두암고택, 김상진 가옥, 김문기 가옥이다. 해우당, 안동 장씨 고택, 김상진 가옥은 반가음식으로 차린 조식과 함께 밤참과 영주 특산품을 제공한다. 원하는 가옥을 선택해서 예약할 수 있으므로 그 집이 가진 뜻과 내력을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면 된다. 각 가옥이 의미와 스토리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그 뜻을 이해한다면 더욱 의미 있는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선비촌에서는 고택들을 돌아보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식사와 휴식이 가능한 옛 모습 그대로의 저잣거리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이용 가능하다. 서당 체험, 전통 예절, 다도 예절 같은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한지공예, 천연염색, 짚풀공예, 목공예, 민속놀이 체험 등이 진행된다. 특히 소달구지를 타고 선비촌을 도는 체험은 선비촌의 풍경과 잘 어우러진다. 선비촌은 이렇게 다양한 체험과 한옥 숙박의 묘미를 잘 조화시켜 2012년 체험형 숙박 부문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됐다. 선비촌 내부만으로도 볼거리가 풍성하지만, 바로 인근에 소수서원과 소수박물관이 자리한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조선 중종 때 풍기군수 주세붕이 이 지역 출신의 성리학자 안향을 배향하는 사묘를 세우고, 이후 유생 교육을 겸한 우리나라 최초의 백운동서원을 설립한 것이 소수서원의 시초다. 이후 퇴계 이황이 명종으로부터 소수서원이라는 현판을 하사받았다. 문성공묘, 강학당, 일신재 등으로 이뤄져 있다. 울창한 소나무와 운치 있는 물길을 따라 자리한 소수서원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선비촌이 재현, 복원된 공간이라면 소수서원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소수서원과 선비촌 사이에 자리한 소수박물관은 유교, 서원, 향교, 소수서원과 관련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 판목’도 소장하고 있다. 소수박물관, 소수서원, 선비촌을 묶어서 돌아보면 각 공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여행의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다. 선비촌에서 하루 묵으며 소수서원과 소수박물관을 천천히 돌아보자. 옛 선비들의 고결한 정신이 서서히 전해지는 듯하다. ✔ 주소 - 경북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796 ✔ 문의 - 054-638-6444 / www.sunbichon.net ✔ 식당 - 순흥전통묵집 : 묵밥 / 영주시 순흥면 순흥로39번길 21 / 054-634-4614 - 애플빈커피 : 애플파이, 애플티 /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1 / 054-632-4013 - 선비촌종가집 : 청국장, 떡갈비정식 /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796 / 054-637-9981 ✔ 숙소 - 소수서원 :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740 / 054-639-5852 - 소수박물관 :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780 / 054-639-6955 - 부석사 :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 / 054-633-3464 ✔ 여행 팁 선비촌의 한지 공예, 천연염색, 도자기 만들기 등은 예약 없이 당일 신청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인절미 만들기, 국산 콩으로 두부 만들기, 인삼한과 만들기 등 맛깔 나는 전통음식 체험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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